2000년 12월호

당신도 예술을 즐길 수 있다

  • 유정림

    입력2006-07-28 13: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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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 회사, 술집만을 쳇바퀴 돌 듯 오가는 생활.
    • 글, 그림, 춤과 사진으로 텅 빈 마음을 채워보자.
    • 기초 강좌에서 전문가 과정까지, 중년 남성을 위한 문화 강좌 올가이드.
    러시아를 갔다온 사람들은 두 번 놀란다고 한다. 첫째는 국민들이 형편없이 초라하고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고, 둘째는 돈으로는 풍겨낼 수 없는 생활의 깊은 맛과 멋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란다. 평범한 도시인들도 주말이면 다차(dacha, 러시아 시골농장)를 찾아 한적한 농가에서 가족간의 화목을 다진다. 낡고 허름한 소품으로 테이블 세팅을 하고 소박한 음식을 나누어 먹곤 하는 것이 보통 소시민의 모습이라고 한다. 그러한 삶의 여유를 가져다주는 것은 금전도 아니고 힘도 젊음도 아닌 바로 ‘문화’다. 그들에게 문화는 인생의 버팀목이요 에센스인 것이다.



    인생의 버팀목, 문화

    이 시대 아버지들은 과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양육하고 사회의 당당한 조직원으로 우뚝 서기 위해 치열한 시간을 보내왔다. 그래서 얻은 ‘중년’이라는 타이틀은 얼마나 당당하고 아름다운가. 이제 한숨 돌리고 자신만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자신만의 문화를 가꾸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어느 순간 찾아올 수 있는 위기에 대비하자. 재산을 다 잃어도 명예를 잃게 돼도 자신만의 문화만 있다면 얼마든지 평화롭고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다고 미뤄왔던 일들을 떠올려보자. 어릴 적 해오다 접어두었던 취미를 찾아내도 반가울 것이다. 그래서 종착역도 모르고 무작정 타고 가던 기차에서 내려, 내가 진정 가고 싶은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보자.

    세계도시계획연구소 정책실장으로 근무하는 김휘영(45세)씨는 대학시절 사진 서클에서 활동했다. 입학 당시부터 바로 사진반에 들고 싶었지만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비싼 카메라를 사달라고 하기가 미안해서 주저했다고 한다. 그래도 사진에 대한 갈망을 억제할 수 없어 무작정 서클에 가입해버렸다. 그는 카메라도 없이 사진반 활동을 한 유일한 인물이었다. 야외 촬영 때는 친구의 카메라를 빌려 쓰곤 했다.



    그 당시만 해도 돈 많은 집 자제들만 하는 일로 여겨졌던 사진작업을 의욕만 가지고 무작정 했다. 대학 아마추어 사진전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대학원 공부를 마치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카메라를 몇 대라도 살 수 있을 만큼의 월급을 받게 됐지만 사진 찍을 생각은 하지도 못할만큼 숨가쁘게 살아왔다.

    마흔 고개를 넘어선 어느날, 김 실장은 마치 귀소본능이 발동하듯 학창시절 사진반 OB모임에 나갔다. 그리고 사진을 다시 시작했다. 주말이면 마음에 담아두었던 곳을 찾아가 앵글에 담고 그에 따른 에세이를 적어두기도 한다. 그렇게 새로운 한 주일이 시작되면 다소 누그러졌던 일에 대한 열정과 아이디어가 샘물처럼 솟는다고 한다. 김 실장은 요즘 일에 대한 의욕과 인생의 든든한 백그라운드를 동시에 얻었다며 살맛 나게 하는 ‘문화의 힘’을 실감하고 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짬짬이 시간을 내 취미 생활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뜻을 가지고 있다면 길은 얼마든지 있다. 우선 자신의 취미를 충분히 살릴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정보를 수집한다. 그 정보를 충분히 활용해 자신에 맞게 이용하면 된다. 서울을 비롯 각 지역별로 개설된 강좌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있는 동호회에 가입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방법도 있다.

    여기서는 각 기관이나 문화센터 등에서 개설한 강좌를 중심으로 테마별로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직장인을 위한 오후 강좌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문학 강좌

    청소년기의 한때, 시인이 아니고 소설가가 아니었던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 옛날 접어두었던 문학의 꿈을 다시 펼쳐보자. 시, 소설, 수필뿐 아니라 희곡 문학이론 등 다양한 강좌들이 마련돼 있다.

    여의도에 있는 동아문화센터(02-781-0833)는 장르별 문학 강좌를 운영한다.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문예창작의 기초이론과 시 소설 수필쓰기의 기초를 지도해주는 ‘쉽게 배우는 문예창작’ 과정이 유용하다. 등단작가를 많이 배출해서 유명해진 ‘시작 연구’ 과정도 매주 화요일 오후 7시에 시작한다.

    소설 이론과 실기를 기초부터 배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소설 작법’은 매주 월요일 오후 7시에 있다. 자신의 생활 기록, 가족사, 여행기, 사회 시평 등 자신을 표현하는 데 자유롭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필의 세계’는 매주 금요일 오후 7시부터 시작한다.

    한겨레문화센터(02-3272-7575)에서 하는 문학이론 강좌도 오후 7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직장인들이 많이 이용한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02-739-6851)에서 운영하는 문예아카데미에서는 10월 말부터 가을강좌를 계획하고 있다.

    문학아카데미(02-764-5057)에서 개최하는 강좌도 있는데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오후 7시부터 시 창작교실이 열린다. 소설은 격주 토요일마다 오후 4시부터 진행된다.



    음악 강좌

    자녀를 키우다 보면 음악을 알게 하고 악기 하나라도 다루게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다. 자신이 못 해본 것에 대한 갈망일 수도 있고 각박한 사회를 살아나가는 데 한 가닥 여유로움을 알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자식들의 힘을 빌리지 말고 스스로 음악의 세계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필요한 것은 젊음이 아니라 용기다.

    전통음악을 배우려면 국립국악원의 문화학교(02-580-3141)문을 두드려 본다. 초보자가 시작할 수 있는 장기과정(3월에서 11월 매주 화,목 오후 7시)이 있고, 중급 이상의 실력을 갖춘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과정(2월에서 12월, 매주 수요일이나 금요일 1회 실시, 오후 7시)이 있다. 각 과정은 1년 단위로 되어 있다. 서양 악기를 배우고 싶으면 각 문화센터를 이용하면 좋다.

    붓 끝으로 표현하는 세계에는 자신의 역사를 그대로 닮은 감성이 배어 있기 마련이다. 화판을 통해서라면 그리웠던 시간을 돌이켜볼 수도 하고 아쉬운 청춘을 잡아둘 수도 있다. 인생을 살아온 연륜만큼이나 농익은 자신의 철학을 마음껏 표현해보자. 피카소나 마티스의 분명한 세계가 아니어도 좋다.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세계를 캔버스에 옮겨놓고 지그시 바라보는 일이야말로 색다른 즐거움일 것이다.

    여의도 동아문화센터에서는 매주 화요일 오후 7시에 직장인을 대상으로 미술의 기본인 ‘데생 과정’을 가르친다. 수요일 오후 7시에는 ‘수채화·유화반’이 있다. 사군자 기법을 익히면서 옛 선인들의 멋과 향을 느낄 수 있는 ‘한국화’ 강좌도 개설되어 있다. 사군자를 통한 연습이 끝나면 수묵화나 산수화를 이어 배울 수 있다. 매주 월요일 저녁 오후 7시부터다.

    생활도자기를 빚는 도예 강좌도 있다. 흙을 통해 자연의 너그러움과 자애로움을 배울 수 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일 7시에 강좌가 있으니 시간 낼 수 있는 요일을 골라 들으면 된다.

    미술사학이나 미술학개론에 관해 좀더 깊이 있게 공부해 보고 싶으면 한겨레문화센터에 직장인을 위해 요일별로 개설된 프로그램을 이용해 보자.

    예술의전당에 있는 미술아카데미(02-580-1619) 프로그램을 이용해도 좋다. 유화, 수채화, 크로키, 판화, 수묵화, 채색화 등을 감상할 수 있는 ‘미술사와 감상’ 프로그램이 있다. 매년 학기제로 실시되는 이 교육 프로그램은 이론/감상 과정과 실기과정으로 나뉜다. 시간대가 오전일 경우가 많으므로 1주일에 한 번쯤은 별도로 시간을 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실기과정에는 직장인반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수채화반이 월요일 오후 7시부터 있고 수요일 오후 7시에 유화반이 있다. 수묵화강좌는 매주 화요일 오후 7시부터 시작한다.

    한편 동아문화센터에서는 해서, 행서, 전서, 예서, 초서, 한글 등을 서체 별로 개인지도해 주는 서예강좌가 마련돼 있다. 직장인을 위한 저녁 강좌는 월요일과 목요일 7시에 있다. 예술의전당에도 1년 과정의 체계적인 서예 강좌가 있는데 오후 강좌의 경우 1시에서 3시까지 운영된다. 직장인이 이용하기에 어려운 점도 있지만 일주일에 한번 정도 오후 시간을 낼 수 있다면 이용해볼 만한다.



    사진 강좌

    흔히 “남는 건 사진밖에 없어”라는 말을 한다. 시간의 흐름과 개인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앨범을 보노라면 새삼 떠오르는 말이다. 별 생각 없이 찍어왔던 사진들이 소중한 가족사로 남는 것을 보면 사진을 통해 자신의 철학과 사색까지 담아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여행을 좋아하고 사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취미활동이다. 촬영과 작업을 더불어 함께하는 동호인 모임도 많아 활동하면서 얻는 기쁨도 크다.

    동아문화센터에는 사진에 관한 강좌가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사진을 취미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강좌로는 매주 월요일 오후 7시, 사진이론과 실기를 병행하는 ‘취미사진반’이 있다. 어떤 사진을 찍을 것이지, 내 사진은 무엇인지를 마음과 느낌, 정서, 의식을 통해 표현하는 ‘심상사진반’은 매주 화요일 오후 7시에 시작한다.

    인체의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는 예술 ‘누드사진반’은 금요일 오후 7시에 마련돼 있다. 자연과 함께하며 1년에 한 번씩 전시회도 여는 ‘풍경사진반’은 목요일 오후 7시다.

    등산을 겸해 건강한 마음을 사진에 담아보는 ‘산악사진반’은 금요일 오후 7시에 시작한다. 컴퓨터와 연결해서 수정 보완 합성 등 이미지 작업 방법을 포토샵을 통해 배우고 입·출력 편집 등 고도의 테크닉까지 지도해주는 ‘디지털사진반’도 눈길을 끈다. 강의 시간은 목요일 오후 7시다.

    한겨레문화센터에 있는 사진 기초과정과 작품사진반은 토요일 오후 4시에 시작한다. 또 11월에 새로 개설된 ‘디지털카메라활용과 인터넷’ 강좌가 월·수·금 오후 7시에 있다.

    민족사진가협회의 사진아카데미에서도 체계적인 사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기초과정, 중급, 창작반, 사진가 특강 등이 있어 수준에 따라 골라갈 수 있다.

    중앙대학교 사진아카데미에서는 1년 과정으로 일반인 사진 창작 희망자를 교육한다. 예술의전당 내 미술아카데미에서도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오후 7시부터 초급과 중급 과정의 사진반을 운영하고 있다.

    영화시장 확대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영상물에 대한 관심 또한 증폭되고 있다. 이제 영상물을 제작하는 것은 특정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아마츄어 감독의 첫 발을 디뎌보자.

    기초를 탄탄히 쌓을 수 있는 이론 과정이 여럿 마련돼 있다. 한겨레문화센터에서는 영화이론, 홍보마케팅, 뮤직비디오 제작 과정, 영화 프로듀서, 실무과정 등 전문가 수준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 모든 강좌는 오후 7시부터 요일별로 나눠 시행된다.



    문화 교양 강좌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정보와 상식을 외면하고는 현대 사회를 살아갈 수 없다. 그러나 깊이 있는 사고를 위해서는 세상 사는 지혜와 현명한 판단에 기본이 되는 인문 사회 분야 공부를 게을히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진지한 문화 교양 강좌에 참여해 보는 것도 색다른 ‘수행 방법’이 될 것이다.

    한겨레문화센터는 인문사회 부문 강좌를 따로 마련해놓고 있다. 대상이 주로 직장인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수업은 오후 7시에 시작한다. 그중 시사적으로 이슈가 되는 내용을 중점으로 하는 ‘기획강좌’가 눈길을 끈다.

    최근에는 통일 기획강좌를 하고 있다. ‘남과 북,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10가지 쟁점’이 9월 말부터 12월까지 매주 금요일마다 계속된다.

    국립박물관에서 하는 토요문화 체험교실(02-398-5083)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역사에 관한 무료 강좌를 열고 있다.

    우리 문화와 역사를 구석기시대부터 시대별로 짚어오는 강좌로 1년 과정이다. 현재 삼국시대를 강의하고 있다. 박물관 사회교육관 강당의 여유 공간을 확보해 진행하는 강의여서 수시 접수를 통해 수강생을 모집 중이다.



    댄스 강좌

    댄스의 인기에 따라 최근 강좌가 많이 늘었다. 동아문화센터에서는 일주일에 걸쳐 매일 다양한 장르의 저녁 강좌가 있다. 기초반부터 부부반, 기초과정을 마친 사람을 위한 연구반이 있고, 라틴댄스인 살사, 메렝게 강좌도 있다.

    한겨레문화센터에도 재즈, 라틴댄스, 살사, 아르헨틴탱고, 댄스스포츠, 탭댄스 등 요일마다 다양한 댄스강좌가 있는데 시간은 좀 이른 편으로, 오후 4시40분부터 6시까지다.

    이 밖에 각 대학의 평생교육원이나 사회교육원을 이용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대개 학기제나 학년제로 실시되기 때문에 좀더 소속감을 갖고 다닐 수 있는 기관이다. 문화적 욕구를 채우려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같은 강좌의 멤버들과 유대관계도 좋다. 친목 도모와 더불어, 학교를 다 마치고 홀로서기를 해오던 중년에 가질 수 있는 색다른 캠퍼스 생활이어서 더욱 의미 있다.

    예술대학이나 대학원이 있는 학교를 보면 특히 문화 예술 전반에 걸쳐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사이버 속에서도 다양한 동호인 모임이 활성화되어 있다. 소속감도 잊고 서로 같은 관심을 가진 사람과 친분을 쌓을 수도 있지만 허술한 곳도 많아, 관심 있는 분야의 동호회 리스트를 뽑아 충분한 검증을 거친 후 참여하는 것이 좋겠다.

    어떤 순간에도 나를 배반하지 않고 평생 함께할 수 있는 친구가 바로 취미와 문화다. 젊음이 가고 사랑하는 사람이 하나둘 내게서 등을 돌린다 해도 마음의 여유만 있다면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이 가을,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마음의 동반자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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