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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대 20년‘하나회’냐 ‘엘리트’냐

  • 곽대중< 자유기고가 > bitdori21@hanmail.net

경찰대 20년‘하나회’냐 ‘엘리트’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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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직 경찰관으로 채용되는 경로는 매우 다양하다. 가장 일반적인 코스는 순경공채를 통해 입직(入職)하는 것이다. 그러나 4년제 대학 졸업자들은 경장으로 특채(特採)되기도 한다. 일반대학의 경찰행정학과 졸업자는 경사로 특채되기도 한다. 경찰대학 졸업자가 아닌 사람이 간부 경찰관으로 입직하는 코스로는 매년 50명씩 선발하는 경찰간부후보시험이 있다. 또 사시 합격자나 행시 일반직과 재경직 합격자로 2년 이상 중앙부처에서 근무한 자는 경정으로 특채된다.

이렇게 다양한 입직 과정 중 유독 경찰대 출신만 특혜 시비에 휘말렸다. 순경으로 입직한 경찰관은 15년, 때로는 평생을 근무해야 경위가 되는데, 경찰대학 출신은 경찰대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경위를 달기 때문이다. 우수한 간부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친 특혜를 줘서는 곤란하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았다. 그렇다면 외국의 경찰관 채용제도는 어떠한가?

영국·스코틀랜드·뉴질랜드·미국 등은 단일(單一) 입직제도를 택하고 있다. 모든 경찰관이 순경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다만 영국은 대졸 학력 이상의 순경지원자 중에 우수자를 선발해, ‘대졸자 특별승진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도 특수한 직책에 대해서는 개방형 계약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나라에서는 순경이라 하더라도 사회적인 지위와 경제적인 보수가 높아 특별히 승진을 위해 노력하지는 않는다. 계급 승진에 대한 욕구가 적은 것이다.

독일과 홍콩은 간부와 비간부로 이원화해 경찰관을 채용한다. 독일은 주(州)마다 있는 경찰대학을 통해 간부를 육성하므로 우리나라와 가장 유사하다. 프랑스와 일본은 비간부, 관리자급, 지휘관급으로 나눠 다양하게 경찰관을 채용한다. 프랑스는 국립경찰대학(ENSP)을 두고 있지만 경찰학에 대한 연구와 경찰간부 교육, 국제협조를 담당할 뿐이다. 경찰대학을 통해 간부를 육성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극소수의 나라뿐이다. 이러한 현실이 경찰대 폐교론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2월 사이버 경찰청 토론방에 마련된 ‘경찰대학이 꼭 필요한가’라는 제목의 발언대에서는 경찰대 존폐문제를 놓고 일반 출신과 경찰대 출신, 그리고 네티즌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오갔다. 일부에서는 “경찰대학은 경찰조직 내의 성골 귀족이다”고 비아냥거렸다. 상황이 이러하니 경찰대학 졸업생 중에는 “내가 졸업하고 10년이 지나면 과연 우리 대학이 남아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는 사람이 늘어났다. 경찰대 폐교론은 한참 들끓다 물밑으로 들어갔지만, 앞으로도 적지않은 기간 경찰이 풀어야 할 숙제다.



지금까지 경찰대학 입학자격은 고등학교 졸업예정자(고3)와 재수생에게만 주어졌다. 이유는 병무이행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병역법이 개정돼, 내년도부터는 삼수생도 경찰대에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경찰대학의 신입생 선발은, 경찰대학에서 자체로 실시하는 1차 시험에서 모집 정원의 3배수를 선발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여기에 합격한 수험생은 100m 달리기, 장거리달리기(남자 1500m, 여자 1200m), 윗몸일으키기 등 신체검사와 적성검사, 면접 등 2차 시험을 치르고, 최종적으로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와 수학능력시험 성적을 합산해 합격을 결정한다.

입시전문가들은 경찰대학 합격선을 “고교 성적 상위 0.5∼2%”로 추정한다. 작년에는 수능에서 만점 받은 학생이 입학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찰대학의 커트라인은 연·고대에 필적한다.

빡빡한 수업 일정

1980∼90년대 경찰대 입학생들은 ‘뭘 모르고’ 입학한 경우가 많았다 치자. 그렇다면 개교 20년이 지나 알 만한 것은 다 아는 요즘 신세대들은 무슨 이유로 경찰대학에 진학하는 것일까? 현재 경찰대학의 4학년생은 18기, 1학년은 21기다. 이들은 정보가 무제한으로 전파되고 공유되는 인터넷 세대다. 따라서 이 예비 경찰관들은 선배들보다 훨씬 많은 정보와 사전 지식을 갖고 경찰대학에 입학한다.

현재 인터넷 동호회 중에는 ‘경찰대를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카페가 있고, 경찰대 입시정보를 나누는 홈페이지도 여럿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경찰대에 진학하는 방법, 학교생활, 졸업 후 진로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예비 선배들의 격려를 받고 있다. 벌써부터 경찰대 2004학번으로 자처하는 학생들도 눈에 띈다. 경찰대학의 한 관계자는 “요즘 학생들은 대학 직원보다 학교에 대해 더 잘 알고 입학하는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경찰대학은 매년 5월, 재학생들을 졸업한 고등학교로 보내 경찰대학을 홍보하는 모교 방문행사를 실시한다. 고교생 중에는 이것을 계기로 경찰대학의 존재를 아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제복생활을 하고 싶었다”는 도주호(21)씨 역시 이러한 케이스다. 그는 “홍보비디오를 보자마자 나는 저 대학 학생이 될 거야”라고 생각하며 고교 생활을 보냈다고 한다. 재수를 하여 그는 올해 경찰대학 1학년으로 입학했다.

하지만 대학에 대해 정보를 많이 갖고 입학하는 것과 올바른 경찰상 및 뚜렷한 직업관을 갖고 입학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 것 같다. 신세대 한 예비 경찰관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국가를 위해 충성해야겠다, 혹은 국민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경찰이 되어야겠다는 거창한 목표는 솔직히 없다. 강한 결심과 의지를 발휘해 충성하고 헌신하고 봉사하는 것보다는 내 직업과 행동 자체가 자연스럽게 사회에 보탬이 되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다. 나는 그 대표적인 분야로 경찰이나 소방관을 생각했다. 이것이 경찰대에 진학한 동기다.” 이제 졸업을 앞둔 4학년 정성진(24)씨의 생각이다. 그러면서 정씨는 “경찰관으로 평생을 사신 할아버지의 영향도 조금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찰대학 내의 학생생활은 자율과 통제의 중간 정도에 위치해 있다. 경찰대학 초창기에는 세계적으로 유사한 대학이 없어 대부분 사관학교 시스템을 모방했다. 벤치마킹할 대상이 사관학교밖에 없었던 것이다. 교과목만 달랐지 사관학교와 거의 비슷한 생활규율과 학칙을 따랐기 때문에 ‘경찰사관학교’로 비치기도 했다. 경찰대학 교육기획실장을 맡고 있는 5기 졸업생 박경식 경정은 “경찰대학은 개교 초기에는 사관학교식 통제생활에 치우쳐 있었다. 그러다 점차 일반대학에 가깝게 자율을 확대해 오는 역사를 거쳤다”며, “부드러움과 단호함이 함께 요구되는 경찰업무의 성격상 이 둘을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경찰대학의 특징이자 과제”라고 설명한다.

통제적인 측면은 재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방학이 일반 대학보다 짧다는 데서 여실히 드러난다. 경찰대의 학생 기숙사는 다섯 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 네 동은 남학생, 한 동은 여학생이 생활한다. 한 방의 인원은 3~4명. 방원(房員)은 모두 같은 학년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생활방이 4개 모여 하나의 섹터를 형성한다. 한 섹터는 1, 2, 3, 4학년 방이 하나씩 섞여 있고 자율적인 생활통제는 섹터장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러한 기숙사 생활에 대해 도주호씨는 “일반 대학에 비해 사람을 사귀는 양적인 부피는 적을지도 모르지만 한정된 인원을 사귀다 보니 질적인 깊이는 훨씬 클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자연스럽게 동료의식이 형성되는 것이다.

방학은 여름은 5주, 겨울은 6주간이다. 학기는 일반 대학과 비슷한 시기에 끝나지만 경찰대학생들은 여름학기, 계절학기 등으로 펼쳐지는 3∼4주의 ‘보충수업’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이루어지는 수업은 자동차 운전면허 취득, 무도(武道) 유단 취득, 수영 및 인명구조 자격증 취득 등이다. 또 관서(官署)실습이라 하여 일선 경찰서, 파출소, 기동대 등에서 현장 경험을 쌓기도 한다.

“우리 대학은 법학, 행정학 등 정규수업 이외에 경찰 관련 과목과 각종 특기 분야를 이수해야 하므로, 일반 대학의 학생들보다 두세 곱절 많이 공부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정성진씨는 이야기했다. 고등학교 생활의 4년 연장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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