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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국민의 정부’에 대반격

  • 이형삼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ns@donga.com

대한항공 ‘국민의 정부’에 대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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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대통령 경호실에서는 안전 문제를 이유로 들어 대통령의 아시아나 전세기 이용에 반대했다고 한다. 대통령 전세기는 각종 통신·안전·의전장비 등을 완벽하게 갖춰야 하는 것은 물론, 노련한 전담 승무원들이 대통령의 표정과 심기 변화까지 읽어가며 밀착서비스를 해야 하는데, 이런 노하우는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한항공은 전세계의 웬만한 도시에는 다 취항하므로 대통령 방문국의 대한항공 지사를 통해 충실한 현지 지원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두 항공사에 동등하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 관철돼 아시아나가 낙점을 받았다.

그후 아시아나는 김대통령의 러시아·몽골 순방을 비롯해 몇 차례 더 전세기를 운항했고, 이 때문에 특혜시비가 일자 정부는 양 항공사에 순번제로 전세기 운항을 맡겼다. 2000년 6월13일 김대통령의 역사적인 평양 방문 때도 아시아나의 전세기가 이용됐다.

1999년 4월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대한항공 경영진의 인적청산 필요성을 직접 언급해 대한항공을 긴장시켰다. 대한항공이 잇달아 사고를 내자 4월20일 김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전문경영인이 나서서 인명을 중시하는 경영체제로 바꿔야 한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대한항공은 즉각 사태수습에 나섰다. 이틀 후인 4월22일 조중훈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아들인 조양호 대한항공 사장이 “국제업무만 챙기겠다”며 회장에 취임했다. 조양호 회장이 내놓은 사장 자리에는 심이택 부사장을 앉혔다. 하지만 조중훈 회장은 대한항공 회장직에서만 퇴진했을 뿐 한진그룹의 주요 계열사 회장직을 그대로 유지했고, 조양호 회장은 문책을 당하기는커녕 오히려 승진을 한 셈이어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샀다. 조회장 일가의 족벌경영 의지를 재확인한 정부는 마침내 극약처방을 내리기에 이른다.





6월29일, 김포의 대한항공 본사와 서울 서소문 한진그룹 사옥 등 5개 계열사에 국세청 조사요원들이 급습했다. 이들이 사무실 곳곳을 뒤지며 회계장부를 챙기는 동안 한진 직원들은 부동자세로 대기해야 했다. 석 달 이상 계속된 세무조사 결과 한진그룹은 5416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탈루소득액은 1조895억원에 달했다. 탈루소득액과 추징세액 모두 사상 최대 규모로, 탈루소득액은 종전 최고액수의 20배, 추징세액은 8배나 됐다.



대한항공이 현 정권 들어 이렇듯 궁지에 몰리게 된 일차적 원인은 반복된 사고였다. 대한항공은 2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1997년 8월6일 괌사고에 이어 1998년과 1999년에도 1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사고를 냈다. 1999년 3월15일엔 포항공항에서 착륙하던 비행기의 동체가 동강났고, 꼭 한 달 뒤인 4월15일엔 중국 상하이 홍차오공항을 이륙한 화물기가 추락해 승무원과 현지 주민 등 9명이 사망했다. 12월23일엔 영국 런던 북쪽의 스텐스테드공항 부근에서 화물기가 추락해 승무원 4명이 모두 숨졌다. 이 때문에 국제적으로 ‘사고 항공사’라는 오명이 따라붙고 정부로부터 일부 노선의 운항감축 처분을 받았지만,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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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삼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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