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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요리솜씨

요리와 노래는 즐거워

테너 엄정행 교수의 브랜디새우 스파게티

  • 글·최영재 기자 (cyj@donga.com) / 사진·김용해 기자 (sun@donga.com)

요리와 노래는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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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디새우 스파게티의 재료는 4∼5인분 기준으로 양파 1개, 대파 2개, 당근 4분의1쪽, 샐러리 2분의1개, 새우 20마리(생새우가 없으면 칵테일 새우), 양송이 10개, 토마토소스 1ℓ, 휘핑크림 500㎖, 향신료(오레가노, 바질), 브랜디, 소금과 후추 약간, 모시조개 국물, 올리브기름, 스파게티용 국수 등이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재료손질이다. 우선 조개국물을 만들어야 한다. 모시조개를 연한 소금물에 30분 이상 담가 놓으면, 조개가 불순물을 토해낸다. 이렇게 해감을 없앤 뒤, 잘 씻어 물을 붓고 끓인다. 일단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낮추어 끓이면서 국물을 만들어낸다. 다음은 스파게티용 국수를 삶는다. 면이 잠길 정도의 물을 팔팔 끓인 뒤, 스파게티를 넣고 8~12분 정도 더 끓여 건져낸다. 건져낸 스파게티에 올리브기름을 약간 뿌려놓으면 불지 않고 제대로 보존된다. 이번에는 소스에 들어갈 재료손질. 양파와 대파, 당근, 샐러리는 모두 지름 1∼2mm 정도로 잘게 썰어낸다. 양송이는 긴 방향으로 납작납작하게 썰어놓는다. 새우는 생새우일 경우 머리를 떼고 껍질을 벗긴 뒤, 등에 칼집을 낸다.

다음은 재료를 볶을 차례다. 프라이팬에 올리브기름과 버터를 두르고, 잘게 다진 양파, 파, 당근, 파슬리, 양송이, 새우를 넣고 새우가 빨갛게 익을 때까지 센불로 볶는다. 이때 주의할 것은 재료를 넣기 전에 올리브기름과 버터를 녹이지 않는 것. 올리브기름과 버터도 재료처럼 프라이팬에 올려놓은 뒤, 한번에 가열해서 볶는다. 재료가 익으면 브랜디를 듬뿍 흘려넣어, 브랜디향이 재료에 배게 한다. 이때 브랜디의 알코올 성분 때문에 프라이팬 위로 불이 일어나는데 그을리지 않도록 조심한다.

새우가 빨갛게 익으면 여기에 조개국물을 넣는다. 조개국물이 자작자작해지면 다시 토마토소스를 넣고 졸인다. 토마토소스가 졸아들면, 면을 넣고, 프라이팬을 흔들면서 볶는다. 재료와 스파게티가 잘 섞여서 익으면 마지막으로 휘핑크림을 넣고 다시 브랜디를 넣어 불을 일으키고, 레인지 불을 끄면 된다.

엄교수는 땀을 뻘뻘 흘리며 요리를 만들었다. 프라이팬 손잡이로 전해지는 열기가 너무 뜨거워 고개를 젖히고 팔을 내저었다. 제자들은 이 광경을 재미나게 구경했다. 사람들의 감수성을 긁어주는 성악을 공부하는 이들이지만, 엄교수와 학생들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엄연히 사제간이다. 보이지 않는 어려움이 없을 수 없다. 프라이팬을 돌리는 엄교수를 지켜보며 학생들은 그 거리감을 반쯤은 허물어뜨린 듯 보였다. 그리고 엄교수가 만든 스파게티를 나누어 먹으며 남은 반을 날려버렸다.



음악과 요리의 정신은 본디 다르지 않다. 유사 이래 인류는 한시라도 전쟁과 분쟁을 겪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 죽임과 다툼의 역사 속에서 사람들의 가슴속에 쌓이는 한과 원망이 얼마나 크겠는가. 음악과 요리는 바로 이 원망과 한을 풀어준다. 사람들이 감동적인 음악을 들을 때와 요리사의 정성이 가득 담긴 식탁에 마주 앉은 순간을 떠올려보라. 한결같이 눈물을 흘리고 기뻐하고 화해하지 않던가.



신동아 2002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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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영재 기자 (cyj@donga.com) / 사진·김용해 기자 (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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