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프러스 포트는 지금도 옛날 방식으로 빚는다.
성찬을 끝낸 뒤 맨 마지막으로 입속의 기름기를 없애고 향을 남겨두기 위해 프랑스 사람들은 코냑을 마시고 영국 사람들은 포트(Port)를 마시는데, 비너스의 고향인 이 사이프러스 섬은 포트의 명산지다.
적포도주를 증류하여 당도를 높인 포트는 높은 알코올 도수에다 강렬한 포도향과 진한 단맛이 뒤엉켜 묘한 향미를 낸다.
▲ 북아일랜드가 자랑하는 위스키, 부시밀

아일랜드 사람들은 스코틀랜드 지역에도 부시밀 마니아가 많다고 자랑한다.
이곳 지하수는 땅속의 피트(니탄)를 거치면서 훈제향 비슷한 피트향을 가득 안고 나온다. 스카치 위스키는 두 번 증류하는 데 반해 부시밀은 세 번 증류해서 훨씬 부드러우면서도 짙은 피트향을 담고 있다.
▲ 세네갈 맥주, 캐슬
서부아프리카의 세네갈은 아프리카 대륙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나라다. 비는 적지만 깊은 모래 속에서 끌어올리는 지하수는 물맛 좋기로 유명하다.
이 나라의 보리는 작황은 풍성하지 않지만 맥아는 최양질이다. 좋은 물과 좋은 맥아가 빚어낸 이 나라 맥주 캐슬은 맥주 본연의 쌉쌀한 맛을 기막히게 담아낸다. 바닷속에 널려 있지만 이 나라 사람들의 입맛이 외면하는, 그래서 값이 싼 전복회를 안주로 해 마시는 시원한 캐슬은 말 그대로 쿨(Cool)!이다.
▲ 카자흐스탄의 보드카, 팔러먼트
러시아 과학원 어느 회원의 수필에 이런 글이 있다.
“러시아가 두번째로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이고, 첫째는 보드카다.”

카자흐스탄의 보드카 팔러먼트는 톈산산맥의 눈 녹은 물로 빚었다
보드카의 최대 소비국은 러시아가 아니라 미국이고 최고급 보드카 생산국도 스웨덴, 핀란드, 카자흐스탄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러시아로 수출되는 카자흐스탄의 팔러먼트엔 지글지글 구운 양고기꼬치 안주가 제격이다.
▲ 말리의 도곤비어

사하라사막 도곤족의 술 도곤비어는 우리의 조막걸리와 맛이 흡사하다.
그나마 7∼8월, 살짝 뿌리는 비가 이들이 일년간 먹을 양식인 조를 키운다. 조로 죽을 쑤고 빵도 굽고 남은 조로 도곤비어를 빚는다.
펄펄 끓는 한낮이 지나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사막의 저녁 나절, 컬컬한 도곤비어는 고달픈 삶의 시름을 날려버린다. 우리의 조막걸리와 맛이 흡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