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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서해갑문 살리려 금강산댐 버렸다

  • 이정훈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oon@donga.com

北, 서해갑문 살리려 금강산댐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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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가배수로를 콘크리트로 완전히 메운 후 담수를 시작한다. 여수로를 설치하고 가배수로를 막은 뒤 담수를 하는 것은 교과서적인 댐 건설 방법이다. 그런데 금강산댐에서는 가배수로 출구로 추정되는 ⑦번 부위에서 물이 흘러나왔다. 전문가들은 “북한측이 댐을 완성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담수를 하다보니, 유사시 물을 빼내기 위해 가배수로를 완전히 틀어막지 않고 편법으로 가수배로에 수문을 설치한 것 같다. 그러나 수문이 완전치 않아 ⑦번 부위에서 상시적으로 물이 새어나왔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러한 추정이 맞다면 북한측은 매우 위험한 공법을 시행한 것이 된다.

금강산댐은 ⑦번뿐만 아니라 ⑥번과 ⑤번 부위에서도 물이 새나간 흔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⑥번 부위에도 가배수로와 같은 역할을 하는 임시 방류구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⑤번은 ⑥번이나 ⑦번과 달리 콘크리트로 만든 구조물인데, 이곳에서 물이 흘러나온 것은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하류쪽의 댐바닥에는 대개 여수로에서 떨어진 물이 댐을 세굴하지 않도록 하는 시설을 만드는데, ⑤번은 그러한 목적으로 만든 구조물이 아닌 것이다.

위성사진 판독 전문가들은 이 댐이 군사분계선에 가까이 있고 건설 주체가 인민군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⑤번에 유사시 댐을 인위적으로 터뜨릴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놓았을 수도 있다고 추정한다.

현재 높이의 금강산댐은, 최고 12억t의 물을 담을 수 있다. 월류할 정도로 많은 물이 흘러들 때 댐 최하단부인 ⑤번 지역을 폭파시키면, 이 물은 삽시간에 평화의 댐으로 몰려간다. 이렇게 되면 저수용량이 5.9억t인 평화의 댐은 월류와 세굴로 인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탱크로 다지기 공사



사진 2 대동강 하류의 서해갑문 평화의 댐에서 수용하지 못한 물은 다른 지천에서 몰려든 물과 합세해 춘천을 침수시키고, 화천에서 팔당까지의 콘크리트댐을 차례로 월류해 수도권 일대를 물바다로 만들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금강산댐은 북한이 개발해온 핵처럼 위험한 존재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금강산댐에 대한 안전도 검사와 함께 ⑤번 부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이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핵사찰을 거부해 미국과 마찰을 빚었듯, 금강산댐에 대한 조사는 장차 남북한 사이에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방류구로는 홍수 때 밀려드는 물을 다 처리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여수로가 있어야 한다. 여수로가 없으면 물이 월류하고, 월류한 물은 앞서 설명한 대로 자갈과 돌을 끌고 내려가 사력댐을 무너뜨릴 수 있다. 소양강댐에는 여수로가 있지만 금강산댐에는 여수로가 없다. 여수로가 없다는 점은 금강산댐이 갖고 있는 최대의 미스터리다. 남한에도 여수로가 없는 사력댐이 하나 있다. 바로 평화의 댐이다. 평화의 댐은 금강산댐이 붕괴했을 때를 대비한 ‘대응댐’이라 사시사철 비워놓기 때문에 여수로를 만들지 않았다.

북한은 2000년 10월20일 금강산댐 2단계 공사를 마친 후 바로 담수에 들어갔다. 이때 금강산댐의 높이는 88m였다. 북한은 담수와 함께 금강산댐을 높이는 공사에 들어가 2001년 9월말쯤에는 105m까지 높여놓았다. 댐 증축과 담수는 병행하지 않는 게 상식인데, 북한은 두 가지를 동시에 시행한 것이다.

금강산댐 공사를 벌인 것은 ‘김성삼부대’로 불리는 조선인민군의 최정예 공병대였다. 이 부대는 군단급으로 병력은 3만2000여 명이고 당시 부대장은 안피득 중장(한국군 소장에 해당)이었다. 안피득 중장은 상장(한국군 중장)으로 진급해 지금은 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을 맡고 있다.

김성삼부대는 남포직할시 영남리 대동강 하류에 있는 ‘서해갑문’을 건설한 부대로도 유명하다. 서해갑문과 금강산댐은 북한에서는 조선인민군 공병대가 건설한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김성삼부대는 초고속으로 금강산댐의 높이를 올렸다. 사력댐을 쌓을 때는 흙과 자갈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남한에서는 롤러로 다지기공사를 한다. 그런데 김성삼부대는 탱크를 동원해 다지기공사를 했다. 탱크는 롤러만큼 중량이 무겁지만, 궤도 사이의 흙은 다지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김성삼부대는 탱크로 설렁설렁 흙을 다지고 새 흙을 쏟아부어 댐을 높이는 속도전에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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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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