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7월호

“개미여, 펀더멘털 무시하고 파동 분석법으로 무장하라”

三試 패스 고승덕 변호사가 고시공부하듯 개발해낸 주식투자 성공비법

  • 고승덕 < 변호사 >

    입력2004-09-07 11: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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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리학에 상대성이론이 있다면 주식투자에는 파동원리 분석법이 있다? 주가 메커니즘을 알면 개미도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는 ‘천재 변호사’의 고감도 주식 강의.
    한국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거래 비중은 대단히 크다. 거래소시장의 경우 매매대금을 기준으로 하면 개인의 거래비중은 기관과 외국인을 합친 것보다 2.5배 이상 많다. 외국인과 기관이 위험관리상 잘 들어가지 않는 코스닥시장의 경우에는 가히 절대적이다. 한국 주식시장은 개미라고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먹여 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미들은 무슨 생각으로 주식시장에 들어올까? 해답은 간단하다. 은행 이자보다 더 많은 수익을 얻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개미가 기대하는 것과 다르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에서 10년 간 주식을 보유했을 때 은행이자보다 초과 수익률을 낸 주식은 30개가 채 안된다. 상장회사의 수를 감안하면 30개 미만이란 확률이 거의 없음을 의미한다. 특히 자금 규모가 작은 개미들이 선호하는 중소형주는 그 30개에 해당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 확률 없는 게임이 계속 진행되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개미가 주식시장의 현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는 불평등 게임

    이상적으로 본다면 주식시장은, 경제와 기업의 펀더멘털을 확신하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장기 보유하고 경제와 기업의 발전에 따라 주가가 상승해 수익을 얻는 방식으로 굴러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정부가 제시하는 주식시장의 기능이다. 또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건전한 투자자라 부른다. 그런데 한국 주식시장은 건전한 투자자들이 투자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재테크의 장이 아니다. 주원인은 ‘세력’이라고 하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큰손’, 시장이나 주식 흐름을 선도한다 해 ‘선도세력’ 혹은 ‘매매 주체’라고도 불리는 자들이다.



    세력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소형주에는 자금규모가 몇십억원 정도 되는 작은 세력이 붙어 주가를 관리해 올렸다 내렸다 하고, 대형주에는 몇백억원 정도의 자금을 가진 더 큰 세력이 달려든다. 주식시장 전체로는 몇천억원 또는 몇조원의 자금을 움직이는 외국인과 기관이라고 불리는 세력이 장난을 치고 있다.

    작은 세력은 주가 조작이 쉬운 중소형주에 붙어 주식을 매집하고 주가를 급등시켜 개미에게 물량을 처분하는 작전을 많이 하기 때문에 ‘작전세력’이라 불리기도 한다. 대형주에는 기관, 외국인과 같은 큰 세력이 붙어 주가를 흔든다. 주식시장 전체로도 큰 세력이 붙어 선물과 옵션을 대형주와 연계시켜 매매하면서 시장 흐름을 좌우한다. 외국인이 선물과 옵션을 투기적으로 매매하고 있다는 기사를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개미는 주식시장이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는 시장이라 생각하지만 이는 애당초 잘못된 것이다. 세력과 개미는 주식시장에서 동등한 게임을 벌일 수 없다. 개미는 숫자도 많고 합치면 거래 규모도 크지만 단결해 힘을 발휘할 수 없다.

    각기 흩어져 있는 개미는 시장 분위기를 따라가는 군중심리에 의해 움직이는 본성이 있다. 시장 분위기는 세력이 주도한다. 세력은 주가 방향을 선도한다. 세력이 주가 방향을 선도할 수 있는 것은 정보를 장악하고 자금력이 있기 때문이다. 정보는 돈이다. 정보를 소유하고 조작하는 자가 수익을 얻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세력이 사면 주가는 오르고 세력이 팔면 주가는 내린다. 하루 거래대금이 몇조원인 거래소는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2000억원 정도 매도하면 쑥대밭이 돼버린다. 개미는 시장과 주가의 움직임을 주도하지 못하고 흐름을 감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개미와 세력의 관계를 모른다면 주식시장의 현실적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없다. 주식시장의 현실은 장기 투자자를 위한 건전한 투자의 장이 아니고 세력이 개미를 먹고 사는 구조로 돼 있다. 한마디로 개미는 세력의 밥이다. 개미가 주식 매매를 하는 동안 저 위에 자리잡은 세력은 그 움직임을 내려다보며 입맛을 다신다. 많은 개미들은 자신이 세력의 밥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순진한 개미는 그런 말을 해도 믿지 않는다. 주가가 오르면 모두가 돈을 번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두가 돈 버는 시장이란 없다.

    개미는 주식시장을 공정한 머니게임의 장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주식도 상품이다. 시장에는 수익을 남기고 장사를 하는 장사꾼이 있다. 증시는 세력이 개미를 상대로 주식 장사를 하는 시장이다. 세력은 자금력을 이용해 물량을 매집하고 고점에서 개미에게 판다. 이를 위해 정보를 이용한다. 호재를 퍼뜨려 개미를 유인한 다음 물량을 처분해버리는 것이다.

    세력은 ‘장사’를 함에 있어 개미의 심리를 철저히 이용한다. 독자적 판단능력이 없는 개미들은 분위기에 약하다. 주가가 오르는 것을 보면 처음에는 가만히 지켜보다가도 참지 못하고 더 오르기 전에 사려 달려들어 세력의 물량을 받아준다.

    주가가 내리면 개미는 처음에는 본전 심리 때문에 팔지 못하다가 하락 막판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해 손을 털고 만다. 혹자는 이를 개미의 본성인 ‘탐욕’과 ‘공포’ 때문이라고 했다.

    주식시장은 세력과 개미의 전쟁터다. 주식을 매매하는 것을 실전이라 하는데 이는 ‘진짜 전쟁’이라는 의미다. 고수들은 ‘실전 매매란 진짜 칼을 들고 싸우는 것과 같다’며 진검 승부라 부르기도 한다. 주식시장에 처음 들어오는 개미는 주식시장이 진검 승부하는 곳이라는 현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개미는 대개 주위에서 주식으로 돈을 번 사람이 하나 둘 나타날 때 증시를 만만하게 보고 여유 자금을 돌려 투자를 시작한다.

    개미는 남들이 다 돈 버는 상승장에서 돈을 조금 번 다음 자만에 빠져 점점 더 큰돈을 투입한다. 주가가 계속 오르는 것을 흥분해 지켜보다 결국 고점에서 크게 물리고 만다. 고점에서는 항상 개미가 물린 거래량이 터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개미는 주가가 무너질 때도 ‘내가 산 좋은 주식만큼은 반등하겠지’하며 이른바 물타기를 하다 빚까지 진 채 결국 시장에서 쫓겨나고 만다.

    주식시장이 스포츠와 다른 점은 체급 차이나 핸디캡을 인정하지 않고, 세력과 개미가 같은 링에 올라 시합을 한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아주 공정한 룰 같지만 개미에겐 원초적 불행의 씨앗이다. 농촌에서 주식 열풍이 불 때쯤이면 막판이라고 한다. 주식시장은 가정주부, 농민 등 ‘순진한 개미’를 통째로 벗겨 먹는 사기 도박판이다. 조금 나은 개미에게도 거대한 몸집의 세력과 맨몸으로 맞서 싸워야 하는 전쟁터인 것에는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는 주식시장에 대해 완전시장의 가설, 효율적 시장의 가설이란 ‘공식적 견해’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개미의 현실 인식을 가로막는 족쇄다.

    실전 주식시장은 대단히 위험하다. 불완전하고 룰도 통하지 않는다. 그것이 진실이다.

    가치 투자로 성공하는 것이 이상적 주식시장의 모습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주가는 기업의 실제 가치와 별 관계없이 움직이기 일쑤다. 1999년과 2000년 초의 코스닥 열풍은 기업 가치만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주식시장 전체가 거대한 대국민 사기극의 무대였던 셈이다. 물론 사기극의 피해자는 개미였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과 기업 가치를 믿고 투자한 그야말로 순진한 개미들이었다.

    가치 투자가 먹히지 않는 이유

    가치 투자를 주장하는 자들은 주가가 회사의 내재적 가치보다 고평가 됐다면 주가는 내려갈 것이고, 저평가 됐다면 올라갈 것이므로 저평가된 주식을 사 주가가 오르면 수익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논리는 너무나 그럴 듯해 보여 개미들이 쉽게 혹하게 된다. 쌀 때 사 비쌀 때 팔자는 식의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현실에선 사실상 적용 불가능한 논리다.

    많은 개미들이 주가가 저평가된 종목을 노리지만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가치 투자에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근본 문제가 존재한다.

    첫째, 개미는 기업 가치에 관한 정보를 분석할 능력도, 시간도 없다. 회사의 내재적 가치를 분석하려면 재무구조·실적·회사의 성장 가치·산업 환경·경제적 환경 등 많은 항목을 분석해야 한다. 공시 활성화로 정보 접근성이 많이 좋아졌지만 문제는 분석 능력이다. 주식 각 종목을 분석하려면 그에 맞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그것은 전문가에게나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설사 분석 능력이 있다 해도 시간이 없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업종 한두 개 분석에 하루종일 매달린다. 결국 세력에게 정보를 의존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진다.

    둘째, 개미에게 접근이 가능한 정보는 시일이 경과한 것이거나 부정확한 것이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일지라도 공개되는 즉시 주가에 반영된다. 주가에 반영되지 않은 정보를 개미가 입수할 방법은 없다. 공개된 회계자료는 가장 최신의 것이라도 몇 달이 경과한 것이다. 증권사가 내놓는 회사 실적 추정치도 부정확하다. 같은 회사에 대한 비교적 최근 자료를 가지고도 증권사들은 천차만별로 실적을 추산하는 실정이다. 작년 말 현대산업개발, 한화정유에 관해 증권사별로 흑자와 적자로 엇갈린 실적 추산을 내놓은 것이 그 좋은 예다.

    셋째, 가치 투자는 주가가 실적 개선이나 내재적 가치 변화에 후행하는 관계에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주가가 내재적 가치 변화보다 선행한다. 이것을 ‘주가 선행의 법칙’이라고 한다.

    경제가 바닥을 치기 6개월 전에 주식시장은 바닥을 치고 경제가 고점을 치기 6개월 전 주식시장은 고점을 친다. 개별 기업 정보도 주가에 선(先) 반영된다.

    넷째, 진정한 내재적 가치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기간별로 일정한 수익을 가져다주는 재래 업종은 기업 가치 산정이 상대적으로 용이하지만 성장성이 중시되는 신사업의 경우 미래 수익 가치는 불확실하다.

    특히 코스닥시장에 새로 진입한 기업은 불과 몇 년의 실적만으로 미래 수익 가치를 산정하고 있다. 황당해 보일 정도다. 기술의 수명, 사업의 현실성 여부조차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등록이 이루어지고 있다. 공모가를 가장 많이 부풀린 증권사가 발행업무를 맡게 되므로 본질가치 부풀리기 경쟁까지 행해지는 실정이다.

    알고보면 본질가치는 장래 그 회사가 꿈꿀 수 있는 최대한의 가치이지 최소한이 아니다. 본질가치에 미달하는 주가는 많은 경우 주가가 저평가된 것이 아니라 본질가치가 고평가된 것이다. 그런데도 마치 주가가 저평가된 것인 양 마케팅이 행해진다. 증권사가 발표하는 목표주가에는 개미를 현혹시키기 위한 목적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가의 고점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이 정석이다.

    세력은 정보를 장악하고 있으며 언론에 대한 영향력도 갖고 있다. 이것은 세력과 개미의 싸움에서 개미가 항상 패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요인이다. 호재 발표는 세력이 고점에서 물량을 처분하는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된다. 순진한 개미는 보물선 사업, 금광 개발과 같은 황당한 보도도 주가 상승의 호재가 되는 것으로 알고 달려들어 세력의 물량을 받아준다.

    세력은 장악한 정보의 발표시기를 스스로 정한다. 신기술 개발이나 신사업 추진은 시일이 상당히 걸리게 마련인데 발표시기를 언제로 하는지는 어디까지나 세력의 선택이다. 세력에게 유리한 시기에 발표된다고 보면 틀림없다. 2001년 높은 실적으로 시장을 선도한 현대자동차는 2000년 말에 비해 2001년 6월 말 주가가 3배 가까이 올랐으나 그 무렵 실적에 관한 기사가 집중적으로 보도되고 추천종목으로 선정되면서 중기적 고점을 치고 조정에 들어갔다. 아무리 우량주라 하더라도 사상 최대의 실적이라는 발표가 나오면 대개 주가의 고점이다.

    투자의견·분석보고서는 ‘독’

    세력은 개미를 상대로 장사하는 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취재원도 없이 객장에 어떤 소문이 나돈다는 식으로 보도가 나오게 하고 그를 이용해 세력이 물량을 처분하는 심한 경우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중소형주를 가지고 장난치는 작전 세력은 대개 그럴듯한 호재를 준비한 뒤 작전을 시작한다. 호재가 없으면 고점에서 물량을 팔아먹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세력이 주가를 올린 다음 처분이 곤란하면 간접상품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에게 돈을 주며 고가에 물량을 넘기고, 말썽이 나면 매니저가 사표를 내는 것으로 끝났다는데, 지금은 그런 일이 많이 줄어드는 대신 호재 발표를 물량 처분에 사용하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다.

    개미는 가치 투자를 염두에 두고 돈이 되는 정보를 찾지만 세력은 그것을 역이용해 장사를 한다. 세력이 왜 돈 벌 공짜 정보를 개미에게 주겠는가. 세력은 재료가 오래되면 그것을 이용해 추천종목으로 선정, 개미를 유인한다. 증권사는 재료를 재탕 삼탕 우려먹다가 분석보고서를 만들고 그것을 기초로 투자의견을 만들어서 역시 개미를 끌어들인다.

    외국계 증권사는 개미를 속이는 중요한 수단의 하나로 분석보고서나 투자의견 발표를 활용하기도 한다. 증권사 투자의견 중에 매도 의견은 찾아보기 어렵다. 증권사끼리 이해관계가 엇갈리면 상반된 투자의견이 나와 개미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개별 종목에 대한 의견뿐 아니라 시장 전체 전망도 마찬가지다. 바이코리아 열풍에서 알 수 있듯 대형 증권사는 대세의 꼭지에서 시장의 추가 상승을 전망하며 개미들을 상대로 바람잡이에 앞장선다. 지수가 단기 고점에 이른 2002년 4월에도 상반기에 지수가 1000포인트를 돌파할 것이란 증권사들의 바람잡이가 극성을 부려 개미들이 꼭지를 물게 했다.

    개미에게는 불확실하고 때늦은 정보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가치 투자보다는 기술적 분석에 바탕한 투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기술적 분석이란, 주가는 회사의 내재적 가치가 아닌 시장에서의 수급(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는 케인스의 ‘미인대회 비유’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미인대회에서는 인기와 표를 많이 받아야 입상하는 것이지 객관적 미의 기준에 맞는 여자가 입상하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주가가 수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은 실제 주가 움직임을 설명하고 분석하는 데 유용하다. 예컨대 삼성전자 주가는 회사 실적이나 기업 환경에 별 변화가 없어도 오르고 또 내린다. 단기 주가 변동폭이 수십 포인트에 달하기도 한다. 이런 주가의 움직임은 내재적 가치 변동으로 설명할 수가 없다.

    매도세가 강하면 주가가 하락하고 매수세가 강하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현재까지의 주가 움직임은 수급 상황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기술적 분석에서는 현재까지의 주가 움직임을 보면 미래의 움직임까지 예측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기술적 분석이론은 분명 설득력이 있다.

    주가의 움직임을 보라는 것은 주가 선행의 법칙에 기초한 것이다. 주가는 실물 변화에 선행한다. 주가에 직접 영향을 주는 금리 변동도 예상할 수 있는 정도는 미리 주가에 반영되므로 정작 금리 변동 발표가 나도 주가에 별 변동이 없는 것을 볼 수 있다. 개별 기업 주가의 경우도 세력이 개입되면 주가 움직임에서 신호가 감지된다. 세력은 갑자기 주가를 올리지 않고 서서히 매집하는 경향이 있다. 주가가 바닥에서 급등하면 매물이 많이 나오고 매집 단가가 비싸지기 때문에 매집에 시간을 들이는 것이 주가 차트에 포착된다. 주가의 움직임은 호재 발표 전에 미리 상승 신호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세력이 고점에서 물량을 처분하면 역시 주가와 거래량에 나타난다. 호재가 고점에서 발표된다 하더라도 세력이 파는 모습이 거래량 증가와 주가의 흔들림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개미가 주식을 사면 대개 고점이고 팔면 대개 바닥인 이유는 개미는 주가의 추세를 보지 않고 감으로 판단해 투자하기 때문이다. 주가는 실물 변화에 선행하는데 개미는 실물 변화를 보고 뒤따라가기 때문에 ‘뒷북치기’식 매매를 하게 된다. 감을 배제하고 투자 판단을 하는 데 가장 유용한 도구가 기술적 분석이다. 그 필요성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기존의 기술적 분석 기법은 주가 방향을 예측하는데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무시되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기존의 기술적 분석 방법 중 가장 중시 되는 것이 캔들 차트 분석법과 엘리엇 파동이론이다. 우선 이 두 이론의 요지를 검토해보기로 하자.

    봉 차트 분석·엘리엇이론의 허실

    봉 차트라는 것이 있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주가 차트는 양초와 같은 막대기 모습으로 일정한 단위 기간의 주가 움직임을 표시한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하루 움직임을 표시하는 일봉이지만 단위 기간에 따라 월봉, 주봉도 있고 장중 주가 움직임을 표시하는 분봉도 있다.

    주가가 단위 기간중에 오르면 양봉이라고 해 흑백 차트에서는 백색, 컬러 차트에서는 적색으로 표시되고, 주가가 단위 기간중 내리면 음봉이라 하여 흑백 차트에서는 흑색, 컬러 차트에서는 청색으로 표시된다.

    봉 차트는 일본에서 유래됐다. 봉 차트를 미국에서는 양초 모양에 비유해 ‘캔들스틱 차트(candlestick chart)’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봉 차트 혹은 캔들 차트로 불린다.

    우리나라에서 기존에 나온 기술적 분석 이론서들은 캔들 차트 분석법이라고 해 일본 책에서 베낀 듯한 낡은 일봉 차트 분석법을 주로 소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에서는 마치 캔들 차트 분석법이 기술적 분석법의 전부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이론의 핵심은 한 개, 두 개 또는 몇 개의 일봉을 보고 주가의 추세를 판단하는 것이다. 주가가 장중에 하락하다 종가에 강하게 반등하면 상승세로 전환될 신호로 보거나 주가가 하락하다가 전날의 하락보다 강한 양봉이 한두 개 나오면 추세가 상승으로 전환될 신호로 보는 식이다. 일봉 한두 개를 보고 주가 추세가 전환된다는 식의 이론은 제비 한두 마리가 날면 계절이 바뀐다는 식의 분석처럼 어설픈 이론이다.

    캔들 차트 분석법은 실전에서 정확성이 떨어진다. 캔들 차트 분석법을 설명하는 책은 맞는 사례만을 예시하고 다른 사례는 예시하지 않는다. 또 이 기법은 일봉 차트 위주이므로 파동의 주기가 다른 차트에 사용할 수 없다.

    일봉 차트에 기초한 캔들 차트 분석법은 장중 주가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HTS에서 분봉 차트로 제공되기 전에 나온 구식 이론이다. 그 기법은 파동의 크기나 고점, 저점을 따져보지 않고 초단기간의 파동만을 보는 것이므로 추세 판단에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개미들이 일봉 차트를 주로 본다는 것을 아는 세력들은 이를 역이용하기도 한다. 장중에 물량을 처분하고서도 장 막판에 종가 관리를 해 일봉 차트가 망가지지 않도록 한다거나 아침 장에 인위적으로 주가를 띄워 일봉 차트 모양을 좋게 만든 다음 개미를 유인해 주식을 파는 식이다.

    “개미여, 펀더멘털 무시하고 파동 분석법으로 무장하라”

    파동 그래프



    한편 엘리엇은 미국 증시에서 검증한 데이터를 사용해 주가 움직임에 일정한 법칙이 존재한다는 이론을 주장했다. 엘리엇 파동이론의 핵심은 주가 파동은 상승5파와 하락3파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상승시 3개의 고점이 계속 높아지다 고점이 낮아지는 쌍봉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이모습을 로 그리면 위와 같다.

    엘리엇 파동이론은 너무나 널리 알려진 이론이고 많은 개미들도 이 이론을 실전에 적용하려 한다. 그러나 원리를 모르고 적용하려 들면 실전 차트에서 동일한 형태를 찾기 쉽지 않다. 개미들은 2000년 대세 하락장에서도 상승5파와 하락3파를 찾다 상승3파와 하락5파식으로 하락하는 주가에 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엘리엇이 상승5파와 하락3파를 말한 것은 미국 주식시장의 대세가 상승세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주식시장이 하락세라면 고점과 저점이 계속 낮아질 것이다. 하락3파는 고점과 저점이 낮아진 하락세의 시작을 의미할 뿐이다. 원리를 모르는 암기식 이론은 모르는 것만 못하다.

    파동원리 분석법은 필자가 처음으로 체계화한 이론이다. 주가의 움직임은 파동이므로 파동의 원리에 따라 분석하자는 것이다. 이 이론은 몇 가지 명제에서 출발한다. 기본 요소들을 알아보자.

    (1)파동은 고점과 저점이 높아지면 상승세이고 고점과 저점이 낮아지면 하락세다. (2)파동은 움직이는 방향으로 강하고 반대(조정) 방향으로 약하다. (3)파동의 큰 추세는 큰 파동에서 알 수 있고 실시간 변화는 작은 파동으로 나타난다. (4)큰 파동과 작은 파동의 방향이 일치하면 그 방향으로 강한 움직임이 나온다. (5)파동이 수렴하거나 좁은 박스권에서 오래 움직일수록 그 다음은 강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이상의 명제에서 각종 투자 원칙과 매매 기법이 파생된다. 예컨대 강하게 오르고 약하게 빠지는 종목은 다시 강하게 오를 가능성이 있으므로 매수 관심 종목이 되는 것이다.

    파동원리를 실전 차트에 적용해보면 정확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파동원리는 파동의 본질과 속성에 기초한 것이므로 모든 주가 파동에 적용 가능하다. 월봉 파동, 주봉 파동, 일봉 파동뿐 아니라 분봉 파동에도 적용되며 한국 주가 차트뿐 아니라 나스닥지수 차트 분석에도 적용될 수 있다. 또한 봉 파동이나 이동평균선 파동뿐 아니라 거래량 파동이나 스토캐스틱과 같은 보조지표 파동도 마찬가지 원리로 분석 가능하다. 파동원리 분석법이 아니면 모든 주가 파동을 분석할 수 없다. 이 기법의 상세한 내용은 졸저 ‘고변호사의 주식강의’(개미들출판사)에 자세히 수록돼 있다. 여기서는 기본적인 예 몇 가지만을 들어보겠다.

    # 쌍봉에 팔고 쌍바닥에 사라

    주가 파동이 상승중에 있더라도 파동의 고점이 낮아지거나 저점이 낮아지면 상승세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상승세가 하락으로 전환되는 초기 신호는 파동의 고점이 낮아지는 현상이다. 이것을 쌍봉이라고 한다. 하락세가 상승으로 전환되는 초기 신호는 파동의 저점이 높아지는 현상이다. 이것을 쌍바닥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쌍봉은 매도 신호이고, 쌍바닥은 매수 신호가 된다. 쌍봉과 쌍바닥은 파동의 크기가 클수록 큰 추세의 변화를 의미한다.

    “개미여, 펀더멘털 무시하고 파동 분석법으로 무장하라”
    은 종합주가지수 주봉 차트다. 한국에 외환위기가 온 것은 1997년 12월이었지만 지수 주봉 차트를 보면 1997년 8월에 이미 주봉 파동의 고점이 낮아지고 9월경에는 대세를 나타내는 20주 이동평균선이 쌍봉(A)을 만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가 차트만 살폈어도 몇 달 먼저 외환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증시가 외환위기로부터 탈출하리라는 것 또한 1998년 10월 주봉 차트에서 5주 이동평균선이 쌍바닥(C)을 만드는 것으로 미리 알 수 있었다. 개미들이 경기 회복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1999년 4월 이후였지만 지수 차트는 정확하게 6개월 먼저 그 추세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쌍봉과 쌍바닥은 파동원리 분석법의 기본이다. 월봉이나 주봉 같은 큰 파동은 물론 장중 주가 흐름도 같은 원리로 매매 신호를 잡을 수 있다. 매수의 정석은 파동의 쌍바닥이고 매도의 정석은 파동의 쌍봉이다. 개미들은 욕심이 있어 쌍바닥을 확인하지 않고 파동의 최저점에서 매수하려 하지만 외바닥은 주가 추가 하락의 위험이 있다.

    주식을 무릎에서 사라는 말은 쌍바닥 매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된다.

    쌍봉과 쌍바닥 파동의 해석에서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모습이 있다. 주가가 하락한 다음 반등이나 하락 없이 횡보하면 쌍봉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 이런 모습은 하방 경직이라기보다는 반등에 실패한 모습일 가능성이 더 크다. 하락 후 횡보형은 쌍봉보다도 강한 하락 신호로 본다. 반대로 주가가 한 단계 상승한 다음에 하락이나 조정 없이 횡보하면 하락하지 않고 지지되는 것으로 보아 쌍바닥보다 강한 상승 신호라고 본다.

    # 상승 N자형과 하락 N자형

    큰 파동과 작은 파동의 방향이 겹치면 그 방향으로 큰 힘이 나오는 것을 파동 공명 현상이라 한다. 실전 차트에서는 작은 파동이 상승하는 큰 파동 위에서 쌍바닥을 만드는 것을 상승N자형이라고 하고, 작은 파동이 하락하는 큰 파동 아래서 쌍봉을 만드는 것을 하락N자형이라고 한다. 상승N자형은 강한 상승세의 가능성을 나타내고 하락N자형은 강한 하락세의 가능성을 나타낸다. 그 가능성은 확률이 높다.

    “개미여, 펀더멘털 무시하고 파동 분석법으로 무장하라”


    는 2002년 5월 중반의 종합주가지수 30분봉 차트다. A점은 큰 파동인 20 이동평균선 위에서 작은 파동인 5 이동평균선이 쌍바닥을 만든 상승N자형이므로 그후 강한 상승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고, B점은 큰 파동인 20 이동평균선 아래에서 작은 파동인 5 이동평균선이 쌍봉을 만든 하락 N자형이므로 그후 크게 하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C점은 지수가 하락한 다음에 반등을 하지 못하고 밀리는 모습으로 쌍봉보다도 강한 하락 신호이고 역시 그후 폭락이 나타남을 볼 수 있다. 이같이 파동 원리에 따라 매매하면 주가나 시장의 흐름이 완성된 다음 따라가지 않고 매매신호 발생 초기에 미리 판단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뒷북치는 매매를 하지 않고 실시간 주가 변화에 반응할 수 있는 것이다.

    # 박스권 탈출에 주목하라

    주가가 일정 범위의 박스권에서 움직이거나 수렴하면 개미는 잦은 매매를 하다 손실을 입기 쉽다. 이럴 때는 박스권 탈출 시 강한 파동이 이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개별 종목을 매매할 때는 박스권에서 미리 사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박스권을 위로 탈출할 때를 기다렸다 추격 매수하는 것이 정석이다. 왜냐하면 예상과 달리 박스권을 아래로 돌파하면 폭락으로 큰 손실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미여, 펀더멘털 무시하고 파동 분석법으로 무장하라”


    은 2001년 하반기의 종합주가지수 일봉 차트다. 지수가 2001년 8월 만든 박스권(A)을 아래로 돌파할 때 강한 하락이 뒤따르고, 9월 초에 만든 박스권(B)을 다시 이차로 하향 돌파할 때 폭락장세가 왔다. 아울러 9월 중순과 하순에 만든 박스권(C)을 위로 돌파할 때(D) 강한 상승세가 나옴을 확인할 수 있다.

    세력이 쥐고 흔드는 주식시장에서 휘둘리는 개미는 주가 차트의 파동에 나타나는 주가 추세에 순응해 매매하는 것이 유일한 투자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세력과 같은 시장의 선도 주체가 움직이는 모습도 주가 파동에 나타난다. 위 차트에서 보는 바와 같이 주가의 움직임은 어떤 원칙이 있다기보다는 파동이 실시간으로 만들어내는 고점과 저점, 강약의 파동, 큰 파동과 작은 파동과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추세만이 현재의 진실임을 알 수 있다.

    파동 원리 분석법에 의해 주식을 매매하는 경우 감을 배제하고 실시간 차트의 변화에 순응하게 되므로 세력의 언론 플레이, 호재 발표, 상승이나 하락 분위기에 휩쓸려 뒤쫓아가는 뇌동 매매를 피할 수 있게 된다. 오히려 그런 것들이 세력의 마케팅 수단임을 간파해 미리 조심할 수 있다. 신문,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가며 정보를 찾는 시간까지 줄일 수 있으니 일석 삼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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