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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의 현장 ⑦|전라북도 무주군

반딧불 쏟아져내리는 청정 고장의 ‘유리알 행정’

  • 양영훈 < 여행작가 > travelmaker@hanmir.com http://www.travelwriters.co.kr

반딧불 쏟아져내리는 청정 고장의 ‘유리알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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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군청의 열린 행정사례는 또 있다. 무주군은 관급공사의 입찰비리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전국에서 군 단위의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전자입찰제’를 도입했다. 군청에서 홈페이지를 통해 입찰공고를 하면 업체는 입찰에 필요한 서류를 다운받아 작성한 후 인터넷으로 접수시키면 된다. 입찰결과는 입찰일시, 예정가격, 입찰업체, 복수예비가, 입찰등록업체와 입찰금액 등으로 세분되어 군청 홈페이지에 공고된다.

또한 지난 3월부터 무주군은 관급공사를 입찰할 때마다 참가업체당 1000만원씩 받아오던 입찰수수료를 없앴다. 대부분의 관공서가 여전히 징수하고 있는 입찰수수료는 관급공사 입찰에 참여하는 군소업체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고, 세수(稅收)가 부족한 자치단체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수입원이다. 그런 현실을 감안하면 무주군은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무주군청만큼이나 크게 달라진 게 또 있다. 바로 무주장터다. ‘반딧불장터’로 명명된 무주장터는 여느 재래시장과는 판이한 모습의 현대식 장터와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다닥다닥 붙어있던 낡은 상설점포들을 헐어내고, 그 자리에 오일장(1·6일)마다 들어서는 노점들을 위한 공간과 널찍한 원형광장을 조성했다.

아울러 장터 전체의 길바닥에는 붉은 벽돌을 깔고 곳곳에 깔끔한 천막과 의자를 설치해 장이 서지 않는 날에는 인근 주민들이 만남과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장터 한쪽에는 청결하게 관리되는 화장실과 아담한 어린이 놀이터, 그리고 무주군 전통수공예품 상설 전시판매장도 마련돼 있다. 그러다보니 전통적인 장터의 어수선하면서도 소박한 정취를 느낄 수 없어 오히려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굳이 장날이 아니더라도 장터 안의 순댓국집에서 푸짐한 토종순대를 맛보거나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을 성싶은 공간이다.

반딧불장터 외에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무주군이 지역주민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마련한 시설과 제도는 한둘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무료순환버스’. 이 버스는 ‘손바닥만한’ 무주읍내 중심가와 외곽을 쉼없이 돌면서 자가용 없는 주민이나 택시비가 아까운 노인들, 그리고 관내 지리에 익숙지 않은 외지관광객들의 다리가 돼준다. 또한 대형버스를 개조한 ‘형설지공 이동도서관’은 날마다 무주군의 면소재지와 마을들을 순회하면서 각종 단행본과 잡지를 주민들에게 무료로 빌려준다.



무주읍내의 한풍루 옆에 건립된 예체문화관(藝體文化館)은 주민복지에 대한 무주군의 관심과 투자가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연면적 1812평의 이 문화관은 136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지난해 완공했는데, 그 규모와 시설이 웬만한 대도시의 복합문화관 못지 않다. 문화관 내부에는 수영장, 헬스장, 에어로빅실, 소극장, 형설지공 군립도서관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섰다. 특히 수영장은 25m 길이의 레인 4개와 어린이용 풀, 사우나실 등을 골고루 갖춰 무주군민들뿐 아니라 이웃한 금산, 영동, 장수군 지역 주민들에게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다양한 농외 소득원 육성

무주군의 복지정책은 ‘삶의 질 향상’과 ‘생산적 복지’를 지향한다.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책의 결과물로는 앞서 언급한 무료순환버스, 형설지공 이동도서관, 예체문화관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생산적 복지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한마을 한가정 한상품 만들기 운동’을 첫손에 꼽을 만하다.

이 운동은 무주군의 모든 마을과 가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농외(農外) 소득원을 발굴·육성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나아가서는 주민들의 소득증대를 돕기 위한 사업이다. 노령인구의 비율이 나날이 증가하는 우리 농촌 실정을 감안할 때 이 운동의 가장 큰 수혜자는 노인들일 수밖에 없다. 일로부터 소외된 노인들에게 새로운 일거리를 마련해주고, 농한기면 하릴없이 소일하던 사람들에게 다양한 소득원을 창출해준다. 일과 돈이 생기는 이 운동을 통해 노인들의 복지문제까지도 어느 정도 해결하게 되는 것이다.

이 운동의 일환으로 무주군 전체에서 생산되는 상품은 청국장, 된장, 사과고추장, 쌀조청, 장아찌 등의 전통식품에서 짚, 덩굴, 나무, 털실, 싸리 등을 소재로 한 전통수공예품까지 약 70여 개 품목에 이른다. 3300여 가구가 참여하는 이 운동을 위해 지난해 무주군은 42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용기와 포장재를 지원했다. 주민들이 생산한 상품은 반딧불장터 직매장을 통해 무주군의 대표적인 지역특산물로 판매되며, 판매수수료를 떼지 않고 수익금 전액을 생산자에게 입금시켜준다고 한다.

주민복지 증진과 함께 무주군 자치행정의 양대 축을 이루는 것은 생태환경 보전이다. 무주군은 산림면적이 넓고, 2차산업의 비중이 극히 낮아 자연의 오염·훼손 정도가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그래서 높고 깊은 백두대간 자락의 심산유곡에서 흘러내리는 금강 상류의 물길에는 쉬리, 피라미, 갈겨니, 다슬기 등 1, 2급수가 아니면 살 수 없는 민물고기가 흔하다. 오늘날 무주군이 반딧불이의 고장으로 유명해진 것도 비교적 잘 보전된 생태환경 덕택이다.

무주군에는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반딧불이 서식지가 있다. 1982년에 무주군 설천면 청량리 남대천 일대의 반딧불이와 그 먹이(다슬기) 서식지가 천연기념물 제322호로 지정된 것.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지는 벌써 20년이나 지났지만, 그동안 주민이나 외지인 모두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인 1997년부터 해마다 반딧불축제가 열리면서 반딧불이는 청정 환경의 척도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무주군은 이 축제를 통해 ‘하늘(대기), 땅(토양), 물(수질)이 조화로워야 살아갈 수 있는 반딧불이의 고장’이라는 지역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즉 반딧불이가 살 만큼 자연이 깨끗하다는 인상을 외지인들에게 확실하게 심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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