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가보면 광장이나 공원, 거리의 한적한 곳에서 부드럽게 몸을 움직이며 기공수련을 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 사람들에게 ‘지금 뭘 하고 있냐’고 물어보세요. 모두가 ‘운동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운동이라고 하면 흔히 강하고 동적인 것, 격렬한 것만 생각하는데 이는 서양적인 발상입니다. 기공은 엄연한 운동이며 체조입니다. ‘스포츠 기공’이란 이름도 기공을 대중화하자는 의미에서 붙인 것입니다.”
김교수는 기공을 ‘동양운동’이라고 잘라 말한다. 먼저 그는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의 차이점에 견주어 서양운동과 동양운동의 차이점을 설명한다.
“서양의학이 내과, 외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정신과 등으로 세분돼 자기 분야의 전문성은 뛰어난 반면 인간의 몸을 하나의 전체적인 유기체로 보지 못해 가끔 잘못된 처방을 내리곤 합니다. 그러나 동양의학은 머리가 아프면 손을 살피고 배가 아프면 발을 주무르는 식으로 전신의 연결과 순환을 생각합니다. 동·서양운동도 이렇게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서양운동은 목운동, 팔운동, 허리운동 등으로 세분돼 있고 특정 부위의 기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만, 동양운동은 전신의 고른 발달과 조화를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전신운동이죠. 서양운동이 에너지를 소비해 그것으로부터 쾌감을 얻는 운동이라면 동양운동은 에너지를 축적해 몸을 보(補)하는 운동입니다. 또 서양운동이 신체를 훈련시켜 정신을 조절하는 운동이라면 동양운동은 정신을 훈련하여 신체를 조절하는 운동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알고보면 김교수도 처음엔 ‘서양운동’을 했던 사람이다. 기공을 처음 접했을 때 그는 인하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하고 인천 재능대학(당시 대헌전문대학) 사회체육과 강사로 재직중이었다. 그의 집안도 ‘체육 집안’이다. 부친 김영환씨는 인하대 체육교육과 교수로 정년퇴직했고, 형 기호(45)씨는 한경대 체육과 교수, 동생 기용(38)씨는 현재 중학교 체육교사로 재직중이다.
김교수는 체육을 전공한 아버지와 왕년에 이름난 배구선수였던 어머니 슬하에서 자연스럽게 운동을 배우게 됐고, 중학교 때까지 육상 및 축구선수로 뛰었다. 그리고 체육 지도자의 꿈을 키워 당연한 듯 강단에 섰다. 그러다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 것은 1990년 여름, 한국기공협회가 주최한 연수에 초대되면서부터.
당시 기공관련 단체로선 최초로 대중에게 선보인 이 협회 소속의 기공 강사들을 대상으로 체육학을 강의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그때 그는 기공협회를 ‘도사(道士)들의 모임’ 쯤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기공협회 회원들을 보니 거의 다 멀쩡한(?) 젊은 사람들이더군요”라며 그는 허허 웃었다. 강의가 끝나고 그들이 하는 수련을 지켜보았다. “도대체 저게 무슨 운동이냐, 저런 건 나도 당장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 ‘운동 같지도 않은 운동’을 한번 따라해보았다.
“30분 정도 한 것 같은데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으며 기진맥진했어요. 항상 건강하고 유연하다고 자신해왔는데 그때 처음으로 제 몸이 무척 경직돼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물 속에서 발견한 기공의 원리
정식으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다음날 기공협회의 문을 다시 두드렸다. 이것이 기공과 그를 이어준 첫 인연. 하지만 그도 솔직히 얼마동안은 ‘기의 흐름’ 같은 것은 느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목욕탕에서 하나의 ‘발견’을 하게 된다.
어느날 욕조에 몸을 담그고 앉아있다가 물 속에서 기공 자세를 취해보았다. 손을 슬슬 움직여보았는데 그동안 제대로 되지 않던 동작들이 부드럽게 잘되는 것이었다. 갑자기 편해지면서 눈이 스르르 감기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물 밖으로 나와 물 속에서 감지했던 동작을 재현해보았다. 제대로 되지 않았다. 물 속에 들어가 해보고, 나와서 다시 해보길 여러 번…. 아르키메데스의 발견처럼 큰 깨달음을 하나 얻을 수 있었다. 물 속에서의 동작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동작이라는 것.
그때부터 줄곧 물 속에서의 동작과 그 원리, 이것을 물 밖에서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에 몰두했다. 4년 동안 매일같이 목욕탕에서 살다시피 했다. ‘우리 몸의 움직이는 법칙’을 알게 되면서 기감(氣感, 기의 느낌)도 더욱 크게 다가왔다.
여기서 잠깐 기감에 대해 알아보자. 기의 느낌은 대체 어떤 것일까? 기공에서는 이것을 팔촉(八觸)으로 정리한다. 짜릿짜릿한 느낌, 따뜻해지는 느낌,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 손이 묵직해지는 느낌, 그러면서 딱딱한 것이 풀리고 부드러워지는 느낌 등이 사람들이 기를 느꼈을 때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현상들이다.
어릴 적 흔히 ‘전기놀이’란 것을 해보았을 것이다. 팔목을 잡고 피가 안 통하게 한 다음 자기 나이만큼 손을 오므렸다 펴고 거기에 손가락을 갖다대면 짜릿짜릿해지는데, 이를 전기놀이라고 했다. 김교수는 이 놀이에서도 사실은 피가 통하지 않아 짜릿한 게 아니라 기의 흐름을 막고, 거기에 기가 흐르는 손가락을 갖다대니 짜릿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공을 오해하는 사람들 중엔 이른바 ‘기 치료’라 하여 높은 기를 가진 사람이 기가 허한 사람에게 기운을 나눠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김교수는 이를 맹신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물론 기가 충천해 가까이 하기 힘든 사람이 있고 허약한 사람도 있지만, 기는 서로 나눠주고 채워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교수는 “다른 사람의 기를 받으려 노력하기보다 기공수련을 통해 자신의 원기를 회복하는 게 더욱 빠른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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