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덩샤오핑은 실사구시의 관점으로 돌아갈 것을 역설했다.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안에 골몰하지 말고 당장 필요한 것을 실행하자는 것. 덩은 당시 중국의 당면과제로 이른바 원바오(溫飽) 문제해결을 들었다. 먼저 인민의 춥고 배고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당면한 개혁·개방의 최우선 과제라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기본 입장을 견지했다. ‘원바오’. 이 간결한 문자로 중국개혁·개방의 당면 방침이 정해진 셈이다. 이후의 과정은 중국에서 흔히 쓰는 말 그대로 “상부에는 정책이 있고, 현장에는 대책이 있다”는 식의 강한 추진만이 남아 있었다.
춥고 배고픔을 해결하라
1976년부터 1984년까지 중국 대륙 전역에서 사상 초유의 개혁적 실험들이 펼쳐졌다. 흔히 가장 큰 성과로 평가하는 ‘경제특구’ 정책을 제외하고도 이 시기에 진행된 농촌, 기업체제에서의 일련의 정책들은 중국의 체제변화에 중대한 돌파구를 마련했다. 특히 평가해야 할 부분은, 이 시기에 중국 국민경제 운영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했다는 점과 지도부가 경제 발전에 대한 인식에서 과거의 낡은 사고를 떨쳐냈다는 점이다. 이 과정은 ‘문화대혁명’ 정리기에 잔존했던 낡은 좌파적 잔재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것이다.
이 결과 1984년 이후 1992년까지 중국은 낡은 사상에서 완전히 탈피하고 개혁·개방의 성과를 제도화하기 위한 기나긴 모색에 돌입하게 된다. 이 시기에 정책적 목표와 수단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사이 중국의 경제가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왔다. 현실은 더욱 체계적이고 계획성 있는 방향제시를 요구했다. 이 과정은 당시 중국사회에 만연했던 ‘사상해방’ 풍조와 맞물리면서 중국 경제학계에 체제개혁 모형과 관련된 7대 학파의 개화를 이루어냈다.
좀 따분하더라도 중국 경제학계 7대 학파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중국 경제개혁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이 7대 학파의 기본 주장을 차근차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