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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深淵이 있다

우리 시대의 ‘아름다운 남자’ 설경구와의 하룻밤 이틀 낮

  • 이나리 byeme@donga.com

냉정과 열정 사이, 深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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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설경구(36)를 만나러 가는 맘은 불편하다. 방금 전 조조할인 요금으로 본 영화 ‘오아시스’는 기이하게 아름다웠다. 설경구가 연기한 사회부적응자 ‘종두’도 갈수록 어여뻣다. 그가 사랑하는 뇌성마비 장애인 ‘공주’(문소리)도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속이 개운칠 않다. 그를 너무 많이 알아 더 물어볼 말이 없을 듯도 하다.

사실은 지금 긴장하고 있는 게다. ‘박하사탕’의 ‘김영호’가, ‘공공의 적’의 ‘강철구’가, ‘오아시스’의 ‘홍종두’가 눈가를 어지럽힌다. 그들 모두이면서 또한 그들이 아닌 이 배우는, 독하고 낯을 가리며 입조차 무겁단다. 시시콜콜 사생활 따져 묻는 걸 무엇보다 싫어한단다. 그를 만나기 위해 읽어치운 다섯 권의 시나리오와, 단행본 두 권 분량의 지난 기사들과, 몇몇 지인들의 ‘증언’이 머릿속에 엇비슷한 정보를 계속 입력시킨 탓이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는 싫은 건 분명하게, 그냥 싫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런 인간은 무섭다. 강하고 독종이다. 사실, 새 영화 캐릭터에 맞춘다고 두 달 만에 몸무게를 20㎏씩 늘였다 줄였다 하는 이가 어디 보통 사람인가.

설경구는 지금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의 김상진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 ‘광복절 특사’ 촬영을 위해 전주에 가 있다. 차로 3시간을 달려 도착한 촬영 현장은 시 외곽에 있는 전주공고다. 웬만한 초급대학 뺨치게 넓은 학교 저 안쪽에, 8억원을 들여 세웠다는 교도소 담장 세트가 제법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먼저 도착한 사진기자가 막 촬영을 시작한 참이다. 한껏 친근한 웃음을 날리며 다가섰건만 돌아오는 눈빛에는 감정이 없다. 인사 삼아 고개를 끄덕인 것도 같은데…. 모르겠다.



사진기자가 장소를 바꾸잔다. 아무래도 얼굴이 굳어 있다. 미리 읽어둔 기사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사진 찍히는 게 영 어색하다는, 자신은 모델이 아니라 배우인데 그런 것까지 다 잘할 수 있겠냐는. 지금 딱, 그 심정인가보다.

몇 컷 찍지도 않았는데 그만했으면 한다. 때마침 스태프 한 명이 뛰어와 감독이 부른단다. 그를 따라 영화 촬영현장으로 간다. 40~50명은 족히 될 듯한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가 자기 몫의 연기를 하는 동안 카메라 뒤쪽에 우두커니 서서 구경을 한다. 주변의 잡풀숲 때문인지 모기가 정말 많다. 누군가 옆에서,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밤이 되면 입안까지 날아 들어올 지경이라고 귀띔해준다.

옆에는 톱 모델 출신의 톱 배우 차승원이 자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팔도 길고 다리도 길다. ‘광복절 특사’는 탈옥한 두 죄수가 광복절 특사 명단에 자신들이 끼어있는 걸 알곤 다시 감옥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차승원은 무식하고 힘만 센 ‘무석’ 역을, 설경구는 애인의 결혼 소식에 광분하는 사기꾼 ‘재필’ 역을 맡았다. 얼른 보기에도 두 배우는 사이가 무척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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