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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아닌 현대전자· 현대건설·현대증권이 창구”

‘총풍’ 주역 장석중이 말하는 현대 대북 비밀지원 내막

  • 글: 엄상현 gangpen@donga.com

“현대상선 아닌 현대전자· 현대건설·현대증권이 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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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과 정몽헌 회장 간의 대북사업 진출 다툼이 문제의 시작이라고 한 적이 있는데.

“나와 정몽구 회장이 추진했던 통천연구소에 50억원만 투자했어도 대북사업을 잘 추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정몽헌이 중간에서 (정주영 회장의) 편지를 가로챘다. 왕회장(정주영 명예회장)에게 나를 팔아서 (편지를)받아내 이익치를 시켜 요시다 라인을 통해 북한에 전달했다. 그때 정몽헌은 북한에 ‘큰 떡’을 제안했다. 그게 바로 수천억원이 들어가게 된 이유다.”

장씨 설명은 엄의원의 폭로내용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장씨는 현대의 대북 비밀자금지원 창구로 현대상선이 아닌 현대전자와 건설, 증권 등을 지목했다. 또 현대상선이 산업은행으로부터 4900억원을 대출받은 2000년 6월 이후 북한에 자금이 전달된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이전에 다른 통로를 통해 북한에 자금이 전달됐음을 시사했다.

과연 장씨 이야기는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걸까. 만일 사실이라면 그동안 한나라당에서 제기한 현대 비밀지원설은 방향을 잘못 잡아도 한참 잘못 잡은 셈이다. 그리고 새로운 의혹의 출발점으로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킬 여지도 충분하다.

현대전자 1억달러 송금의 비밀



실제로 엄의원이 주장한 현대상선 4억달러 대북 비밀지원설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당초 한나라당은 현대상선으로 나간 산업은행 대출금의 흐름에 대해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현대상선 → 현대아산 → 북한’ 또는 ‘현대상선 → 국가정보원 → 북한’. 엄의원은 “문제의 자금에 대한 계좌추적을 해 보면 어느 시점에 가서 흐름이 딱 끊길 것”이라며 의혹을 부추겼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2000년도면 외환시장이 무척 민감했을 때다. 4억달러 정도의 외화가 움직였다면 외환시장에 뭔가 변화가 있었을 텐데 그런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특히 당시는 IMF의 요구에 의해 보름마다 외환보유고를 발표해야 했고, 국내 외환보유고를 늘리느라 정신이 없던 때다. 현대상선과 산업은행에 대한 감사원의 특별감사가 진행되는 중이라 섣불리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은 산업은행의 대출금이 자금난에 허덕이던 현대 계열사들에 대한 지원용도로 사용됐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가 있다면 부당내부자거래 혐의가 짙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10월28일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이 새로운 대북 비밀자금지원 의혹을 터뜨렸다. 이번엔 현대상선이 아닌 구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 영국 현지법인 반도체공장 매각대금이 문제가 됐다.

현대전자가 2000년 5월 영국 현지공장을 모토로라사에 1억6200만달러를 받고 매각한 후 이 중 1억달러(1200억원)를 현대건설 중동지역 종속회사인 ‘알 카파지’로 보냈다는 것. 그런데 ‘알 카파지’가 유령회사라는 것이 의혹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현대건설이 2002년 4월1일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자본금 5000만원에 불과한 ‘알 카파지’는 2001년 유동자산 ‘0’, 고정자산 ‘0’으로 사실상 사라진 회사나 다름없다.

특히 현금 유동성 문제에 봉착해 있던 현대전자가 무려 1억달러를 자본금 5000만원에 불과한 현대건설 자회사로 송금한 것부터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사라진 1억달러는 과연 대북 비밀지원금으로 사용된 것일까. 이 의원은 이와 같은 의문에 대해 비교적 솔직하게 답했다.

“의혹은 제기했지만 실제로 북한으로 건네진 자금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해외에서 이뤄진 자금흐름을 추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상선의 산업은행 대출금보다는 그 개연성이 훨씬 높다고 본다.”

이 의원은 아울러 엄의원이 제기했던 현대상선 대출금 대북지원 의혹에 대해서도 나름의 시각을 피력했다.

“국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은 자금이 달러로 바뀌어 해외로 몰래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대가 특혜대출을 받은 대가로 대출금 일부를 여권에 정치자금으로 제공했을 수도 있다. 해외에서 먼저 북한으로 자금을 보내고 난 다음 공백이 생긴 부분을 국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메웠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장석중씨의 주장과 일맥 상통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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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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