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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북한 핵과 격동의 한반도

사면초가에 몰린 북한의 마지막 승부수

[정밀 분석] 제2차 북핵 위기 A to Z

  • 글: 이정훈 hoon@donga.com

사면초가에 몰린 북한의 마지막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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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에 몰린 북한의 마지막 승부수

우라늄을 농축하는 원심분리기는 분당 7만회씩 회전해 사람 귀에는 그 회전음이 들리지 않는다.

원심분리기 한 대를 1년 간 가동했을 때 얻을 수 있는 90% 농도의 고농축 우라늄이 30g이라고 했으니, 50kg을 생산하려면 1700여 개의 원심분리기를 돌려야 한다. 실제로 1990년대 초반 파키스탄은 2000개의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60kg의 농축우라늄을 얻었다고 한다. 그러나 서방국가는 원심분리기를 공산국가에는 팔 수 없는 COCOM(對 공산권 수출통제위원회) 규제 품목으로 지정해 놓고 있다.

북한이 파키스탄으로부터 핵제조 기술을 도입한다는 보고는 1996년부터 있었다. 파키스탄은 고농축 우라늄 생산 기술을 갖고 있었으나, 우라늄탄을 운반하는 미사일 제조 기술이 취약했다. 북한은 파키스탄에 스커드B 미사일과 노동미사일 개발에서 습득한 기술을 제공하고 대신 원심분리기를 비롯한 핵 제조 기술을 넘겨받았다. 북한은 이 기술을 토대로 우라늄탄 제조에 착수했고, 파키스탄은 가우리 미사일 개발에 돌입한 것이다.

파키스탄이 북한으로 원심분리기를 넘겨주려고 한 사실이 포착된 것은 1998년이었다. 지난 10월24일 신건(辛建) 국정원장은 국회 정보위에서 “북한이 파키스탄의 핵 연구기관인 칸연구소에서 원심분리기 자재를 구입하려고 해, 미국과 함께 저지했다”라고 보고한 바 있다.

앞에서 설명했듯 원심분리기는 길이 3.2m, 직경 22cm 밖에 되지 않는 원통이라 큰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다. 200∼300평 크기 방이라면 40기 정도를 설치할 수 있고 5000∼6000평 크기 공간이라면, 1000여기의 원심분리기를 설치할 수 있다. 북한은 지하 동굴을 파는데는 명수여서, 지하에 5000∼6000평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자동차를 시속 140km 정도로 몰면 rpm이 올라가 상당한 엔진 소음이 발생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5000∼6000평의 공간에서 7만 rpm으로 돌아가는 원심분리기 1000여 대를 동시에 돌린다면, 그 소음은 대단할 것이다. 그러나 원심분리기는 회전속도가 너무 빨라 인간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영역의 소리가 난다. 때문에 바로 곁에 사는 사람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가 없다. 북한은, 지역 주민 몰래 고농축 우라늄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도킹 속도가 결정하는 리틀보이의 힘

이렇게 해서 북한이 임계질량치의 고농축 우라늄을 얻었다고 가정해보자. 고농축 우라늄은 임계질량치에 도달하는 순간 바로 핵분열을 일으키므로,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상공으로는 거대한 버섯구름이 발생한다. 따라서 우라늄을 농축할 때는 임계질량치만큼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하는 것 못지 않게, 핵분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군 손에 있을 때는 터지지 않고, 오직 적 상공에 떨굴 때만 터지도록 조작해 놓아야 하는 것이다.

사면초가에 몰린 북한의 마지막 승부수

<그림 1> 포탄형으로 제작된 우라늄탄의 구조도.

리틀보이는 이를 위해 처럼 가운데 차단벽을 설치한 용기안에 고농축 우라늄을 나눠 넣었다. 그리고 한쪽의 고농축 우라늄 뒤에 TNT 폭약을 넣고, 그 뒤에는 정해진 시간에 TNT를 터지게 하는 기폭장치를 설치했다.

리틀보이는 B-29 폭격기에 실려 5000m 상공에서 떨어졌는데 지상 500m 상공쯤에서 기폭장치가 작동했다. 그 순간 TNT 앞에 있던 고농축 우라늄이 다른 편에 있던 고농축 우라늄을 향해 발사되었다. 그로 인해 두 개의 고농축 우라늄은 ‘착’ 달라붙어 임계질량이 되었고, 그와 동시에 핵분열(폭발)이 일어났다.

이러한 방식은 한쪽에 있던 고농축 우라늄을 ‘포탄’처럼 반대편에 있는 고농축 우라늄으로 쏴준다고 해서 ‘포탄형(Gun Type)’이라고 한다. 히로시마는 포탄형 리틀보이에 의해 쑥대밭이 되었다. 그러나 리틀보이에서 제대로 핵분열을 일으킨 고농축 우라늄은 3%(1.5kg)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나머지 97%(48.5kg)의 고농축 우라늄은 핵분열을 하지 못하고 대기중으로 흩어져 버렸다.

리틀보이가 위력을 충분히 발휘케 하려면 두 개의 고농축 우라늄이 ‘도킹’하는 속도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해줘야 한다. 리틀보이에서 TNT가 한 쪽에 있던 고농축 우라늄을 쏴 준 속도는, 초속 약300m(시속 약 1080km)였다. 이는 오늘날 제트 여객기가 날아가는 속도와 비슷하다.

1945년의 기술로는 고농축 우라늄을 여객기 속도로 날려보낼 수 있었기 때문에, 리틀보이는 세게 터지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우라늄탄을 만들 때는 고농축 우라늄 두 개의 도킹 속도를 높이는 기폭장치 개발이 중요하다.

그러나 포탄형에서는 두 개의 고농축 우라늄을 거리를 두고 떨어뜨려 놓아야 하기 때문에 도킹 속도를 올리는데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나온 것이 ‘내폭형’이다. 내폭형은 물리적인 거리를 두지 않은 상태에서 고농축 우라늄을 도킹시키는 것인데, 이는 플루토늄탄 부문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

이러한 한계가 있지만 포탄형 우라늄탄은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 포탄형으로 제작되는 우라늄탄은 핵실험을 해보지 않고 사용해도 거의 100% 폭발이 보장된다는 점이다.

핵실험을 하면 국지적으로 지진이 일어나 주변국에서 핵실험 사실을 알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 제재를 가한다. 하지만 우라늄탄은 핵실험을 할 필요가 없어 비밀리에 만들어 두었다가, 상대가 ‘까부는 순간’ 와장창 터뜨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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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정훈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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