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겨냥했던 일본이 다시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의 전략산업은 곧 우리의 성장주력산업이다. 중·일간 패권다툼은 동북아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한다. 지역패권구도의 중재자요 조정자로 나서는 것이야말로 21세기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시대정신이다.
위기의 악령이 우리 사회를 배회하고 있다. 정치권은 총체적 부정부패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국민에게 체념과 절망을 안겨주고 있다. 나라의 성장 잠재력은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청년실업률은 날로 높아져 꿈을 상실한 젊은 세대를 양산하고 있다. 이념적 대결구도와 세대간 갈등이 확대 심화되면서 사회적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게다가 지식인 사회에는 냉소주의가 팽배해 있다.
모든 국민이 염원하는 ‘정상국가’의 실현은 언제나 가능할 것인가. 탄핵 국면 이후 새롭게 출발하는 대통령과 새롭게 구성될 국회는 이와 같은 중층적 위기구조를 혁파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사회적 친화력을 회복하고 발전의 목표를 향해 사회적 에너지를 결집시키기 위한 몇 가지 기본과제와 전략을 요약해 보기로 한다.
[혁신 통한 성장잠재력 강화해야]
첫째, 활력 있는 시장경제를 통해 선진국 진입을 실현해야 한다. 지난해 새 정부가 등장하면서 참여민주주의 같은 정책 ‘이슈’가 부각되었다. 또한 최근 발전전략에 관한 논의과정에서도 경제성장의 목표가 평가절하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경제성장은 여전히 핵심적 국가 전략목표로 추구되어야 한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의 사회간접자본과 교육, 의료, 환경 및 문화 등의 ‘사회적 자본’은 극히 취약한 실정이다. 사회경제적 발전의 지표로 평가할 때 우리는 아직도 후진국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성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성장없는 발전은 불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경제적 혁신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 기존의 기술 모방에 의한 외형 중심의 팽창전략을 혁신주도형 전략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은행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전략 수정은 기업의 기술개발 노력과 함께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및 대학교육의 질적 개선이 병행되어야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다.
경기부양을 위한 투자촉진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도 양적 규모의 확대보다는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을 통한 성장잠재력 배양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성이 있다. 노동이나 자본의 투입 규모에 의존하는 외연성장 전략은 이제 중국을 비롯한 후발공업국의 성장으로 인해 우리의 비교우위가 급속하게 잠식된 상태에서는 무의미하다. 국내의 여러 예측기관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성장견인차 역할을 맡고 있는 전략산업도 기술적인 도약 없이는 향후 5∼10년에 걸쳐 경쟁력을 상실할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규제 개혁은 투자 유치의 첫 단추]
혁신을 통해 기술적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 의식, 관행이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 개발도상국이 대부분 선진국 진입에 실패한 주된 원인도 혁신에 조응하는 제도적 요소들이 결여된 데서 찾을 수 있다. 외연성장이 관(官) 주도의 인위적 인센티브에 의해 가능했다면, 기술혁신은 경쟁적 시장의 인센티브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순응적인 제도개혁뿐만 아니라 그에 상응해 사회구성원의 의식 전환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제도 개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관련법과 제반 규제의 시장순응성 여부를 검토하여 재정립하는 작업이다. 이때 규제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 자의성이 개입될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규제는 정경유착을 조장하고 기업의 에너지를 ‘로비’에 집중시킴으로써 거래비용을 증가시키는 부작용을 유발한다.
세계화에 따라 전통적인 생산요소와 기술 정보의 이동이 자유로운 상황에서는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데에 제도적 요인이 절대적 중요성을 가진다. 특히 다국적기업이 국가간 투자 입지요건을 비교할 때 제도적 요인을 의사결정의 핵심적 요소로 평가한다. 국가간 제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