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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규 미스터리’ 베일 벗을 수 있나

‘도피배후’ 수사, 미국측 협조에 달렸다

  • 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최성규 미스터리’ 베일 벗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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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이 같은 답변은 최 전 총경이 도피했을 당시 검찰수사와 관련해서 했던 진술을 되풀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밀항권유설의 실체를 밝히는 데 있어 검찰의 가장 큰 딜레마는 이처럼 관련자들의 진술이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모두 엇갈리며 각기 따로 노는 데 있다. 특히 무엇보다도 최 전 총경이 밀항권유설의 실체를 완강히 부인해 수사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는 당초 “밀항권유는 없었다”에서 “밀항 이야기가 있었던 것은 맞다. 하지만 최규선씨가 먼저 해외로 도피하겠다고 해서 나는 ‘당신은 출국금지돼 있어 못 나간다. 나가려면 밀항밖에 없다’고 말했을 뿐 청와대의 지시를 받거나 밀항을 권유한 적은 없다”로 진술이 바뀌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다.

LA 음악학원 인수자금 출처는?

밀항권유설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최 전 총경 본인의 해외도피 배후 의혹과 관련해서도 아직 뚜렷한 단서 하나 없다. 그는 2002년 4월20일 미국 뉴욕 JFK공항에 대기중이던 한국영사관 직원과 취재진 등을 감쪽같이 따돌리고 일반 통로가 아닌 별도 통로로 공항을 빠져나가 도피배후에 대한 의혹이 제기돼왔다. 상식적으로 볼 때 이는 누군가의 조력 없인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최 전 총경은 이번 검찰수사에서 “미국 당국이 별도 통로로 나가라고 해 나도 이상하게 생각했다”는 식으로 도피배후의 존재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만일 그런 ‘샛길 통과’를 전혀 예견하지 못했다면 그는 왜 하필이면 현지 경찰주재관 등에 의해 체포될 위험부담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큰 미국을 택했을까.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 최 전 총경의 도피 정황을 비교적 잘 알 만한 위치에 있었던 사람은 당시 그의 직속상관이던 이모 전 경찰청 수사국장이다. 그는 4월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규선 게이트’ 당시 경찰이 최 전 총경의 도피를 방조하고 비호한다는 의혹을 무척 많이 받았다. 그러나 그때 해외에서 그를 체포하지 못한 것은 체포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탓도 크다”며 “이번에 드러난 최 전 총경의 개인비리도 내가 수사국장으로 부임하기 전에 저지른 일이어서 나와는 무관하다. 경찰조직의 명예를 실추시킨 최 전 총경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이번 검찰수사에서 낱낱이 밝혀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4월8일 현재까지 이 전 국장에 대한 검찰의 참고인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최 전 총경의 도피 의혹과 관련, 검찰이 그의 부인 정모(52)씨를 특히 주목해야 할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최 전 총경이 미국으로 도피한 이후 한국과 미국을 넘나들며 남편의 도피행각을 도운 정씨는 2003년 5월경부터 미국 LA 한인타운 인근에 대리인을 내세워 음악학원을 운영해왔다. 당초 한국교포가 운영했던 이 학원의 명칭은 ‘헬렌 김 음악학원’이었지만 정씨가 인수한 뒤 ‘소리나 뮤직아카데미’로 바뀌었다. 정씨가 한인타운 인근 고급 주택가에 주택을 구입했었다는 소문도 있다.

정씨가 학원을 운영하게 된 경위는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 무렵부터 최 전 총경의 강제송환을 피하기 위한 정치망명신청 이후의 ‘장기전’에 대비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변호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방문비자(B-2)만으로 미국에 입국했더라도 10만~20만달러를 투자해 현지에 사업체를 창업 또는 매입하면 해당사업을 하는 동안 장기체류가 가능한 소액투자비자(E-2)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최 전 총경의 송환이 이미 이뤄졌고 그가 구속기소된 지금까지도 정씨가 귀국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의문이다. 정씨는 남편의 도피의혹과 관련해 가장 많은 비밀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정씨는 최 전 총경의 송환이 결정된 지난 2월 이후 학원을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아직 귀국하지 않았다.

권리금만 70만달러에 이른다는 음악학원의 인수자금 출처 또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LA 현지에서 선임한 미국변호사에 대한 수임료와 도피 당시의 생활비 등도 마찬가지다. 현재 소유권이 부인 정씨의 명의로 돼 있는 최 전 총경의 집 2채(서울 동작구 상도3동 건평 200평짜리 다세대주택,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덕소리 H아파트 70평형)는 물론 그의 딸(30)이 사는 집(남양주시 와부읍 덕소리 J아파트) 역시 등기부등본상 처분한 흔적은 없다.

추가기소 동의요청, 한국 최초 사례

검찰은 4월7일 언론브리핑을 통해 최 전 총경의 미국 체류 당시,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25만달러가 송금됐고 그중 9만달러가 정씨의 음악학원 인수에 들어갔으며, 그 출처는 주유소 지분, 전답, 주택 등을 처분해 한국에 있는 최 전 총경의 딸이 여러 차례로 나눠 보낸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는 ‘70만달러+α(음악학원 권리금+변호사 비용과 생활비 등)’라는 거액엔 훨씬 못미치는 액수다. 따라서 한국 또는 LA 현지에서 범죄인 신분인 최 전 총경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제3의 조력자가 있었을 개연성이 높다. 검찰은 현재 최 전 총경의 부인 정씨의 귀국시 입국통보조치가 되도록 조치해둔 상태이긴 하지만, 좀더 적극적인 입국 종용이 아쉽다.

검찰이 추가로 밝혀낸 최 전 총경의 범죄사실을 추가기소하기 위한 미국측의 동의가 이뤄질지도 관심거리다. 한·미범죄인인도조약상 ‘특정성의 원칙’에 의거, 인도사유가 된 범죄(1억2000만원 뇌물수수) 이외의 범죄사실에 대해 기소하려면 최 전 총경을 인도해준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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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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