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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고발

‘두 번 죽는’ 의료사고 피해자들

사고발생부터 사후대책까지 피해구제시스템 총체적 부실

  • 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두 번 죽는’ 의료사고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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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피해구제에 앞서 진상규명을 바라는 피해자측을 무력케 하는 걸림돌은 경찰과 검찰의 초동수사 단계부터 놓여 있다. ‘신동아’의 의료사고 관련취재 소식을 접하고 4월2일 경남 진주에서 급히 상경한 김승연(37·인쇄업)씨의 사례를 보면 이 같은 사정은 더욱 두드러진다.

김씨의 장남 성우(당시 10세)군은 한·일 월드컵 개막식이 열리던 2002년 5월31일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소장이 파열돼 집에서 가까운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췌장에도 손상이 생긴 것을 알고 6월3일 담당의사의 권유로 의료진과 시설이 더 좋은 K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7월2일 부모의 곁을 영원히 떠났다.

당시 K대 병원은 수술 대신 약물치료를 택했고, 물도 마시면 안 되는 ‘절대 금식’ 조치를 취했다. 일반 병실에 있던 성우군은 상태가 다소 호전되다가도 구토와 이상증세를 보였으며, 간성혼수상태에서 신경안정제를 투여받고 중환자실로 옮겨진 뒤 패혈증으로 숨졌다. 당시 성우군 진료는 K대 병원 소아외과 K교수와 전공의 S씨가 맡았다.

성우군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에 황망해진 아버지 김씨는 아들의 부검까지 치르며 경찰과 검찰의 수사에 적극 응했지만, 2003년 5월 날아든 검찰의 진정사건처분통지서를 보고 기가 막혔다. 거기엔 ‘더 이상 수사할 가치가 없어 내사종결’한다고 기재돼 있었던 것. 다시 한번 진정을 했지만 사건을 수사한 창원지검 진주지청은 결국 2003년 12월 의료진에 대해 무혐의처분을 내렸다.

“검찰의 대질신문에서 아들의 특진을 담당한 전문의 K교수는 하루도 빠짐없이 진료과정을 챙겼다고 주장했지만 그는 단 한 번 아들을 봐준 것 이외엔 제대로 회진을 하지도 않았고 항생제 투여도 그의 지시 없이 중단됐다. 검찰이 이런 의문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사해보지도 않고 무혐의처분을 내린다는 건 말도 안 된다.”



김씨는 “전문의학지식이 없는 수사기관의 입장에서 ‘의료사고 수사는 어렵다’고 푸념하는 정도라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한 어린이의 의문스런 죽음에 대해 의료진의 말만 믿고 공식적으로 ‘수사할 가치가 없다’고 못박는 게 수사기관으로서 할 일인가. 의료사고 피해구제시스템 곳곳에 도사린 이런 장애물들이 피해자들을 더욱 악에 받치게 한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앞서 언급한 이행석씨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딸이 사고를 당한 지 20여일 만에 B병원 담당의사들을 의료과실로 인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형사고소했지만, 경찰은 8개월 뒤에야 피고소인 신문조서를 받고 1년6개월이 지나서야 대질신문을 벌이는 등 성의 없는 늑장수사로 일관했다. 더욱이 의료사고 수사의 기본절차라고 할 수 있는 의학적 자문조차 의뢰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검 무용론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이하 국과수)의 부검(剖檢)결과도 신뢰하기 어렵다고 외친다. 의료사고 사망자의 경우 정확한 사인(死因)을 가리기 위해선 부검이 필수다. 하지만 부검결과가 의료진의 과실을 철저히 밝혀내기보다는 두루뭉실하게 나옴으로써 되레 과실을 의심받는 의사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부검결과가 나오기까지 시일이 지나치게 오래 걸린다는 점도 이들에겐 불만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부검 무용론’마저 주장한다. 이에 대한 국과수의 반응은 어떨까.

“국과수는 일반 변사의 경우 부검 후 15~20일, 의료사고로 인한 사망일 땐 1~2개월 만에 부검 종합감정서를 낸다. 의료사고 사망자 부검은 그 특성상 전문적 내용 검토가 필수적인 만큼 외국저널을 참조하고 외부 전문의의 자문을 거치는 경우가 많은 데다 해당인력마저 달려 부검결과 통보까지 다소 긴 시간이 걸린다. 또한 국과수의 부검결과는 의료행위와 사망간의 인과관계 유무를 따지는 의학적 판단으로 수사기관 등의 공정한 사건처리를 위한 ‘참고자료’이지 그 자체로 의사의 과실 유무를 판정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부검의도 의사이니 가재는 게편 아니겠냐’며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불필요한 오해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과수 법의학과의 한 관계자는 “부검결과를 조금 ‘깊이’ 써내면 검찰과 경찰에서도 싫어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의사의 과실 유무에 대한 최종 판단은 수사기관의 영역이란 이유에서다. 과실을 의심받는 의사로부터 항의를 받거나 심지어 해당의사가 같은 대학 출신일 경우 동문회에 나가서 부검의를 나쁘게 이야기하는 등 소위 ‘왕따’를 시키기도 한다”며 “부검의들이 가장 꺼리는 것이 의료사고 사망자 부검으로, 이를 맡게 되면 부검의들이 하루 종일 우울해한다”고 귀띔했다.

지난한 ‘진실게임’

의료사고로 인해 해당의사가 기소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홍정섭(당시 9세·경기도 고양시)군의 경우는 단일 의료사고로 의사 3명이 무더기로 기소된 국내 최초의 사례다. 홍군은 2002년 3월3일 갑자기 복통을 호소해 집 인근의 한 병원을 찾았으나 “급성 충수염이나 장중첩증으로 보이니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이 나오자 이튿날 가족은 홍군을 규모가 더 큰 일산 B병원으로 옮겼다. 하지만 B병원측은 가족이 받아온 의사 소견서를 무시한 채 장염이라 진단하고 홍군을 일반 병실에 입원시키는 바람에 결국 홍군은 입원 사흘 만에 내부탈장으로 인한 장괴사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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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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