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이것도 직장에서의 글쓰기만큼 중요하진 않을 것이다. 어떤 직장이든 글을 쓰지 않는 곳은 없다. 늘 보고서를 써야 하고 많은 기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것도 아주 효과적인 글로 말이다. 따라서 직장인의 글쓰기는 곧 자신의 능력을 나타내는 척도가 된다. ‘글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성공의 속도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가 30대 혹은 40대 직장인이라면 글쓰기에 대해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는 직장인 뿐 아니라 자영업자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그러나 그저 좋은 글을 쓰는 것에 만족한다면 굳이 이 글을 끝까지 읽을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의 보고서나 기획서를 보고 적당히 베껴 쓰면 되기 때문. 적당히 좋은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글 솜씨를 가지고 더 좋은 보고서나 기획서를 쓰고 싶다면 이 글을 끝까지 읽어보라.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선 많은 생각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어디 있으랴. 이제 필자는 독자 여러분께 글쓰기에 대한 10가지 힌트를 드릴 것이다. “도대체 당신은 우리에게 뭘 줍니까”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석가는 손가락을 들어 가리키면서 “나는 다만 길을 가리킬 뿐이다”라고 말했다. 독자 여러분 역시 여기 제시된 힌트들을 그냥 넘기지 말고 실제 글쓰기에서 제대로 활용해보길 바란다.
【구체적으로 드라마를 넣어 쓴다】
우선 냉장고를 예로 들어보자. 사람들에게 냉장고 구매를 자극하는 광고문안을 만든다고 치자. 냉장고의 용도를 뭐라고 할 것인가?
-음식을 싱싱하게 보관합니다(당연한 이야기다. 이 정도야 누구나 쓴다. 재미도 없다).
-야채를 오래오래 싱싱하게 보관합니다(조금 구체적이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
-오이를 일주일 싱싱하게!(상당히 구체적이다. 일단 좋은 표현이다)
이 문안을 잘 보면 음식→야채→오이, 싱싱하게→오래오래 싱싱하게→일주일 싱싱하게의 순서로 되어 있다. 갈수록 구체적이다. 주부들은 바보가 아니다. ‘오이를 일주일 싱싱하게!’라고 표현했다고 해서 오이전용 냉장고로 알고 그 냉장고에 오이만 넣어두지는 않는다.
이번엔 꽃집의 예를 들어보자.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에 화원이 생겼는데 광고전단을 만들어야 한다. 뭐라고 할 것인가? ‘화원 신장개업’이라고 하면 빵점이다. ‘꽃을 사세요. 배달도 해드립니다’ 정도도 낙제다. 사람들의 마음을 확 끌어당기는 뭔가가 없을까? 우선 주민들을 살펴보니 30대 초반의 부부가 많았고 이들에겐 대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한둘쯤 있었다. 여기서 누구에게 말할 것인가를 정확하게 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30대 초반의 주부들에게 꽃을 사게 하려면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까?
-꽃이 있는 거실에서 커피를 드세요(좋은 표현이다. 그러나 아직 아쉽다. 커피말고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준다면?).
-어떠세요, 아이와 함께 모차르트를 들을 땐 안개꽃 한 다발(이러면 대단히 좋은 글이 된다).
여기서 ‘모차르트’라고 해야지 ‘음악’이나 ‘클래식’이라고 하면 맛이 좀 떨어진다. 모차르트를 듣든 베토벤을 듣든 아니면 뽕짝을 듣든 그건 주부들이 각자 알아서 할 일이다. 또 꽃이니 아름다운 꽃이니 하지 말고 ‘안개꽃’이라고 해야 한다. 사실 안개꽃이든 장미꽃이든 그밖에 다른 꽃이든 그건 주부가 알아서 고를 테고.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표현을 하라는 것이다. 글에 드라마를 넣으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꽃이 있는 거실에서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라고 말하고 싶다면?
-아이와 함께 안데르센을 읽을 때는 아이의 책상 위에 튤립 세 송이를 꽂아주세요!
이런 글이 떠올랐다면 훌륭하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글을 쓸 때 이 말을 기억하라. “Good is the enemy of Great.” “좋은 것은 훌륭한 것의 적이다”라는 뜻이다. 적당히 좋은 글에서 머물면 더 좋은 글, 정말 훌륭한 글을 만들어내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