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가을에 있을 ‘무사위’ 공연 연습중인 무세중씨와 대진대 연극영화과 학생들. 무사위는 무씨가 한국인의 의식과 춤에서 창안한 기본동작이다.
‘무’를 깨닫기 위한 도전을 시작할 때 20대 후반이던 그는 어느덧 70을 바라보고 있다. 남은 건 병마뿐. 지난해 8월 간암 판정을 받은 무씨는 7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다행히 ‘삶의 끈’을 이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수술을 앞두고 ‘이제는 끝이다’ 싶어 주변 정리도 할 겸, 없는 살림에 수술비로 전세금을 보탠 터라 마땅한 거처조차 마련키 어려웠던 것.
간신히 아는 사람의 땅에 남은 전재산 2000만원을 털어 지은 게 바로 지금 살고 있는 무허가 비닐하우스다. 하지만 이곳도 1~2년 사이 땅 주인이 바뀌면 떠나야 할 처지. 무씨는 수술 후 건강이 회복돼 대진대학교에 출강하고 있지만 강사료는 대책을 마련하기엔 턱없이 적은 액수다. 이처럼 힘든 생활고를 겪고 있는 무씨에게 콩은 경제적이면서도 건강을 책임져주는 고마운 곡식이다.
콩비지를 만드는 방법은 앞서 무씨의 설명처럼 그다지 어렵지 않다. 먼저 흰콩을 12시간 정도 불린 후 껍질을 벗겨낸다. 제대로 불린 콩이라면 물에 담근 채 주무르기만 해도 쉽게 껍질이 벗겨진다. 껍질을 헹궈낸 후 불린 콩에 물을 조금 부어 믹서에 부드럽게 간다.
무씨가 추천하는 육수는 돼지 등뼈 국물. 콩에 부족한 칼슘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돼지 등뼈를 찬물에 담가 핏기를 뺀 후 1시간 정도 푹 삶으면 살코기와 뼈에서 우러난 국물 맛이 담백하면서도 깔끔하다.
이 육수에 갈아놓은 콩비지를 넣고 중불에 비린 맛이 없어질 때까지 끓인다. 이 때 거품이 잠깐 끓어올랐다가 잦아들 정도로 살짝 익혀야 콩의 영양소가 그대로 보존된다. 콩비지에 끼얹을 양념간장은 잘게 썬 파와 마늘 다진 것, 깨소금, 참기름 등을 간장과 잘 섞어 만든다.
양념간장으로 적당히 간한 콩비지는 그야말로 ‘담백한 맛’의 진수다. 콩비지 속에 섞인 돼지 등뼈고기 맛 또한 일품이다. 여기에 밥을 비벼서 동치미 국물과 함께 먹으면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돼지 등뼈고기 대신 김치를 넣으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