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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요리솜씨

조주청 여행칼럼니스트의 쇠고기 갈비살 훈제

참숯향 그윽한 벽난로엔 코냑이 익고, 가을이 익고

  • 글: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사진: 김용해 기자 sun@donga.com

조주청 여행칼럼니스트의 쇠고기 갈비살 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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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서풍 서릿바람에 소름이 돋고, 나뒹구는 낙엽에 막연히 울적해지는 계절이다.
  • 마음 통하는 사람끼리 옹기종기 모여앉아 마른 장작 타오르는 페치카에 갈비살 구워내고 와인 한잔 곁들이면 그곳이 산장이 되고 아지트가 된다.


서울 경복궁 담을 왼편으로 끼고 돌아 북악산 자락으로 접어들다 보면 만두집 건물이 나온다. 그 건물 3층에 ‘청청공방’이 있다. 여행칼럼니스트인 조주청(趙周淸·59)씨의 삼청동 작업실이자 그를 아는 문화예술인들의 사랑방이다. 청청공방은 삼청동의 ‘청’자와 조주청의 ‘청’자를 따서 만든 이름이다.

조씨의 직업은 이름 붙이기 나름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여행칼럼니스트지만 그는 만화가, 시사만평가, 사진작가로도 불린다. 이 모든 게 거저 얻어진 게 아니다. 결코 평범하지 않았던 그의 삶과 도전 속에서 얻어진 것이다.

조씨가 미지의 세계를 꿈꾸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다. 경남 안동 낙동강변 진모래재에 소풍을 갔다가 그 옆 철교 위로 지나가는 기차를 난생 처음 본 순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이 그 어린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그때까지 그가 본 세계는 태어나서 자란 안동이 전부였다.

조씨는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조금씩 자신의 세계를 넓혀갔다. 외지에 집이 있는 반 친구들을 따라 안동을 벗어나 이곳저곳에 돌아다녔다. 그는 그림에도 남다른 소질이 있었다. 미대에 가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뜻을 접고 연세대 경영학과에 들어갔다.



대학시절 그는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면 발걸음이 자연스레 당시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던 서울 용산이나 마장동으로 향했다. 특별한 계획이나 목적지가 있었던 적은 없다. 아무 버스나 올라타고 서울을 떠나 3~4일씩 시골여행을 즐겼다.

한가로이 들판을 지나다 모심기를 도와주고 새참에 막걸리 한잔을 얻어 마시고, 어차피 오라는 데 없으니 농부만 괜찮다면 그 집까지 따라가 쇠죽을 끓여주고 하룻 밤 신세도 졌다. 시골 장이 서면 여기저기 구경하면서 장국도 먹고, 학교운동회가 열리는 날엔 마을사람들과 어울려 한바탕 뛰어놀았다.

이런 자유분방함 때문인지, 조씨는 대학졸업 후 사회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첫 직장으로 국내 모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1년 반을 넘기지 못했다. 고향 안동으로 내려가 호텔을 지어 운영해보기도 하고 건축업에도 손을 대봤지만 그에게 별다른 만족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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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사진: 김용해 기자 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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