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호

에게해의 바람과 햇볕 머금고 올리브가 익어가는 섬, 그리스 산토리니

  • 입력2005-01-25 16: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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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게해의 바람과 햇볕 머금고 올리브가 익어가는 섬, 그리스 산토리니

    낭떠러지 위에 옹기종기 들어서 에게해를 내려다보는 산토리니의 건축물들. 인류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산토리니(Santorini) 섬의 아름다움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에게해의 보석’ 산토리니로 향하는 유람선 갑판 위에서 바라본 섬의 모습은 황홀함 그 자체다. 수백 미터에 이르는 가파른 낭떠러지에 옹기종기 매달려 있는 하얀 집들,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교회는 어린 시절 책에서 읽은 어느 ‘잃어버린 환상의 섬’을 연상케 한다.

    항구에 첫 발을 내디딘 순간 방문객을 반기는 것은 지그재그로 연결된 580개의 계단. 워낙 높아 관광객들은 보통 당나귀에 몸과 짐을 싣고 마을로 오르는데, 계단이 꺾이는 모퉁이에서 바라본 수십 길 낭떠러지와 끝없이 펼쳐진 다도해의 비경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누구나 가족이 되는 호텔

    에게해의 바람과 햇볕 머금고 올리브가 익어가는 섬, 그리스 산토리니

    이아 마을의 레스토랑. 손님이 많아도 분위기는 여유롭다.

    우선 하얀 첨탑과 파란색 둥근 지붕의 독특한 색감이 인상 깊어 광고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피라 마을을 살펴보자. 이 마을의 명소인 정교회 성당 앞마당에서 바라본 주변 풍경은 나귀를 타고 계단을 오르면서 본 풍경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좁은 골목을 따라 늘어선 작은 상점과 카페는 마치 동화나라에 온 듯 정감이 넘치고 걸으면 걸을수록 특별한 추억거리를 만날 것 같은 묘한 기대감을 일으킨다.

    골목을 지나 서쪽 끝에 이르면 산토리니와 주변을 묵묵히 굽어보고 있는 커다란 바위산을 만나게 된다. 아슬아슬할 정도로 좁은 산길을 따라 바위산에 오르면 석양에 물든 황금바다와 바위틈 사이에 가득 피어난 야생화가 여행객을 맞는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빌라형 호텔과 우뚝 솟은 교회의 첨탑이 어우러진 마을의 전경도 두고두고 추억으로 남을 경관.



    섬 곳곳에 숨어 있는 볼거리들도 아름답지만 호텔 테라스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산토리니에서의 시간은 충분히 값지다. 질리도록 화사한 태양 아래에서 책을 읽다가 지루해질라치면 그대로 풀장에 뛰어들어 수영을 즐기면 된다. 쪽빛 바다와 해변이 지척이지만 호텔 수영장에서 바라보는 경치도 충분히 아름다워 굳이 다른 장소를 찾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에게해의 바람과 햇볕 머금고 올리브가 익어가는 섬, 그리스 산토리니

    ① 호텔 테라스에서 강렬한 햇살을 벗삼아 일광욕을 즐기는 관광객들.<br>② 이아 마을의 아름다운 정교회 성당.



    에게해의 바람과 햇볕 머금고 올리브가 익어가는 섬, 그리스 산토리니

    거리 한 켠의 담장에 걸터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관광객들. 이 거리에선 관광객도 볼거리다.

    에게해에 떠 있는 400여개의 섬을 모두 둘러본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 필자에게 가장 아름답고 멋진 장소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산토리니 서쪽 끝자락에 있는 이아 마을을 택하겠다. 코발트색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위풍당당한 정교회 성당, 겨우 서너 사람밖에 들어설 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 그림과 공예품을 만들고 있는 장인, 온통 하얀 벽과 거리를 따라 진열된 골동품과 석양을 벗삼아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그리스 전통음식점 타베르나에 이르기까지, 이아 마을을 구성하는 모든 것은 마치 다른 세상을 보는 듯 감미롭다.

    그 가운데서도 그림보다 더 예쁜 작은 호텔과 공방은 방문객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만드는 주범이다. 호텔이라고 부르기 어색할 정도로 작은 이아 마을 호텔의 경우 체크인을 하는 순간 투숙객은 손님이 아니라 가족의 일원이 된다. 이들 호텔에서는 섬사람들의 푸근한 인심과 넉넉한 서비스를 한껏 누릴 수 있다. 한편 골목마다 늘어서 있는 수십 곳의 공방에 들를 때는 먼저 주머니사정을 살펴야 한다. 장인의 개성과 혼이 느껴지는 토산품들이 두 번 생각할 틈도 없이 지갑을 열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서민음식 ‘수블라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사랑하는 카마라 비치는 온 가족이 함께 여가를 즐길 만한 곳이다. 규모는 페리사 비치보다 작지만 편안하게 수영과 일광욕을 즐길 수 있고, 원하면 보트를 타고 화산지역과 기암절벽을 구경할 수도 있다. 해변에 이웃해 있는 거리와 마을에는 전통식당 ‘타베르나’와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그리스의 문화만큼이나 다양하고 맛깔스러운 음식들. 그 종류를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로 가짓수가 많은데 대부분 옛부터 내려오는 전통요리법으로 만들어진다.



    에게해의 바람과 햇볕 머금고 올리브가 익어가는 섬, 그리스 산토리니

    그리스인들이 가장 즐겨 먹는다는 ‘수블라키’를 만들고 있다.

    우선 맛봐야 할 것은 섬에서 생산한 신선한 채소와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든 치즈, 올리브 등을 혼합해 만든 야채샐러드. 다음으로는 생선요리와 함께 그리스 서민 음식을 대표하는 ‘수블라키’가 기다리고 있다. 기름져 보이지만 100% 올리브기름을 사용해 그 맛이 담백하고 몸에도 좋다. 곁들여 마시는 와인은 섬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든 것으로 프랑스나 독일산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신화의 본고장이자 서구 문명의 뿌리인 에게해. 그 위에 떠 있는 섬들은 제각각 볼거리를 자랑하지만 산토리니만큼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풍광을 찾기는 쉽지 않다. 어느 곳을 방문해도 독특한 풍취와 다양한 문화가 숨쉬는 이 매력적인 섬에 서면 누구나 ‘웰빙’이라는 단어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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