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을 태운 범선이 난탈리 주변 바닷가를 유유히 떠다니고 있다.
헬싱키 공항에서 빌린 렌터카를 타고 난탈리를 향해 달리면서 잠시 착각에 빠졌다. 분명 오후 9시가 지났음에도 차창 너머의 풍광이 너무나 선명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에서 국도로 접어들자 아름다운 풍광에 홀려 자주 브레이크를 밟았다. 숙소에 닿기까지 10여 차례나 차를 세우고 그림처럼 멋진 풍광을 카메라에 담은 것 같다. 호텔에 도착한 시각은 밤 11시. 그러나 서쪽 하늘에는 여전히 태양이 빛난다.
무민 섬에 꾸며놓은 무민의 집. 언제나 방문객들로 붐비는 명소다.
다음날 이른 새벽 사진기를 둘러메고 바닷가로 나섰다. 바위와 숲 사이에 한적하게 늘어선 주택은 흡사 그림엽서 같다. 새벽 4시지만 벌써 동쪽 바닷가에는 태양이 제법 떠올라 있다. 마을 전체가 그림 같은 목조주택과 공방으로 이루어져 공해를 내뿜을 만한 굴뚝은 한 곳도 없다는 난탈리의 새벽공기가 유난히 상쾌하다.
관광객 중 상당수는, 숲 속에 사는 하얀 도깨비가 주인공인 핀란드 작가 토베 얀손의 동화 ‘무민 이야기’를 테마로 해 조성한 작은 섬을 보기 위해 이 마을에 온다. 마을 앞에 있는 무민 섬은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는 데 서너 시간이면 충분할 정도로 자그마하지만 동심을 자극하는 아기자기한 멋이 넘쳐난다. 아이와 아빠가 함께 동화 속을 여행하듯 길을 찾아 나가는 미로가 있는가 하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숲과 휴식 공간도 있다. 줄지어 늘어선 건물과 산책로, 공연장에 편안하고 한적하게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수영장까지.
무민 섬을 찾은 아이들이 무민 분장을 한 직원 주변에 모여들었다.
난탈리 마을의 노천 레스토랑.
동화 속 마을을 실제 세계에 재현해놓은 이 섬의 특징은 모든 시설을 직접 만지고 앉고 느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또한 관광시설은 물론 소방서 건물까지 친환경 건축재료로 지음으로써 환경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체험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무민 섬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야외공연이다. 숲 속의 극장에서 펼쳐지는 야외극은 공원이 개방되는 봄부터 가을까지 매일 오후 1시에 시작하는데, 어찌나 인기가 좋은지 공연시간이 다가오면 섬 전체가 한산해질 정도. 눈 밝은 관광객이라면 공연장에서 가장 좋은 위치에 장애인 및 보호자 관람석이 마련되어 있다는 사실, 공연 내내 한 사람이 열심히 수화통역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켓광장에서 파는 과일잼. 100% 무공해 재료로 만든 것이라 한다.
직접 재배한 과일과 채소를 팔기 위해 거리에 나선 주민.
해가 엄청나게 긴 여름의 난탈리는 일광욕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난탈리가 핀란드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가족휴양지로 자리잡은 데는 크고 작은 골목에 들어선 독특한 상점과 갤러리, 완벽에 가깝게 보존된 주택가 덕이 크다. 주택가 상점들은 언뜻 보면 미술관이나 작은 박물관으로 착각할 정도로 예쁘다.
수백년 된 목조건물을 활용한 상점에서는 대부분 이곳 주민과 예술가들이 만든 토산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워낙 질이 좋아 값이 비싼 데도 자주 지갑을 열게 만든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토산품이나 예술품 역시 친환경 재료를 사용한 게 많다.
난탈리의 매력 가운데 놓칠 수 없는 것은 어느 곳에서나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족끼리 오붓하게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작은 해변은 기본이고, 낭만적인 범선을 타고 주변의 섬을 둘러보는 것은 보너스다. 일광욕이나 산책을 즐길 만한 한적한 숲은 두말할 나위 없을 정도로 많다.
무민 섬의 숲 속 극장에서 펼쳐지는 야외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