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은 질병이라는 현상이 나타나기 전에 먼저 오장육부의 보이지 않는 기능에 이상이 생기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병이 진행됩니다. 그래서 어떤 병증인가보다 발병 이전 상태에서 병을 일으키거나 발병 가능성을 가진 원인 장부를 찾는 것이 중요하지요. 제가 연구한 바에 의하면, 모든 질병은 겉으로 드러난 병적 증상에서부터 4단계를 거슬러 올라가야만 최초의 발병원인 장부를 알 수 있고, 또 어느 장부 사이에 균형이 깨졌는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현대의학에서는 질병의 원인을 파악할 때 겉으로 드러난 현상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래서 질병의 증상에 따른 진단법이 뿌리내리게 됐고 ‘당뇨병에는 무슨 약, 고혈압에는 무슨 치료제’라는 식의 비교적 획일적인 처방이 나온다. 같은 병명을 가진 수많은 환자가 천편일률적인 치료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구 원장의 체질의학은 병을 일으킨 원인 장부를 찾는 데 주력한다.
심장을 둘러싼 관상동맥이 막히는 증상인 협심증의 경우 현대의학에서는 수술이나 약으로 혈관을 확장시키는 데 주안점을 둔다. 그러나 구 원장의 체질의학은 심장이 냉하거나 거꾸로 심장에 열이 쌓여도 협심증이 발생한다고 본다. 이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질병은 같아 보여도 발병의 근본원인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협심증의 처방이 달라야 한다는 것.
인체는 좌·우측 체질 달라
따라서 체질의학에서는 정확한 체질을 구분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구 원장은 개인의 고유한 오장육부의 허실을 구분해보면 6400가지 체질로 분류된다고 한다.
그런데 구 원장이 주장하는 체질의학은 세간에 널리 알려진 태양·태음·소양·소음인의 사상체질론과는 구별된다. 한의학계에서 체질을 판별할 때 좌우 음양의 구분 없이 분류하는 데 반해 구 원장은 신체를 수직으로 이등분해 좌측과 우측의 체질이 서로 다르다고 말한다.
“우리 몸은 외형은 물론 내부 생리적인 기능에 있어 완벽할 정도로 음양적 대칭을 이룹니다. 동양의학에서 각 장부의 경락을 좌우로 나누어 균등하게 배열한 것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정자와 난자가 만나 생명체로 입태되는 순간에 우리 몸의 우측 체질이 결정되고, 출생하는 순간에 좌측 체질이 결정됩니다.
다시 말해 사람은 입태되는 시점의 하늘과 땅의 운기(運氣)를 받아 우측 체질인 선천 체질이 결정되고, 태어나는 순간의 하늘과 땅의 운기를 받아 좌측 체질인 후천 체질이 결정됩니다. 하늘과 땅의 운기는 고대 동양인들이 사용해온 연월일의 간지(干支) 법칙을 이용해 정확히 계산해낼 수 있지요.”
또 하나, 인체의 좌측과 우측 체질을 나누다 보면 저울의 중심점처럼 전체의 균형을 유지하는 작용을 하는 장부, 즉 ‘중립장부’라는 개념도 도입된다. 구 원장이 제시한 체질의학 이론의 핵심이기도 한 중립장부는 우리 몸 좌우에 각기 하나씩 존재함으로써 인체가 좌우 균형을 이루게 해준다.
이 중립장부에 대해 외부에서 어떤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되며, 만약 함부로 자극을 주면 질병이 더욱 악화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떤 환자의 중립장부가 비장과 위장일 경우 이 계통에 병이 오더라도 비장과 위장을 직접 자극하지 않고, 다른 장부를 조절해 비장과 위장의 병을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슨 근거로 인체의 좌우 체질과 중립장부론을 펴냐고요?”
구 원장은 헷갈린다는 듯한 필자의 표정을 읽어낸 듯 스스럼없이 질문을 유도했다. 필자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그의 답변을 기다렸다.
“지난 25년간 제가 만난 환자 5만명의 임상경험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살이 썩어 들어가는 버거병으로 두 다리를 절단하기 직전에 운기체질 치료법으로 다시 걷게 된 환자를 보면서, 16년간 생리가 없어 아이를 낳지 못하던 여성이 치료받은 후 생리를 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는 것을 보고, 또 태어나면서부터 줄곧 대변을 보지 못해 인공관장에 의지해 살던 열 살배기 아이가 치료 후 스스로 대변을 보고 건강해진 모습을 지켜보면서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암, 파킨슨병, 정신질환, 심장병, 중풍 등 수많은 난치환자의 임상경험을 통해서, 또 독일·중국 등 나라밖 환자들도 똑같은 체질진단으로 치료효과를 거두는 것에서 운기체질 치료법이 전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의학이란 점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난치병 환자들의 마지막 순례처
필자가 지난 1월 초 서울 지하철 5호선 방화역 근처 한서자기원을 방문했을 때도 흉선암, 유방암 을 앓는 암환자들, 자율신경 실조증 환자, 재생불량성 빈혈, 난치성 아토피 환자 등이 줄지어 구 원장의 치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구 원장이 의학자의 길로 들어선 것도 자신의 병력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