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영 동초항의 굴 경매는 다른 수산물과 달리 해질 무렵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하식이나 투석식 모두 자연산 굴이나 다름없다. 굴은 여느 양식 어류와는 달리 바다에서 직접 채묘(採苗)한 유생(어린 굴)을 굴 껍데기나 돌에 부착시켜 키운다. 그뿐만 아니라 인공사료나 먹이를 전혀 주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바닷속 미생물과 플랑크톤을 잡아먹고 성장한다. 물론 인공적으로 배양한 유생을 쓰기도 하지만, 수하식 굴의 경우에는 그 비중이 약 3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수하식 굴과 투석식 굴의 굵기가 다른 까닭은 플랑크톤의 섭취량이 다른 데 있다고 한다.
김성현씨는 “성장기간 내내 바다에 잠겨 있는 수하식 굴은 플랑크톤을 섭취하는 시간과 양이 많아서 알이 굵고 통통한 반면, 밀물 때에만 물에 잠겨 먹이를 먹는 돌굴(투석식)은 플랑크톤의 섭취량이 적어서 알이 작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국내에서는 주로 알이 작은 굴을 선호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양에서는 알이 굵을수록 상품가치가 높고 소비자에게 사랑받는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굴은 참굴, 가시굴, 토굴, 태생굴, 긴굴, 갓굴 등을 포함해 모두 9종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선사시대의 패총(조개무지)에서 출토되는 굴 껍데기의 대부분은 가시굴이고, 오늘날의 수하식 굴에는 참굴이 압도적으로 많다. 갯벌의 돌에 붙어 자라는 자연산 굴은 씨앗이 잘고 육질이 쫄깃해서 주로 젓갈용으로 쓰이는 반면, 참굴은 알이 굵고 육질이 부드러워 생굴로 먹거나 튀김, 부침 등 각종 요리에 주로 쓰인다.
한려수도의 수하식 굴은 일반적으로 채묘, 단련, 수하, 양성, 채취 등 다섯 단계를 거쳐 성장한다. 첫 단계인 채묘는 한마디로 굴의 유생을 받는 일이다. 산란기인 6∼8월경에 바닷속을 떠다니던 굴의 정자와 난자가 만나 체외수정이 이루어지고, 그로부터 2주쯤 지나면 수정란에 눈과 다리가 나타나면서 성숙한 유생이 된다. 이 무렵 유생이 떼지어 다니는 바닷속에 굴 껍데기를 담가두면 유생이 스스로 달라붙는다.
이렇게 채묘하는 시기에는 어민뿐만 아니라 굴수협의 어업지도선과 직원들도 덩달아 몹시 분주해진다. 굴 유생이 많은 곳을 찾아내 날마다 양식 어민들에게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현지조사를 통해 얻은 유생 조사 속보는 매일 굴수협의 홈페이지를 통해 어민들에게 공지된다.
10월∼이듬해 4월 수확
두 번째 단계인 단련(鍛鍊)은 말 그대로 굴 유생을 단련시키는 과정이다. 굴 껍데기에 부착된 유생을 얕은 바다에서 일정 기간 햇빛에 노출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단련된 굴은 병해를 입지 않을 뿐더러 알이 굵고 통통해진다고 한다. 대체로 채묘한 굴 껍데기에는 1개당 40∼50개의 유생이 붙는데, 6∼7개월의 단련 과정을 거치면서 20∼30개의 건강한 종묘만 살아남게 된다.
수하는 굴의 종묘를 본격적으로 키우게 될 시설물을 설치하는 과정이다. 100m 길이의 간승(幹繩·본줄) 한 가닥에 6.5m 길이의 수하연(종패를 붙인 가지줄)을 40cm 간격으로 250개쯤 매단다. 연승을 지탱하는 부표는 처음에는 5m마다 하나씩 띄우지만, 굴의 성장속도에 맞춰 차츰 그 수를 늘려나간다. 수하 시설에서 10개월 가량의 양성(養成) 과정을 거치면 굴을 수확할 수 있게 되는데, 연승이 워낙 긴 데다 굴 자체도 무거워서 대부분 기계를 이용해 수확해야 한다.
굴은 1년 내내 수확할 수 있지만, 대체로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가 본격적인 수확철이다. 유달리 굴을 좋아하는 서양에서는 “R자가 붙지 않는 달(5∼8월)에 수확한 굴은 먹지 말라”는 말이 옛부터 전해온다. 방란(放卵) 또는 방정(放精)을 마친 5∼8월의 굴은 알이 작고 맛도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기온이 높아서 굴이 쉽게 상하거나 패류독소로 인한 식중독의 위험도 상대적으로 높다. 그러나 한겨울, 특히 이맘때쯤 수확한 굴은 연중 영양이 가장 풍부하고 맛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