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호

비뇨기과 전문의 이윤수의 쇠고기 떡 볶음

“아빠 힘내세요, 굴 소스가 있잖아요…”

  • 글: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사진: 김용해 기자 sun@donga.com

    입력2005-02-23 16: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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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능적으로 남성은 정력에, 여성은 피부에 신경을 쓴다. 남녀의 본능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게 바로 ‘바다의 우유’로 불리는 굴. 굴로 만든 소스가 쇠고기와 떡을 만나면 영양은 물론 맛도 두 배, 기쁨도 두 배가 된다.
    비뇨기과 전문의 이윤수의 쇠고기 떡 볶음
    한국사회에서 유난히 보수적인 부분이 바로 성(性)문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섹스’ ‘자위’ ‘체위’ ‘오르가슴’ 등 성과 관련된 단어는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됐다. 그러니 성생활 같은 극히 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게 그간의 우리 정서였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사회에서는 성인식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젊은 남녀가 언론에 나와 자신의 성생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토론하는 수준에 이른 것. 이런 변화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건 아니다. 변화를 위해 노력한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에 앞장선 사람이 바로 한국성과학연구소장이자 이윤수 비뇨기과병원장인 이윤수(李倫洙·50) 박사다. 이 원장이 1997년과 2003년 두 차례에 걸쳐 한국 성인남성을 대상으로 성의식 및 성생활을 조사, 분석해 발표한 ‘한국판 킨제이 보고서’는 사회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보고서는 ‘다른 부부들의 성행위 빈도는 어느 정도일까’ ‘성 트러블이 부부생활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까’ 등 누구나 한번쯤 생각했을 법한 궁금증들을 말끔히 해소시켰다. 이 보고서는 또 ‘남성 10명 중 8명이 혼외정사를 경험’했고, ‘인터넷을 통해 만난 남녀의 71%가 성관계로 발전’했다는 새로운 통계수치를 통해 우리 사회의 성문제를 지적했다. 이 원장은 1998년 컴퓨터를 이용하는 청소년과 전국 6대 도시 여성을 대상으로 성의식 및 성실태를 조사해 발표하기도 했다.

    비뇨기과 전문의 이윤수의 쇠고기 떡 볶음

    이 원장의 요리를 돕고 있는 둘째아들 승원군과 부인 정미라(대한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씨. 이 원장의 친구 김대환(한일병원 신경외과 전문의·맨 오른쪽)씨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 보고서가 큰 의미를 갖는 것은 다름아닌 한국인의 성통계라는 점이다. 이전까지 국내에서 발표된 성 관련 연구논문은 대부분 미국의 동물학자 알프레드 킨제이(1894~1956)가 발표한 ‘현대인의 성실태에 관한 보고서’를 인용했다. 하지만 이 원장의 보고서 덕분에 이제 한국인의 성을 이야기할 때는 킨제이의 보고서에 더는 의존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런 성과를 이루기까지 이 원장이 걸어온 길은 가시밭길이었다. 사실 비뇨기과는 이 원장이 중앙대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을 시작하던 1980년대 초만 해도 의대생들이 가장 기피하던 전공분야였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정형외과 등이 당시 인기과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 원장이 비뇨기과를 선택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의대 예과 2학년 때 신장 요로결석으로 끔찍한 고통을 경험하면서 비뇨기과의 중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비뇨기과 전문의 이윤수의 쇠고기 떡 볶음

    수술중인 이윤수 원장. 그가 1997년 30명으로 시작한 ‘명동포럼’이 지금은 회원수 130명이 넘는 ‘한국성과학연구소’가 돼 있다. 올바른 성문화 정착을 위한 그의 날갯짓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나비효과’를 기대하며…

    1990년대 초반, 정부의 출산정책 변화로 정관복원수술이 늘어나고 성기확대수술, 조루수술 등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이 폭발했다. 하지만 수술을 하는 의사도, 수술을 받는 환자도 쉬쉬하는 사회적 풍토는 쉽게 변하지 않았다.

    2002년 초 이 원장은 절친한 내과병원 원장과 함께 서울 압구정동에 국내 최초로 병실 갖춘 비뇨기·내과 전문병원을 설립했다. 하지만 국내 의료보험수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5개월 만에 꿈을 접어야 했다. 이 원장은 “비뇨기 수술보험수가가 너무 싸서 병실 운영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결국 이 원장은 현재 병원이 자리한 명동에 비뇨기과와 정신과 의사, 심리치료사와 함께 비뇨기과 전문병원을 열었다. 이 정도만 해도 국내 유일의 비뇨기과 전문병원이라 할 수 있다. 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요즘 이 원장은 다른 어떤 분야의 의사보다 인기가 높다.

    성과 정력은 불가분의 관계. 이 원장이 적극 추천하는 정력요리는 굴(오이스터) 소스로 만든 ‘쇠고기 떡 볶음’이다. 여기서 정력의 비밀은 다름아닌 굴 소스다. 굴에는 남성호르몬을 증진하는 아연과 글리코겐이 풍부하다. 여성의 피부미용에도 물론 좋다.

    이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순서. 먼저 떡볶이용 떡을 끓는 물에 살짝 익혀놓고, 쇠고기는 떡 길이로 약간 두텁게 썬다. 파는 떡 길이로 자른 후 세로로 4등분하고, 표고버섯, 파프리카, 피망, 양파, 마늘은 적당한 크기로 채썬다.

    재료 준비가 끝나면 프라이팬에 기름을 약간 두르고 마늘을 볶아낸 다음 쇠고기를 넣고 익히다가 표고버섯과 느타리버섯을 함께 넣어 살짝 볶아준다. 양파와 파, 파프리카, 피망은 다른 프라이팬에 살짝 볶아낸다.

    프라이팬에 살짝 익힌 떡을 넣고 어느 정도 볶아진 쇠고기, 표고버섯, 느타리버섯을 굴 소스와 함께 넣어 볶아준다. 참기름을 약간 친 후 따로 볶은 채소를 넣어 함께 볶으면 요리가 완성된다. 굴 소스를 머금은 쇠고기의 달콤함과 떡의 담백함은 정말 일품이다.

    비뇨기과 전문의 이윤수의 쇠고기 떡 볶음
    이 원장에게 성은 연구대상이자 직업이다. “성이란, 또 섹스란 남녀가 만나서 함께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이다. 그것이 제대로 이뤄져야 올바른 가정과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이 원장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이 원장은 올해 초 한국성과학연구소를 사단법인으로 전환하고 구체적인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청소년 성교육과 이혼을 앞둔 부부의 갈등치료를 위한 국내 최초의 ‘성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이 그 첫 사업이다. 한층 과학적인 한국판 킨제이 보고서도 정기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 이 원장과 친구 부부들이 요리 시식에 앞서 와인으로 건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 원장 부부, 아들 승원, 안대근(EBS TV1국 팀장)씨 부부, 김대환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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