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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삶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녹야원’ 주인 여여심

“수행은 않고 성스러운 체만 하는 껍데기 중은 되지 않겠소!”

  • 김서령 자유기고가 psyche325@hanmail.net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녹야원’ 주인 여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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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녹야원’ 주인 여여심

여덟 살, 여섯 살 난 두 자녀와 이야기를 나누는 여여심.

“사실이지 출가해서 수행은 제대로 안 하고 사판으로 전전해온 스님들은 속인 못지않게 정직성과 고결성이 결여돼 있다. 사고는 미성숙한 채 선방에 들어가 막연한 망상에 사로잡혀 수행만 하는 스님들은 재가자들에게 고압적이기 쉽다. 선방에서 어깨에 잔뜩 힘주고 죽어라 수행하는 납자(衲子)로서 속인들에게 지나치게 고압적으로 권위를 내세우는 스님은 자신이 택한 길에 대한 의지와 긍지를 뒷받침해줄 철학적, 인간적 성숙이 결여되어 있다. 그러면서 화두를 타파한다는 대망상에 사로잡혀 자기착각에 빠져 지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출가승단의 일원은 아니지만 그것의 생리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승속의 저변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현실 문제를 이제 알 것 같기에 훌러덩 옷을 갈아입고 중이 되는 일이 더욱 조심스럽다. 중이 돼서도 속인과 똑같은 행세를 할 바에야 무엇하러 중이 되나? 차라리 내 손으로 밥해먹고 내 의무에 충실한 게 낫다!

내가 만약 금생 어느 때인가 흰머리가 돼서라도 출가 수행자가 된다면 최소한 재가자보다 정직하고 고결할 것이며 분주하지 않고 생활을 간소하게 할 것이다. 만족할 줄 알아서 남들이 공양하기 쉽게 할 것이며, 감관은 고요하고 사려 깊어질 것이다. 속인들에겐 뻔뻔해 보일지 모르지만 알랑거리지 않을 것이며, 현자의 질책을 살 어떤 행동도 삼갈 것이다. 만약 이것을 실천할 수 없다면 나는 출가수행자가 절대로 되지 않으리라.”

이것은 남방권 스님들이 늘 독송하는 ‘필수 자비경’에 나오는 말씀을 근거로 추구하는 여여심의 원칙인데, 그는 출가승은 아니지만 이 원칙을 철저히 지켜내려 애쓰고 있다. 그것도 낯선 나라, 모국에서 11시간을 날아와야 하는 지구 반대편의 도시 한 모퉁이에 열여덟 평짜리 선방을 하나 만들어놓고 쿡 찌르면 눈물이 주르륵 흐를 듯한 선량하고 겁먹은 눈으로 뜨겁고도 아프게!

가족 내 ‘종교전쟁’



남들은 세상과 타협하며 서서히 포기하고 늙어갈 마흔 중반에 진리를 찾으려고 저토록 맹렬정진하는 여여심은 남들과는 썩 다른 어린 시절을 보냈다. 여여심이 태어날 무렵은 경성약전을 나온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한 직후였지만, 살림은 아직 넉넉했다. 집에 기도방이 있었고 거기서 기도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자랐다.

“어머니는 산 기도를 가면 100일 동안 집을 떠나 있곤 했어요. 아버지는 바깥일이 잘 안 되는 게 어머니 때문이라며 많이 구박했고 그러니 불화가 있었죠. 어머니에게 영계와 전생에 관한 얘기를 늘 들었어요.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갑자기 창문이 깨지면서 시커먼 장군 셋이 집 안으로 들어와 당시 습관적으로 주사(酒邪)를 부리는 아버지를 향해 단도를 겨누더래요. 물론 엄마 눈에만 보이는 일이었죠. 아버지는 아무것도 모르고 열심히 기도만 했는데 나중에 보니 글쎄 아버지가 바지에 똥을 싸셨더래요. 그 이후 아버지는 많이 순해지셨어요.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자랐으니 저절로 영성과 신비를 믿게 됐죠.”

이런 이야기를 할 때 여여심의 말투는 독특하다. 자신에게 뇌이듯 천천히 고요하게 말한다.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신 후 그 충격으로 어머니가 믿던 천도교를 버리고 불교를 선택했어요. 물론 그 후 각종 종교를 섭렵하며 방황하는 과정을 거쳤죠. 그토록 헌신적으로 기도하며 고생한 어머니를 그렇게 죽게 내버려둔 그런 신은 나에겐 전혀 고맙거나 필요하지 않은 존재였어요. 내 일곱 형제는 한동안 종교 없이 각자 외로움 속에서 뿔뿔이 방황하다가 나중에 종교를 가졌어요. 미국 사는 언니들은 가톨릭을, 한국 사는 오빠들은 기독교를 선택했죠.”

종교에 얽힌 가족간 갈등이 여여심네 집에도 총천연색으로 연출됐던 모양이다.

“나보다 먼저 불교서적을 접했고, 또 그 서적들을 자신의 책꽂이에 꽂아놓아 나를 자연스럽게 불교로 이끈 장본인인 큰오빠는 군의관으로 타지에서 몇 년 지내는 동안 외로움을 못 이겨 기독교를 믿기 시작했죠. 그 후 큰오빠는 웬만한 목사님은 놀라 자빠질 정도로 서재에 하나 가득 성경주석서를 꽂아놓고 성경을 연구했어요.”

‘~쟁이’와 ‘~교인’

여여심은 어떤 종교의 이름으로 온갖 무례를 자행하고 자타를 미망으로 몰아넣으며 괴롭히는 사람을 일러 ‘~쟁이’라 부르고, 진정으로 그 종교 교주의 뜻을 이해하고 믿는 이를 ‘~교인’이라고 달리 부른다. 성경주석서도 주석서려니와 오빠의 상식을 믿었기에 여여심은 오빠마저 ‘~쟁이의 아류’가 될 줄은 짐작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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