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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5대 정유사 1600억원대 유류소송 표류 내막

손해배상액 ‘감정(鑑定) 싸움’, 학계 논쟁으로 비화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국방부·5대 정유사 1600억원대 유류소송 표류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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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양측은 손해배상액 산출방법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그해 11월 재판부는 감정기관에 손해액 감정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감정기관으로는 서울대 경제연구소 기업경쟁력연구센터가 선정됐으며, 서울대 경제학부 김선구·이상승·유근관 교수와 한국경제연구원 법제팀장인 이인권 박사 4명이 감정위원으로 위촉됐다.

지난해 8월 이들은 감정 결과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들이 산출한 손해배상액은 1140억원으로 KDI 추산액의 약 4배에 가까운 액수다. 그러자 정유사들은 감정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며 감정위원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요청해 성사시켰다. 재판부는 결국 피고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여 보완감정을 결정했다.

감정인단은 올 1월 보완감정 결과를 내놓았는데, 재산출한 손해배상액은 원 금액보다 20억원 줄어든 1120억원이었다. 그 직후 앞서 설명한 대로 피고측이 재판부에 감정인 기피신청을 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서울대·고려대 vs 연세대·서강대

이 소송은 현재 학계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손해배상액 산정을 두고 각 대학 경제학과 교수들이 대립하는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별로 구분하면 서울대와 고려대가 같은 의견이고, 연세대와 서강대가 공조하는 형국이다.



2003년 5월 정유사들의 용역을 받아 손해배상액을 산출한 KDI 팀은 3명의 교수로 구성됐는데, 정진욱 연세대 교수가 대표였다. 이에 비해 법정 감정인으로 공식 선임된 서울대 경제연구소 팀은 서울대 교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양쪽 교수들은 법정에 나와 증인신문을 통해 학술적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대 팀의 감정결과에 불만을 품은 정유사들은 2004년 10월 이른바 서강대 보고서를 제출했다. 전성훈 교수를 비롯한 3명의 서강대 교수가 참여했는데, 이들은 KDI의 손해배상액 산출방식을 지지했다.

고려대 팀은 KDI, 서강대 팀과는 반대로 원고인 국방부의 용역을 받고 이번 소송에 개입하게 됐다. 조달본부 법무실은 최근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2명과 자문교수 계약을 체결했다. 국방부가 책정한 관련 예산은 1억원.

계약을 체결하기 전 서울대 팀의 감정내용을 검토한 고려대 교수들은 “감정인단의 결론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따라서 5월중 재판부에 제출될 예정인 이들의 보고서는 서울대 교수팀의 감정결과를 뒷받침하는 내용으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감정인 기피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재판 기간은 한없이 길어질 전망이다. 반대로 기각할 경우엔 선고가 임박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법적 감정기관의 감정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피고의 논리는 얼마나 타당한 것일까.

이 논쟁의 본질은 손해배상액 산출방식이다. 이에 대한 학술적 논쟁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섣불리 옳고 그름을 논할 수는 없다. 양측은 법정 증언과 제출 자료를 통해 서로 상대방이 오류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논쟁의 핵심은 분석방법의 차이다. KDI 팀은 OLS(Odinary Least Squares method·단순최소자승법), 서울대 팀은 WLS(Weighted Least Squares method·가중최소자승법)라는 추정법을 사용했는데, 그 차이를 논하는 것은 전문적인 영역에 속하는 일이다. 다만 한쪽은 소송 당사자의 의뢰에 따른 용역보고서이고 다른 한쪽은 공식 감정보고서라는 차이점은 감안해야 할 것이다.

공교롭게도 감정기관이 최종 산출한 손해배상액(1120억원)은 공정위가 5개 정유사에 부과한 과징금 총액(1011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

피고측 법정대리인들 중 하나인 모 법무법인 관계자는 “재판이 진행 중이라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감정기관의 손해액 계산방식과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근거가 다른데도 양측의 액수가 비슷한 것은 감정기관이 공정위 과징금 액수에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손해액을 높였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증거가 있느냐는 물음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는 또 “감정과정에서 데이터를 잘못 적용해 오류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서울대 팀도 인정했다”며 “학계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서울대 팀이 무리했다는 평이 대세”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미 공정위 과징금을 물었는데 그만한 액수의 손해배상까지 한다면 국가가 기업으로부터 이중으로 돈을 받아내는 것 아닌가. 손해배상액에서 과징금 액수는 빼야 한다”고 다른 차원의 논리를 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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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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