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더발트 지역의 숲과 라인강 사이에 자리잡은 뤼데스하임 마을.
“키스처럼 감미로운 와인 향취”
뤼데스하임은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차를 타고 라인강 기슭을 따라 1시간 남짓 북쪽으로 떨어진 곳에 있는 아담한 농촌 마을이다. 인구 1만명 가량의 이 마을이 처음 형성된 것은 로마시대. 라인강을 지배한 로마인들이 수량이 풍부하고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는 이 지역을 와인산지로 개발했던 것이다.
마을의 관문인 유람선 선착장과 기차역을 나서서 100m쯤 걷다 보면 포도밭 가운데 우뚝 선 고성과 마주치게 된다. 붉은 벽돌로 이루어져 고색창연함을 더하는 브렘저성에는 와인에 관한 다양한 자료와 유물이 보관되어 있어 방문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5000여 점의 관련 자료가 전시된 이 박물관에 발을 들여놓으면, 뤼데스하임을 자주 찾았던 대문호 괴테가 이곳에서 생산된 와인을 마시며 느낀 점을 적어놓았다는 글귀가 방문객을 맞는다. 와인이 입술을 통해 혀끝으로 전달되는 순간은 ‘사랑하는 여인과의 첫 키스’만큼이나 감미로웠으며, 와인을 마시기 직전의 감정은 ‘사모하는 사람을 만나기 직전의 설렘’과 비슷하다는 내용. 괴테는 생전에 자신이 뤼데스하임의 와인을 이토록 극찬하는 데는 이 마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정감 넘치는 분위기도 한몫 했다고 벗들에게 자주 이야기했다고 한다.
봉건시대 영주의 영지와 저택을 개조한 뤼데스하임의 와인농장.
흡사 박물관 같은 티티새 골목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은 와인을 판매하는 가게들이다. 어느 곳에서는 화이트와인만, 다른 곳에서는 레드와인만을 파는 등 제각각 특색이 있지만, 크게 보면 두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즉석에서 와인을 시음할 수 있게 해놓았다는 것, 또한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는 사실이다. 물론 왕족이나 유명인이 마셨다는 고급 와인 가운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싼 것도 있지만.
라인강 따라 열리는 문화마당
티티새 골목의 여러 자랑거리 중 놓칠 수 없는 것이 분위기 좋은 카페와 레스토랑이다. 온갖 꽃과 조각으로 장식된 입구와 테이블은 그 자체로 예술품인 데다 벽면을 가득 메운 프레스코 벽화와 독특한 간판은 뤼데스하임의 낭만 을 가득 담고 있다.
뤼데스하임에는 먹을거리와 볼거리뿐 아니라 여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도 다양하다. 그중 게르마니아 여신 동상이 서 있는 니더발트 전망대와 라인강변은 방문객이라면 누구나 찾는 대표적인 명소. 산보다는 나지막한 동산에 가까운 니더발트에 오르려면 케이블카를 타거나 포도밭 사이를 걸어야 하는데, 취할 듯 강렬한 포도향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후자를 선택한다.
계절에 따라 각기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포도밭 사이를 1시간 남짓 걸으면 1883년 최초의 독일통일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된 게르마니아 여신상을 만날 수 있다. 북쪽으로는 완만한 경사를 따라 빽빽이 들어선 나무들이 큰 숲을 이뤄 삼림욕을 즐기기에 좋은 산책코스도 있다.
이 마을의 명성을 높이는 또 한 가지는 라인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의 고성에서 계절에 따라 열리는 음악회와 연극 등 문화행사들이다. 강변에 드문드문 설치된 공연장에서는 휴식과 문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어스름 저녁 라인 강변에서 즐기는 클래식 선율은 여행객들이 오랜 전통을 이어온 독일문화의 다양성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