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호

포도향 가득한 숲길 따라 클래식 선율 흐르는 옛 성으로|독일 뤼데스하임

  • 입력2005-04-22 17: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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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도향 가득한 숲길 따라 클래식 선율 흐르는 옛 성으로|독일 뤼데스하임

    니더발트 지역의 숲과 라인강 사이에 자리잡은 뤼데스하임 마을.

    독일에는 독특한 자랑거리를 간직한 도시와 마을이 많다. 괴테와 베토벤 같은 거장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도시가 있는가 하면 겨우 100여 가구가 모여 사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마을도 있다. 어느 고장을 방문해도 매력적인 도시와 마을을 만날 수 있지만, 최고의 웰빙 여행지를 한 곳만 선택하라면 주저하지 않고 라인강과 니더발트 숲 사이에 자리잡은 아담한 농촌마을 뤼데스하임을 꼽겠다.

    “키스처럼 감미로운 와인 향취”

    뤼데스하임은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차를 타고 라인강 기슭을 따라 1시간 남짓 북쪽으로 떨어진 곳에 있는 아담한 농촌 마을이다. 인구 1만명 가량의 이 마을이 처음 형성된 것은 로마시대. 라인강을 지배한 로마인들이 수량이 풍부하고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는 이 지역을 와인산지로 개발했던 것이다.

    마을의 관문인 유람선 선착장과 기차역을 나서서 100m쯤 걷다 보면 포도밭 가운데 우뚝 선 고성과 마주치게 된다. 붉은 벽돌로 이루어져 고색창연함을 더하는 브렘저성에는 와인에 관한 다양한 자료와 유물이 보관되어 있어 방문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5000여 점의 관련 자료가 전시된 이 박물관에 발을 들여놓으면, 뤼데스하임을 자주 찾았던 대문호 괴테가 이곳에서 생산된 와인을 마시며 느낀 점을 적어놓았다는 글귀가 방문객을 맞는다. 와인이 입술을 통해 혀끝으로 전달되는 순간은 ‘사랑하는 여인과의 첫 키스’만큼이나 감미로웠으며, 와인을 마시기 직전의 감정은 ‘사모하는 사람을 만나기 직전의 설렘’과 비슷하다는 내용. 괴테는 생전에 자신이 뤼데스하임의 와인을 이토록 극찬하는 데는 이 마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정감 넘치는 분위기도 한몫 했다고 벗들에게 자주 이야기했다고 한다.





    포도향 가득한 숲길 따라 클래식 선율 흐르는 옛 성으로|독일 뤼데스하임

    봉건시대 영주의 영지와 저택을 개조한 뤼데스하임의 와인농장.

    와인박물관 앞으로 뻗은 신작로를 따라 걷다 보면 티티새 골목이 나온다. 서너 명이 함께 지나가기에도 좁은 이 골목에는 수십 곳의 와인과 토산품 판매점, 레스토랑과 카페가 모여 있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물건을 고르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작은 상점이 있는가 하면 100여 명이 자리를 함께할 수 있는 큰 레스토랑도 있다. 이쯤 되면 단순한 상점골목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공간이다.

    흡사 박물관 같은 티티새 골목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은 와인을 판매하는 가게들이다. 어느 곳에서는 화이트와인만, 다른 곳에서는 레드와인만을 파는 등 제각각 특색이 있지만, 크게 보면 두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즉석에서 와인을 시음할 수 있게 해놓았다는 것, 또한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는 사실이다. 물론 왕족이나 유명인이 마셨다는 고급 와인 가운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싼 것도 있지만.

    라인강 따라 열리는 문화마당

    티티새 골목의 여러 자랑거리 중 놓칠 수 없는 것이 분위기 좋은 카페와 레스토랑이다. 온갖 꽃과 조각으로 장식된 입구와 테이블은 그 자체로 예술품인 데다 벽면을 가득 메운 프레스코 벽화와 독특한 간판은 뤼데스하임의 낭만 을 가득 담고 있다.

    뤼데스하임에는 먹을거리와 볼거리뿐 아니라 여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도 다양하다. 그중 게르마니아 여신 동상이 서 있는 니더발트 전망대와 라인강변은 방문객이라면 누구나 찾는 대표적인 명소. 산보다는 나지막한 동산에 가까운 니더발트에 오르려면 케이블카를 타거나 포도밭 사이를 걸어야 하는데, 취할 듯 강렬한 포도향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후자를 선택한다.



    계절에 따라 각기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포도밭 사이를 1시간 남짓 걸으면 1883년 최초의 독일통일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된 게르마니아 여신상을 만날 수 있다. 북쪽으로는 완만한 경사를 따라 빽빽이 들어선 나무들이 큰 숲을 이뤄 삼림욕을 즐기기에 좋은 산책코스도 있다.

    이 마을의 명성을 높이는 또 한 가지는 라인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의 고성에서 계절에 따라 열리는 음악회와 연극 등 문화행사들이다. 강변에 드문드문 설치된 공연장에서는 휴식과 문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어스름 저녁 라인 강변에서 즐기는 클래식 선율은 여행객들이 오랜 전통을 이어온 독일문화의 다양성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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