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총선 이후 1년 동안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은 계파정치 타파를 외쳤다. 특정계파에 속하지 않는 의원층이 두터웠고, 계파를 초월한 모임도 많았다.
- 하지만 전당대회 한 번 치르면서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변했다. 실용파와 재야파, 개혁파, 친노직계 그룹 등으로 나뉜 열린우리당, 그 계파간 대권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4월2일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서 새로 선출된 당의장 문희상 의원(가운데)과 상임중앙위원들이 두 손을 들고 대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명숙, 유시민, 장영달, 염동연 의원.
열린우리당의 새 지도부가 구성되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전대 결과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쏟아져 나왔다. ‘친노 직계의 부상’ ‘정동영(DY) 통일부 장관의 승리’ ‘김근태(GT) 보건복지부 장관의 저력확인’ ‘유시민 당선에 따른 대권구도의 변화’….
盧, 염동연에게 “의장대행 되셨네요”
무엇보다 이번 전대에서 드러난 가장 큰 특징은 피아(彼我)가 명확해졌다는 사실이다. 또한 계파간 분화현상이 더욱 뚜렷해졌다.
친노직계의 부상
노무현 대통령 초대 비서실장 출신인 문희상 의장과 노 대통령의 측근인 염동연 의원이 나란히 1~2위를 차지한 것은 친노직계 그룹이 당의 중심세력으로 전면에 부상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친노 그룹의 부상은 전대 이전에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 친노 그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DY계가 문희상 의장과 염동연 의원을 적극 지원했기 때문이다. 또한 DY와 GT가 입각하면서 빚어진 힘의 공백도 친노 그룹의 부상에 일정한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결과를 두고 ‘친DY계의 승리’보다 ‘친노직계의 부상’이라는 해석에 더 무게가 실리는 것은 DY계의 지원 외에 또 다른 어떤 힘이 이번 전대과정에 작용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예선 때부터 약체로 분류된 염 의원은 각 후보 캠프의 여론조사에서도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전대 직전 문희상 의장과 공조하면서 예상을 깨고 2위로 급부상했다.
‘대세론’을 바탕으로 타 후보진영의 ‘러브콜’이 쇄도했던 문희상 의장이 굳이 염동연 의원과의 공조를 선택한 배경은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DY의 구상 때문이 아니겠냐’는 답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건 ‘친DY계의 승리’로 해석하는 당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일부 당 관계자들은 최근 열린우리당 의원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주목하고 있다. 4월6일 청와대에서 열린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새 지도부 상견례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염동연 의원에게 “의장 대행이 되셨네요”라는 의미심장한 덕담을 건넸다고 한다.
지금까지 임기를 제대로 채운 여당 의장이 드물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의 덕담은 어찌 보면 가벼운 농담으로 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는 2007년 대선까지 향후 정치일정을 고려하면 노 대통령의 발언은 복잡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문희상 신임 의장의 임기는 오는 2007년으로 예정된 대선후보 당내 경선까지지만, 오는 10월 국회의원 재·보선이나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끝난 뒤 그 결과에 따라 염동연 의원이 의장직을 승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노 대통령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임기가 만 3년 가까이 남은 노 대통령으로서는 잠재적인 대권 후보로 분류되는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이나 유시민 의원이 미리 의장직을 승계해 당을 관리하면서 대선 정국이 앞당겨지는 상황을 피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도 친노직계가 1~2위를 나눠갖는 구도를 가장 선호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친노직계 그룹에 정권 재창출을 위한 ‘당의 관리자’ 책임을 맡기되, 당내 대권경쟁의 조기 점화를 방지함으로써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또한 친노직계 그룹이 내년까지 당 운영을 맡음으로써 노 대통령은 차기 대권주자 결정 과정에도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대통령의 측근인 이기명씨와 명계남씨가 주도하는 노사모의 분파 국민참여연대가 전대 전날 송영길, 한명숙 의원과 함께 염동연 의원을 지지후보로 선정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염동연 통해 광주·전남 지지기반 확보
DY의 손익계산
이번 전대를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DY와 GT의 대리전이라는 시각에서 분석한다면 DY가 ‘남는 장사’를 했다는 계산이 일반적이다. DY가 이번 전대에서 1~2위를 차지한 문희상 의장과 염동연 의원을 지원함으로써 대권경쟁에서 확실한 우세를 점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특히 DY는 친노직계의 좌장인 문 의장과의 친분을 강화함으로써 향후 대권행보에서 열린우리당 내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친노세력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이 4월6일 저녁 만찬에 초대한 열린우리당 새 지도부를 청와대 인왕실로 안내하고 있다.
또한 박영선, 전병헌 의원 같은 측근들이 핵심 당직에 포진한 것도 DY가 만족할 만한 대목이다. 일부 당 관계자들은 박기춘 의원의 사무처장 임명이 DY에게 큰 실익을 안겨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이와 같은 분석은 재야파 소속인 최규성 의원이 8개월 가까이 사무처장직을 맡으면서 편파적인 당 운영으로 DY측의 큰 불만을 샀다는 주장에 근거한다.
열린우리당의 사무처장은 당의 돈줄을 좌지우지하던 과거 여당 사무총장에 비해 권한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하위직 당직이나 예산집행 등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이와 관련, DY의 한 측근 의원은 “당직자 가운데 개혁당 출신으로 유시민 의원과 가까운 인사가 많다”며 “박 의원이 사무처장직을 맡음으로써 DY가 당을 확실하게 장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물론 DY가 이번 선거를 통해 특별히 이득을 본 것이 없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문희상 의장을 잠재적인 대권 후보군으로 분류하는 당내 인사들은 “DY가 결국 믿던 문 의장에게 발등을 찍힐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문 의장이 향후 대권을 염두에 두고 DY와 결별한 뒤 독자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믿는 문희상에 발등 찍힌다?
당의 한 관계자는 “DY는 사실상 거의 모든 후보를 지원했기 때문에 문 의장이 DY에게 부채의식을 가질 이유도 없고, 갖지도 않을 것”이라며 “문 의장이 DY의 기대와는 달리 자신의 길을 갈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그 때문인지 DY측 인사들은 문 의장이 지명직 상임중앙위원으로 DY와 원만한 관계인 홍재형 의원과 김명자 의원을 임명하지 않고, 김혁규 의원과 이미경 의원을 임명한 데 대해 못마땅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인선이 논공행상으로 흐르면 안 된다’는 재야파의 반발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굳이 문 의장이 물러설 이유는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홍재형 의원을 대신해 지도부에 입성한 김혁규 의원은 전대 출마를 포기하는 과정에 DY와 사이가 벌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DY측 인사들은 당직 인사에서 기조위원장으로 박병석 의원을 임명한 데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대전시당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박 의원은 DY계나 GT계로 명확히 분류되지 않는 의원이다. 이번 전대에서도 문희상 지지를 선언했지만, 눈에 띌 만한 활동을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다. 박 의원의 성향을 굳이 따져보면 차라리 이해찬 총리계로 분류하는 것이 정확하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 듯 DY측은 당직 인선 과정에 민병두 전 기조위원장의 유임을 강력하게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희상 의장측은 이러한 인선 내용을 DY에 대한 ‘반기’로 해석하는 데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일축한다. 김혁규 의원이 지도부에 합류한 것은 영남권 배려 차원이고, 충청권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박병석 의원을 기조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편 DY측 일부 의원들은 문희상 의장의 독자행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관측을 제시하기도 한다. 한 의원은 “문 의장은 알려진 것과 달리 당에 기반이 없고, 소속 의원들과의 관계도 썩 좋은 편이 아니다”며 “이번 전대 기간에 문 의원 주변에 사람들이 몰린 것도 DY와 연대한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친노세력이 독자적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그리 크지 않다”며 “이번 전대에서 친노직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문 의장 선거운동에 오히려 소극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이광재, 서갑원 의원의 경우 자기 지역구의 표를 문 의장에게 몰아주는 정도로 움직였을 뿐이고, 백원우 의원은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김현미 의원도 자기 선거(경기도당 위원장 경선)에만 열심이었다”고 말했다.
GT의 가능성 확인
이번 전대에서 장영달 의원의 3위 당선은 당 안팎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4선 중진인 장 의원이 당선될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았고, 당선된다 하더라도 4위로 턱걸이한다는 것이 전당대회를 앞둔 각 후보 진영의 공통된 여론조사 결과였다. 장 의원이 ‘개혁지도부 구성’이라는 동일한 기치를 내건 ‘개혁파’ 유시민, 김두관 후보에 비해 인지도와 지역 지지도 면에서 뒤떨어지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볼 때 장 의원이 3위를 차지한 것은 재야파 조직이 결집했고, 그 위력이 결코 작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재야파의 한 핵심의원은 “지금까지 느슨한 모습을 보이던 재야파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탄탄한 결속력을 보였다”면서 “진검승부라 할 2007년 대선후보 당내경선에 대한 자신감도 얻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재야파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성과를 얻지 못했다면 DY 대세론이 위세를 떨쳤을 것”이라며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DY계와 비슷한 위치에서 세(勢) 확산경쟁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대로 장 의원이 만약 탈락했거나 4위로 간신히 턱걸이했다면 재야파로서는 2007년 당내 대권후보 경쟁에 뛰어들기도 전에 기가 꺾일 뻔했다는 이야기다.
신기남 의원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유시민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을 확인한 것도 재야파의 또 다른 수확으로 꼽힌다. 전대 예비경선 탈락 후 DY측에 불편한 감정을 토로하며 “정치인이 각자 길을 가는데 옛날에 묶여서만 얘기할 수는 없다”고 ‘마이웨이’를 시사한 신 의원은 전당대회 직전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장 의원과 유 의원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신 의원은 지지선언문에서 “민주개혁세력의 정통성이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은 우리당이 가진 최고의 자산”이라며 “이를 위해 장 후보는 차기 지도부를 주도할 수 있는 위치에 반드시 계셔야 한다”고 밝혔다.
신 의원의 공개 지지표명은 구(舊)당권파의 핵심인 ‘천·신·정’ 그룹의 한축이던 처지에서 완전히 ‘일탈’, DY와 공식적인 결별을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물론 신 의원의 이 발언을 곧바로 재야파와의 연대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신 의원과 DY의 관계가 복원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야파로서는 경쟁관계인 ‘천·신·정’이라는 강고한 블록에 틈이 생겼다는 것을 확인한 정도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결과다.
재야파는 또 유시민 의원의 ‘반DY계, 친GT계’ 발언에도 상당히 고무된 눈치다. 유 의원은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정동영계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이유는 총선 이후 다수당을 차지한, 그 좋던 초창기 4개월을 기간당원제를 폐지하기 위해 허송세월 했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지향하는 정당개혁을 위해 연대할 수 있는 세력은 김근태계밖에 없고 손잡고 함께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시민 毒두꺼비론’
당시 재야파는 유 의원의 발언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했다. 유 의원과 연대할 경우 손익계산 결과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재야파 일각에서는 유 의원과의 연대가 당내 안티세력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오는 2007년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또한 유 의원 발언의 ‘진실성’에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재야파의 한 핵심관계자는 “유 의원이 DY를 공격함으로써 GT가 어느 정도 반사이익을 얻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용꿈’을 꾸고 있는 유 의원은 재야파와 연대해 세력을 키운 뒤 결정적인 시점에 GT에게 칼날을 겨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야파 내부의 이와 같은 의견은 이른바 ‘독(毒)두꺼비론’으로 회자됐다. “뱀이 독을 지닌 두꺼비를 삼키면 처음에는 뱀이 독두꺼비를 먹은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에는 독두꺼비가 뱀을 먹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대가 끝난 이후 유 의원과의 연대가 성사될 경우 2007년 당내 대선후보 경선 결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쪽으로 재야파 내부의 결론이 내려졌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재야파와 참정연의 연대는 전대 직전에 열린 서울시당 위원장 경선에서 큰 위력을 증명한 바 있다.
재야파가 유 의원과의 연대에 관심을 가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친노세력과의 관계개선 때문이다. 친노세력은 2002년 대선 전 민주당에서 후보교체론 등 다양한 공격을 받던 시절, 노 대통령후보가 GT로부터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한 사실에 섭섭해한 것이 사실이다.
재야파는 노 대통령과 주파수가 일치하는 유 후보와의 연대를 통해 지금껏 GT에게 호의적이지 않던 친노세력과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유시민 변수
개혁당파를 이끌고 있는 유시민 의원의 지도부 입성은 향후 당내 역학구도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대다수의 당 관계자는 유 의원이 지도부 입성을 계기로 자신을 대권 후보군의 반열로 끌어올리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할 경우 향후 여권의 대권경쟁 구도에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될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영남 출신의 한 의원은 “여권에서 ‘빠’(열성적 지지자)를 가진 정치인은 노 대통령(노빠) 외에 유시민 의원(유빠)이 거의 유일하다”며 “앞으로 일어날 일을 누가 알겠느냐”고 말했다.
DY계 한 의원은 “유 의원의 전대 공약 중 지역 당원협의회를 순회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며 “명분은 중앙당의 분권화를 이루겠다는 것이지만 사실상 본격적인 대권 준비에 들어가겠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동료 의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는 약점을 당원들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만회하겠다는 속셈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유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노 대통령이 지난해 말 유 의원에게 보냈다는 이메일을 소개하면서 ‘유시민 대망론’에 무게를 실었다. 이 의원은 “유 의원은 지난해까지 입버릇처럼 ‘노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정치를 안 한다. 그 대신 참여정부의 걸림돌은 내가 제거한다’고 말하고 다녔다. 그런데 노 대통령에게 이메일을 받은 뒤 사람이 달라졌다. 거기에는 ‘당신도 짧게 생각하지 말고 길게 목표를 잡고 행동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이 지도부에 입성한 후 당초 주변의 전망과는 달리 공식석상에서 최대한 말을 아끼고, 각종 회의에서 문희상 의장에게 적극 협조하는 등 ‘로키(low-key)’를 유지하는 것도 세력을 조용히 확장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유 의원이 ‘제3의 인물’과 연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본인이 거듭 부인하고 있으나 여권 내에서 잠재적 대권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이해찬 국무총리와 유 의원의 관계 정립 여하에 따라서는 ‘DY-GT’의 양자구도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은 이 총리가 초선의원이던 시절에 보좌관을 지냈고, 양자는 기회 있을 때마다 상대를 높이 평가하는 발언을 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전략적으로 제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즉 유 의원이 이 총리의 대권행을 지원하는 ‘킹메이커’로 변신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유 의원이 ‘킹메이커’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이해찬 총리보다는 김두관 전 장관을 파트너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커지는 계파간 원심력
관리형 지도부
문희상 의장이 어떤 리더십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향후 열린우리당 각 계파간 경쟁 양상은 매우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문 의장이 2007년 상반기까지 여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관리형’ 의장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경우 외부로 드러나는 각 계파간 경쟁은 줄어들 수 있다.
문 의장도 자신의 임무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의장이 당선 직후부터 의욕적으로 ‘속풀이 해장국 정치’를 펼치면서 민생현장을 도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열린우리당이 향후 안정적인 집권여당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더욱 명확해진 당내 계파간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특히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DY와 GT가 당에 복귀하거나, 제3의 인물이 대권 후보군으로 급부상할 경우 계파간 견제와 경쟁이 통제불능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 개헌론과 맞물린 권력구조 개편의 윤곽이 드러나거나, 여당의 지도체제가 또 한 차례 요동을 친 후 전면전으로 비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집권 3년차에 들어가면 보통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구심력이 약해지고 각 계파의 원심력이 커지는 것이 현실”이라며 “새 지도부가 관리자 노릇에 충실한다고 해도 계파간 분화와 경쟁 양상을 저지하기는 힘들 것 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