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호

“사주팔자 알면 평생건강이 보인다”

동양철학으로 오장육부 비밀 밝혀낸 정경대 박사

  • 글: 안도운 기공학 전문가·오운육기연구소장 사진: 김형우 기자

    입력2005-04-25 17: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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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학과 운명학은 어떤 관계인가.
    • 치료 위주의 근대 의술이 아니라 건강 지키기를 목적으로 미래지향적 예방의학을 표방한 전혀 색다른 이론, 인간의 운명이 담긴 사주팔자를 풀이하면 현재의 건강 상태는 물론 앞으로 닥칠지도 모를 질병 상황까지 미리 알아낼 수 있다는 의명학(醫命學)의 세계.
    “사주팔자 알면 평생건강이 보인다”

    의학과 운명학을 연계시킨 의명학을 창안한 정경대 박사.

    “무병(巫病)을 앓는 여자가 무당집에나 갈 일이지 여긴 왜 왔소?”정경대(鄭慶大·58·국제의명연구원장, 철학박사) 박사의 웃음띤 말에 건강 상담을 하러 온 주부 이모(47)씨는 깜짝 놀랐다. 자신의 얼굴에 그렇게 씌어 있는가 싶어 당황해하면서도 겸연쩍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정 박사 옆에 있던 필자를 의식해서인지 이씨는 말을 아끼는 듯했다. 이씨를 자세히 훑어본 정 박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가슴 부위가 다른 데 비해 유난히 크니 목·화·토·금·수 오행(五行) 기운 가운데 심장에 해당하는 화(火)의 기운이 부족하다는 증거이고, 또한 복부 쪽이 지나칠 정도로 발달한 것은 위장과 비장에 해당하는 토(土)의 기운이 매우 강력해서 그나마 약한 화의 기운을 다 뺏아버린다(火生土의 원리)는 것이니 혈액순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할 거요.

    이렇게 화의 기운이 약한 사람 중 열에 아홉은 무속인이 되거나 무속적 성향이 매우 강하게 마련입니다. 이 여성이 무속인 집에 가면 틀림없이 굿을 하고 신내림을 받으라고 할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신이 목숨을 거둬간다고 위협하면서….”

    충북 제천에서 소문을 듣고 서울 상도동 정 박사의 연구실을 찾은 이씨는 그제서야 자신의 과거를 하소연하듯 털어놨다. 어릴 때부터 가끔씩 무병 비슷한 증세를 보이던 이씨는 34세 때부터 손발이 저리고 머리가 아프며 다리에 힘이 없어 길을 가다가도 그냥 쓰러져버리는 증상으로 힘들었다고 한다. 나중에는 헛배가 불러오고 오장육부의 기능이 거의 작동하지 못할 만큼 상태가 악화됐는데, 두 곳의 대학병원에서는 “병명도 없고 약도 없다”면서 치료를 거부했다고 한다.

    결국 이씨는 말기 암을 앓고 있는 친구와 함께 산속에서 생을 마치겠다고 결심하고, 가족과의 인연을 정리한 뒤 제천의 깊은 산으로 들어가 토굴 생활을 해오던 터였다. 그러다 우연히 산삼을 캐러 다니는 심마니를 만나 정 박사 얘기를 듣고는 이곳에 오게 됐다고 한다.



    “이 여성의 사주를 한번 볼까요? 무술(戊戌)생 개띠 해에 신유(辛酉) 월, 신축(辛丑) 일, 임진(壬辰) 시에 태어났어요. 실제로 사주에 화가 보이지 않고, 대신 토의 기운은 8개 글자 중 4개(戊, 戌, 丑, 辰)나 차지하고 있잖아요. 그리고 이 여성의 대운은 34세 때부터 또다시 토의 기운이 들어오는 바람에 건강이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된 겁니다. 치료는 의의로 간단합니다. 지나친 토의 기운을 조절하고 너무 약한 화의 기운을 보강해주는 기공 운동과 배 마사지, 적절한 약물 복용, 양생법을 하면 금방 효과가 나타날 겁니다.”

    의학과 명리학은 불가분의 관계

    필자가 정 박사와 함께 이 여성을 처음 만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석달 전. 이 여성이 과연 정 박사의 지침대로 따라 해서 효과를 볼 경우 필자는 정 박사가 주창하는 ‘의명학(醫命學)’을 취재해보기로 마음먹었다. 필자는 얼마 전 이씨의 행방을 찾아 전화를 했다. 이씨는 언제 그랬냐는 듯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현재는 경기도 안산에서 가족과 잘지내고 있노라고 답했다.

    -정 박사께서 주장하는 의명학이란 용어가 매우 생소합니다.

    “그럴 수밖에요. 제가 처음으로 정립한 이론이니까요. 의명학이란 말 그대로 의학과 운명학의 복합어입니다. 의학의 관점에서 의명학은 치료 위주의 근대 의술이 아니라 건강 지키기를 목적으로 성립한 미래지향적 예방의학입니다. 또 운명학의 관점에서는 점술식 예언을 지양하고 합리적인 논리성으로 조건 지워진 운명의 공식을 풀어 불행의 사슬을 적극적으로 끊을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한 일종의 예방운명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쉽게 풀이하자면, 동양철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운명은 사주팔자라는 8개 글자의 코드에 들어 있는데 이 코드를 풀이하면 자신의 건강 상태는 물론 앞으로 닥칠 수 있는 질병 상황까지 미리 알아내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건강 상태 혹은 질병의 발생 여부가 사주팔자 속에 드러나 있다는 것은 지나친 결정론적 논리가 아닌가요?

    “동양의 의학에선 일반적으로 사람이 천지자연의 기운에 상응해 살아간다고 봅니다. 가령 인체의 변화를 보면 겨울과 밤에는 피부가 수축하고, 봄과 아침에는 수축된 피부가 열리며, 여름과 낮에는 피부가 최대한 확장됐다가 가을과 저녁에는 다시 수축합니다. 이처럼 인체는 천지자연의 기후조건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또한 천지 운행에 따라 인간의 체질이 형성되고 모습과 성격 등도 정해지지요. 사람의 체질을 분류해보면 대개 건조(乾)하고 습(濕)한가 하면, 차(寒)거나 덥(溫)고, 냉(冷)하거나 열(熱)이 많은 등 각기 다른 6가지 성질이 있어요. 이를 전문 한의학 용어로 천지자연의 육기(六氣) 작용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람이 천지자연의 기운에 의탁하고 있는 이상, 더울 때 태어나면 더운 체질이 되고 추울 때 태어나면 추운 체질이 되며, 건조할 때 태어나면 건조한 체질이 되고, 습할 때 태어나면 습한 체질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결정된 체질이 바로 오장육부의 강약허실이 되고, 곧 그 사람의 성격과 지혜와 부귀빈천, 수명(壽命) 등 운명까지 주관한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병은 어떻게 해서 걸리는 걸까. 정 박사에 의하면 체질이 차고 습한 사람은 더운 것을 좋아하고, 한랭다습한 지역과 계절을 견디기 어려워해서 그에 따른 병이 들기 쉽다고 한다. 반면 체질이 덥고 건조하고 조열(燥熱)한 사람은 추운 것을 좋아하고 더운 지역과 계절을 견디기 어려워하므로 역시 그에 상응하는 병에 걸리기 쉽다. 이는 적자생존의 자연계 원리로 음양의 조화가 이뤄져야 생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

    정경대 박사는 해마다 정초 때면 언론에 그해의 기상 변화와 유행할 수 있는 질병을 예측하는데, 이 역시 의명학의 논리를 바탕에 깔고 있다. 그가 2003년 정초 한 일간지에 발표한 내용을 보면 2003년에는 기후가 냉습하므로 호흡기 질환을 많이 앓게 되고, 특히 몸이 냉습한 체질은 심장질환을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는데, 실제로 2003년 계미(癸未)년에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같은 호흡기 질환이 전 세계를 긴장시켰고, 독한 감기를 앓는 사람이 유독 많았다.

    2004년은 물의 기운이 쇠퇴하는 해이므로 신장과 방광 질환이 유행할 것으로 예측했고, 올해는 날씨가 건조하고 더워 호흡기 질환이 다시 한번 크게 유행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의 예측대로라면 2005년에는 체질이 건조하고 더운 사람은 날씨가 몸의 상태를 악화시키는 쪽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헛갈리지 말아야 할 게 있어요. 저에게 건강 상담을 하러 온 사람들에게 체질 이야기를 꺼내면 소양·소음·태음·태양과 같은 이제마의 사상체질로 알아듣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자신은 소양 체질이어서 인삼을 먹어서는 안 된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자신은 소음 체질이어서 찬 성질의 음식을 먹지 말라고 한의사가 충고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주팔자상 아주 찬 기운을 갖고 태어난 사람인데도 겉으로는 열이 많이 나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사람을 양인(소양인·태양인)으로 잘못 파악해 한랭한 성질의 약물 처방을 하면 병이 매우 악화되고 심지어는 사망에 이르는 직접적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비록 겉으로 열이 많은 사람일지라도 인삼이나 홍삼 등과 같이 열을 내는 약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도 말이지요.”

    사상체질과는 차원 달라

    정 박사는 그런 사례들을 실제로 목격하고 있다고 하면서, 환자에게 처방을 내린 의사가 의명학까지 참조했다면 적어도 불행한 일을 자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정 박사의 의명학 이론을 임상에 응용하고 있는 한의사 최성일 원장(서울 평화당한의원)은 “사람의 체질을 분석하는 데 있어 의명학은 다른 어떤 체질론보다 구체적이고 객관적이며, 이에 따른 치료법 역시 매우 뛰어난 편”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예를 들어 사주팔자상 소띠(丑) 월이나 소띠 일에 태어난 사람들은 체질이 매우 냉한데, 다른 처방 없이 하복부에 뜸을 떠주는 것만으로 증상이 매우 호전됨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손발이 차고 추위를 잘 타는 사람의 사주를 풀어봤더니 내면으로는 불의 기운이 강한 환자여서 버섯, 오미자, 녹차 같은 찬 음식을 섭취하도록 해 건강을 지켜나갈 수 있게 했다고 한다. 또한 최 원장은 의명학적 이론에 의해 매우 흥미로운 사례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가령 진월, 술월, 축월, 미월 등 토의 달에 태어난 사람은 평소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 심한 경우 불면증을 호소하게 마련인데, 이런 환자에게는 별다른 약물 처방 없이 체질에 관한 인생 상담을 해줌으로써 불면증까지 고칠 수 있었다는 것.

    서울 원추당한의원 지승제 원장은 다른 체질 진단에 비해 의명학의 정확성이 매우 높다면서 그 뛰어난 점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의명학 이론에 의하면, 처음 대하는 환자를 보더라도 상대방이 어떤 성향과 기질을 갖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환자의 성향을 분석하면 그 환자 고유의 생활습관을 유추해낼 수 있고, 그에 따른 질병의 형태까지 찾아낼 수 있어 객관적 진단에 많은 도움이 된다.

    “사주팔자 알면 평생건강이 보인다”

    정경대 박사가 의명학에 입각해 환자를 상담하고 있다.

    예를 들어 화의 기운이 강한 사람은 성격이 급하고 시원시원한 장점이 있는 반면, 너무 급하게 서둘러 일을 잘 매듭짓지 못하거나 조급증으로 인해 화를 잘 내고 스트레스에도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렇게 누적된 스트레스가 간장 등에 영향을 끼침으로써 각종 만성적 질환에 시달리게 된다. 결국 만성질환으로 한의원을 찾은 환자의 근본 원인은 화의 기운이 너무 강한 것에 있기 때문에 이를 완화해주는 쪽으로 처방을 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불교철학 박사에서 중의사로 변신

    원래 한의학자가 아닌 인문학자인 정경대 박사가 의명학이란 독창적 의학체계를 내놓게 된 데는 어떤 특별한 배경이 있는 걸까.

    이는 우선 그의 다양한 학문 편력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인도 티베탄대학(Tibetan University)과 팔리 부디스트 칼리지(Pali Buddist college)에서 불교철학을 연구,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1994년에는 중국으로 건너가 베이징대에서 역사연구학자 자격으로 동양철학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면서 중의학을 공부하게 됐다고 한다. 중국에 체류하는 동안 정식으로 중의사 자격증을 땄다. 1997년에는 몽골 국가사회과학원에서 종교철학 상박사 학위를 받고 그곳에서 객원교수 생활을 하기도 했다.

    -불교철학과 동양철학을 연구하면서 갑자기 한의학(중의학)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사주 명리학은 학문적 호기심 때문에 유학 가기 전부터 익히 알고 있었지만, 처음부터 특별히 무게를 두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인도에서 유학 하는 동안 틈틈이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다보니 12지지의 동물 띠에 대한 인식이 한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인도, 티베트, 몽골 등에 이르기까지 민중 속에 광범위하게 뿌리내려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래서 사람마다 혹은 해마다 차례차례 배치해 놓은 열두 짐승에 예사로움 이상의 뜻이 숨어 있을 것이라 짐작하게 됐지요.

    특히 제 전공인 불교철학에서도 반수반인(半獸半人)의 12지상이나 12신장은 관세음보살의 화신으로 회자되고 있어요. 동방의 부처라고 일컫는 우리나라 원효대사는 ‘대승기신론’에서 “자시(子時·쥐띠 시간)에 수행을 할 때 삼매에 들고자 하면 쥐의 머리를 한 기이한 마귀가 나타나거나 혹은 부처나 천신으로 둔갑한 쥐가 나타나 수행을 방해하므로 마음속으로 ‘너는 수행을 방해하려고 나를 미혹시키고 있다’고 외치면 즉시 사라진다”고 했어요.

    또 시간별로 보면 쥐는 야밤(23~01시)에 배치되고, 소는 새벽(01~03시), 범은 이른 아침(03~05시), 토끼는 아침(05~07시), 용은 늦은 아침(07~09시), 뱀은 오전(09~11시), 말은 정오(11~13시), 양은 오후(13~15시), 원숭이는 해거름(15~17시), 닭은 초저녁(17~19시), 개는 밤(19~21시), 돼지는 늦은 밤(21~23시)에 배치돼 있는데 이런 시간에 맞추어서 관세음보살이 짐승의 얼굴을 하고 나타나 인간을 경계하거나 인간세계를 두루 살펴본다고도 하지요. 수행하는 불교도라면 불교의 주요 경전 중 하나인 천수경의 다라니가 이 짐승들에게 구원을 청하는 주문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둘 필요가 있어요.

    아무튼 저는 원효대사의 말이 상징이 아닌 실제 수행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임을 직접 체험한 후 지지(地支)에서 띠를 다루는 명리학도 단지 상징에 지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추론했습니다. 그것이 급기야 한의학에까지 손을 뻗치게 돼 의명학이란 이론을 탄생시킨 계기가 됐지요.”

    수(水) 기운 왕성한 이효리

    -건조하거나 습한 체질, 냉하거나 열한 체질, 차거나 더운 체질이 겉모습에도 드러날까요? 이를테면 사상의학 체질론이 체격이나 체형 등으로 가지 체질의 특징이 있다고 하듯이 말입니다.

    “가장 정확한 것은 당사자의 출생 연월일시에 나타난 10간 12지지의 오행 기운 중 강한 기운과 약한 기운을 판별해내는 것이지만, 외형적으로 드러난 것에서도 단서를 잡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오행 가운데서 약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약한 기운을 보강하기 위해 인체 스스로 보호벽을 두텁게 두릅니다. 그래서 약한 기운에 해당하는 인체 부위는 유달리 크게 보이지요.

    이를테면 화 기운에 속하는 심장이 허약한 사람은 가슴이 크고, 여성의 경우 젖가슴이 풍만하거나 축 늘어진 모양새를 합니다. 간이 허하거나 약한 사람은 눈이 큰데, 눈이 큰 사람은 겁이 많다는 속설도 간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

    오행 중 강한 기운 역시 겉으로 드러나게 마련이라는 것이 정 박사의 설명. 신장의 수 기운이 튼튼한 사람은 허리가 유연하면서도 굵으며, 피부색이 거무스레하다. 연예계의 ‘섹시 스타’인 이효리가 신장의 수 기운이 왕성한 것을 드러내는 사례라고 한다.

    간장의 목 기운이 강한 사람은 눈이 작거나 눈빛이 강렬한 편이고, 뼈를 감싸고 보호하는 근육이 잘 발달해 얼굴 곡선이 부드럽고 주름은 깊고 굵게 진다. 심장의 화 기운이 강한 사람은 몸에 열이 많으며, 이마가 좁고 주름 또한 굵게 진다. 얼굴색도 화 기운으로 인해 불그스레한 빛을 띠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전형적인 경우라고 한다. 위장과 비장의 토 기운이 강한 사람은 살이 두껍고 많은 비만형이기 쉽고, 폐장인 금 기운이 강한 사람은 뼈대가 굵고 피부가 두터운 편이다.

    -사람이 운명학적, 즉 태생적으로 오장육부 중 강한 장부와 약한 장부가 있다 치더라도 다 질환에 걸리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당연히 그렇습니다. 오장육부가 균형을 이뤄 태어나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대개는 한쪽 기운이 너무 강하거나 약하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사주학의 논리에 의하면 사람은 누구나 다 10년 주기로 기운(에너지)의 흐름이 각기 다르게 바뀌고, 또 해마다 다른 기운의 흐름을 타게 됩니다. 이때 자신의 강한 장부를 더욱 강하게 해주는 운이 오거나 혹은 약한 장부를 더욱 약하게 해주는 운을 맞이할 경우 어떻게 대처하냐에 따라 건강하게 살 수도 있고 질환에 걸리기도 합니다.”

    체질 개선하면 운명도 바뀐다

    그러면서 정 박사는 자신이 상담한 두 환자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중 한 명은 의명학으로 볼 때 한랭한 체질의 여성으로, 심장과 소장의 기능이 매우 약해 저혈압 증세가 있는 데다 몸속에 열이 부족해 소화기능도 좋지 못했다. 문제는 향후 이 여성의 10년 주기운이 더욱 한랭해지고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심장마비로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

    이 말을 듣고 긴장한 여성은 그후 얼마간 한랭한 체질을 따뜻하게 바꿔줄 약을 복용하면서 양생법(養生法)이나 기공 등으로 심장기능을 강화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반신반의했고 그만큼 건강에 무심해졌다. 결국 그 여인은 마흔셋의 한창 나이에 심근경색으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고 한다.

    또 다른 남성 환자는 금 기운이 너무 강한 대신 목 기운이 매우 허약한 체질이었다. 게다가 천지의 기운이 마침 강한 금 기운을 더욱 부추기는 금기가 매우 성하던 때였는지라 목기에 해당하는 간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 운세였다. 정 박사는 이 환자에게 즉시 간 검사를 받아보라고 조언했는데, 다행히 간암 초기로 진단돼 수술을 받고 완치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의명학이 기본으로 깔고 있는 사주학이란 게 매우 운명결정론적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질환에 걸릴 사람이라면 아무리 애를 써도 결국 병으로 고통받을 것이란 뜻이지요.

    “그것이야말로 잘못된 시각입니다. 사주학은 흉함을 피하고 길함을 추구하는 것이 본질적인 목적입니다. 운명이 결정돼 있다면 굳이 사주명리학이나 의명학을 연구할 필요가 없잖습니까. 저는 그동안 많은 사람의 체질과 운명을 분석한 끝에 길흉화복을 미리 알면 사전에 대비하고 예방할 수 있는 지혜가 저절로 생긴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이는 의명학이 미래지향적인 예방의학이라는 특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로, 자신의 타고난 체질을 개선하면 운명도 바꿀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다만 대개의 경우 앞의 여성처럼 처음에는 긴장했다가 며칠 지나 대수롭잖게 여기다 결국 화를 자초하는 것이지요. 보통 사람은 설마 하는 심리와 믿지 않는 마음 때문에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운명의 큰 수레바퀴에 치여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수가 적지 않습니다만, 굳은 의지만 있다면 피해갈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마음처럼 위대한 힘을 가진 것은 그 어느 것도 없기 때문이지요.”

    덧붙여 정 박사는 설령 운명론적으로 질환에 걸릴 수밖에 없는 운수에 있다 쳐도 방치하면 폐렴이나 폐암으로 갈 수 있는 질환이 자신의 지극한 노력에 의해 감기와 같은 가벼운 병으로 액땜하고 넘어가는 경우를 많이 보고 있다고 밝혔다.

    -운명을 바꾸는 구체적인 실천 방법이 따로 있습니까.

    “매우 간단한 것인데, 허약하게 타고난 기운을 보강해주는 쪽으로 노력하면 됩니다. 평소 식생활이나 생활습관 등을 조절함으로써 허약한 장부를 강화하는 자연치유법, 특정 질환에 효과가 있는 기공체조나 도인술, 그리고 마음 다스리기 등의 양생법이 있습니다. 건강 상태가 아주 좋지 않은 경우에는 특별한 약물치료법 등도 쓸 수 있지요.”

    좀더 풀어보자면, 자연치유법이란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의 체질에 맞는 음식을 먹는 습관을 기르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음식을 생명 유지 차원에서 에너지를 보충하는 것쯤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게 정 박사의 설명.

    사람은 음식을 늘 가까이 하기 때문에 음식의 약리작용을 모르고 있으나 사실 말 그대로 ‘음식이 보약’이라는 것이다. 특히 예방의학 차원에서 보면 일상에서 자신의 건강을 지켜주는 음식이 산삼보다 더 귀한 것이라고 한다. 즉 평소 먹는 음식은 허약하거나 너무 강한 오장육부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므로 자신의 체질에 맞는 것을 가려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검은콩이 좋다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맞는 것은 아니다. 검은콩은 신장·방광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좋은 음식이지만, 신장·방광이 실하고 심장이 허약한 사람이라면 오히려 심장기능을 약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약물처럼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정 박사의 말이다. 모든 음식에는 고유의 맛이 있고 맛은 오행으로 분류되며, 오행은 오장육부에 적용되므로 오장육부에 맞는 음식을 먹어야 체질도 개선되고 건강해지는 법이다.

    음식 외에 체질을 개선하는 생활습관을 기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를테면 잠자리에 드는 방향도 인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야 한다. 다음은 정 박사가 제시한 잠자리 방위다.

    ▲간이 허약하면 항상 동쪽으로 머리를 두고 잠자리에 들며, 일을 할 때도 동향(東向)에서 하는 것이 좋다. 평소 식물이나 나무를 가까이 한다. ▲심장이 허약하면 항상 동쪽이나 남쪽으로 머리를 두고 잠자리에 들며, 일할 때는 동쪽이나 남쪽을 향해 앉는 것이 좋다. 평소 나무와 빛을 가까이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폐가 허약하면 서쪽으로 머리를 두어 잠자리에 들고, 일할 때도 서쪽을 향해 앉아 일하는 것이 좋다. 평소 금속을 가까이 하며 금속류의 장신구를 몸에 두르는 것도 좋다. ▲신장이 허약하면 북쪽이나 서쪽으로 머리를 두고 잠자리에 들며, 일할 때도 서쪽이나 북쪽을 향한 자리에서 일하는 것이 좋다. 평소 물을 가까이 한다. ▲위장과 비장이 허약하면 방위상 중앙인 토(土)를 살려주는 화(火)의 방위, 즉 남쪽으로 머리를 두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 일할 때도 남향으로 앉는 것이 좋다. 평소 빛과 흙을 가까이 하는 생활습관을 가지도록 한다.

    심장 허약하면 머리를 남쪽으로

    정 박사는 중증 질환이 아닌 환자들에겐 일상의 자연치유요법만으로도 대단한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마음을 다스리는 법, 체질에 맞는 도인술 등 양생법을 곁들이면 그 효과는 배가된다고 한다.

    문제는 중증 질환자들이다. 이들은 일상생활이나 도인술을 하기가 벅찰 정도로 몸 상태가 안 좋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전문가의 약물치료로 최소한 원기를 회복한 뒤 일상생활에서 꾸준히 자연치유법이나 양생법을 실천하면 된다고 한다.

    “중국에 있을 때 중증 질환을 앓는 환자를 많이 봤습니다. 저는 중국정부가 인정하는 중의사 자격증이 있기 때문에 약물처방도 할 수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중의사 자격이 통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의명학 상담으로 그칠 수밖에 없어요.”

    사실 정 박사는 인도와 티베트, 중국을 다니면서 기공 치료의 대가들과 양생법의 달인들을 만나면서 내밀하게 전해 내려온 탄트라 수행, 약물 비방 등을 전수했다고 한다. 아직은 시기가 이른지라 세상에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

    대신 정 박사는 의명학을 널리 전파하기 위해 국제의명연구원에 강좌를 개설해놓고 있다. 동양의 음양오행론과 사주명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 공개강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문의 02-826-4540).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려는 필자에게 정 박사는 무언가 할말이 남아 있는 듯 이 말만은 꼭 밝혀달라고 부탁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천지로부터 부여받은 기(氣·에너지) 성질을 사주팔자라는 방정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순간부터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습니다. 사주팔자에 드러난 자신의 기운에서 편향된 오행 기운과 그릇된 성품을 스스로 파악하고, 이를 조화롭게 해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끝까지 실천하면 자신의 체질 개선은 물론 운명의 구조까지 바꿀 수 있습니다. 의명학은 절대 숙명론적 세계관이 아니에요. 인간의 적극적 의지를 강조하는 인간 중심의 세계관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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