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곡인 콜 포터의 ‘I Love You’는 스윙의 느낌을 배제한 채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박종훈의 따뜻한 시선을 담아내 원곡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앨범 중 최고의 연주라 할 만한 쳇 베이커의 ‘I Fall In Love Too Easily’는 쳇의 보컬과 트럼펫 연주를 대신해 피아노로 그 모든 것을 표현해냈다. 쳇의 음성이 슬픔과 고독, 절망과 목마름이었다면 박종훈의 연주는 오렌지향의 칵테일처럼 투명하며, 절망을 이겨내려는 희망의 다짐이 녹아 흐른다.
영화 ‘쉘부르의 우산’ 중 ‘ I Will Wait For You’, ‘티파니에서 아침을’ 중 ‘Moon River’,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중 ‘When I Fall In Love’는 미묘한 셈여림의 호흡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원곡의 선율에 몽환적인 분위기를 덧입혀 듣는 이로 하여금 아련한 추억을 되새기게 한다.
리처드 로렌스와 로렌츠 하트의 보석 같은 곡 ‘Blue Moon’은 박종훈의 경쾌한 터치로 더욱 빛을 발하며,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선구자 제롬 컨의 곡 ‘All The Things You Are’의 우아한 선율은 그의 손끝에서 잔잔하게 울려퍼진다.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은 절제된 테크닉을 적재적소에 사용해 깔끔하고 담백한 느낌이다. 마치 따사로운 봄 햇살을 받으며 안락한 카페에 앉아 있는 듯한 포근함을 선사한다. 곧 반가운 사람이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설 것 같은 설렘을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