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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본 아파트값 논쟁

‘거품’ 단정은 성급, 2006년 이후 공급 부족할 수도

  • 글: 박합수 국민은행 PB사업본부 부동산팀장 habsoo@yahoo.co.kr

통계로 본 아파트값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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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동안 정부는 ‘아파트 가격 거품론’의 관점에서 규제 정책을 펴왔고, 시장은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안정 대책이 거래 자체를 숨죽이게 한다”며 불만을 터뜨려왔다.
  • 이런 상황에 정부가 유일하게 공인하는 아파트 시세 조사기관인 국민은행의 부동산 담당자가 각종 통계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아파트값 거품론의 실체를 밝히는 글을 ‘신동아’에 보내왔다.
통계로 본 아파트값 논쟁
올해 초 아파트시장은 판교라는 ‘뜨거운 감자’를 놓고, 분양 시기 및 분양가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정부가 오는 11월로 판교 분양을 연기하면서 주춤해졌지만,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시행 지연과 제2종 주거지역의 층수 제한 해제에 따른 고층아파트 건립 논란이 그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소진되고 매도 호가가 상승하는 조짐이 나타나기도 했다.

최근에는 재건축 아파트 단지 내 임대아파트 건설을 완화한다는 정책을 백지화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요즘 아파트 가격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봄을 정점으로 서서히 하락세로 돌아서는 듯했으나 앞에서 언급한 몇 가지 요인으로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국민 다수가 주택가격을 일종의 내수경기 회복의 척도로 바라보는 현실에서 경기 회복 기조를 이끌어가야 하는 정부로서는 집값 하락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집값이 오르는 것도 문제다. ‘집값만은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온 정부로서는 집값 상승이 곧 부동산 가격 안정대책의 훼손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보고만 있을 수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바라는 것은 주택가격 수준이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세금을 통해 주택가격의 안정을 유도하는 정책을 펴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수요와 공급의 흐름을 간과하는 정책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향후 공급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의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현재의 아파트 가격은 부동산시장의 긴 흐름 속에서 볼 때 정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과도기에 해당한다. 최근 아파트 가격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거품 논쟁’도 이런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3월 말 현재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시세는 평당 220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서울 소재 아파트의 평균가격은 평당 1145만원 수준이다. 이를 토대로 현재의 아파트 가격이 적절한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객관적 비교 대상을 찾아 같은 시기의 변동률을 살펴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경제통계에 주로 쓰이는 물가지수 상승률과 소득 증가율을 집값 상승률과 비교해 보면 아파트 가격 거품론의 실체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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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주택 매매가격 증감률

[표1]에서 주택가격 지표인 매매가격 증감률을 보면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1988~90년에 가파르게 올라 18~3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1990년대 들어 1993년까지는 4% 안팎의 하락률을 보였으나 1998년 외환위기를 맞아 14.6%나 폭락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1999년 이후에는 상승 국면으로 돌아서 2002년에는 30% 이상 폭등했다.

이러한 추이를 종합해보면 가격 상승기에는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지만, 하락기에는 외환위기를 제외하고는 한자릿수의 비율로 소폭 하락에 그쳤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아파트 가격은 한번 올라가면 좀처럼 크게 떨어지지 않는, 하방 경직성이 크다는 점과 침체기에도 가격 하락 폭이 크지 않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처럼 대폭 상승과 소폭 하락의 반복으로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거의 계단식으로 상승해왔다. 올해에도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2~3%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 폭은 더 작아질 수도 있고 오히려 가격 상승으로 전환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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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2]매매가격지수 및 기타 지수 비교 (90.12월=100)

이번에는 아파트 가격을 모든 가격지표의 기준이 되는 물가지수와 도시근로자소득지수 변동률과 비교해 살펴보자. [표2]는 1990년 말의 아파트 가격을 100으로 가정할 때 최근까지의 아파트 매매가격 증감률을 나타낸 것이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84.2로 하락했다가 2001년 이후 급반등하여 지난해에는 167.9로 치솟았다.

반면 물가지수는 해마다 상승을 거듭하여 2004년 말 현재 189.5를 기록했다. 또한 도시근로자소득은 엄청난 증가세가 이어져 1990년의 3.4배에 해당하는 340.9를 기록했다.

결국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같은 시기 물가지수 상승률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도시근로자 소득증가율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특히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물가지수가 체감 물가상승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현재 아파트 가격 상승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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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합수 국민은행 PB사업본부 부동산팀장 habsoo@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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