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호

대통령 후원자 문병욱 ‘채무탕감’ 논란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5-07-28 13: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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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병욱 썬앤문 그룹 회장이 실소유주로 알려진 보나벤처타운(주)이 2004년 5월 제2금융권으로부터 14억원의 채무를 사실상 탕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6억원의 대출금 중 2억원만 회수한 뒤 가압류를 해지해줘 14억원을 못 받게 된 것. 이 금융기관은 공적자금 400여 억원을 지원받고 있어 정부의 감독 대상이다.
    ▶공적자금 투입 금융사, 빌려준 돈 14억 덜 받고 문씨 빌딩 가압류 해지

    ▶건보심사평가원, 감정가보다 140억 더 주고 문씨 빌딩 매입

    신한상호저축은행(옛 텔슨상호저축은행, 이하 신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 5월 신한측은 보나벤처타운(주)에 16억2200만원의 채권을 갖고 있었다. 신한측은 채권 회수를 위한 담보 형식으로 보나벤처타운(주) 소유 부동산인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보나벤처타운 빌딩에 가압류를 설정해놓은 상태였다. 1986년 4월 준공된 보나벤처타운 빌딩은 지하3층, 지상 10층 규모로, 당시 ‘한국감정원’의 감정평가액은 416억원이다.

    2004년 5월12일 보나벤처타운(주)은 신한측에 “2억원을 갚을 테니 보나벤처타운 빌딩에 설정된 가압류를 해지해달라”고 요청해왔다(신한측 자료). 신한은 하루 만에 이 요청을 받아들여 5월13일 보나벤처타운(주)과 ‘합의서’를 체결했다. 다음은 신한측 대표이사와 보나벤처타운(주) 대표이사의 직인이 각각 찍힌 5월13일자 합의서 내용이다.

    1. 보나벤처타운(주)은 신한측에 2억원을 지급한다. 2. 신한측은 2억원을 제공받음과 동시에 보나벤처타운 빌딩에 대한 가압류를 해지한다. 3. 신한측은 보나벤처타운 빌딩에 대한 일체의 채권추심을 1년간 유예한다. 4. 양 당사자는 본 계약을 제3자에게 누설, 공표, 배포하여서는 안 된다.



    합의서는 그대로 이행됐다. 그 사이 보나벤처타운(주)은 보나벤처타운 빌딩을 매각처분했다. 따라서 신한측은 보나벤처타운(주)에서 나머지 14억여 원의 채권을 확보할 수 없게 됐다. 신한측 관계자는 “채권추심 유예기간인 1년 뒤 보나벤처타운(주)의 자산 파악에 나섰으나 확보할 수 있는 자산을 거의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신한측은 14억여 원을 ‘특수채권’으로 분류했다. 사실상 ‘받기 어려운 돈’으로 결론을 낸 것이다.

    신한, “빌딩 감정가 250억”

    그렇다면 신한측은 이 같이 합의한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까. 2004년 5월 당시 보나벤처타운 빌딩은 2차 경매를 앞두고 있었다. 신한측은 보나벤처타운 빌딩에 대해 자체 감정을 실시했다. 감정가가 250억원으로 나왔다고 한다. 보나벤처타운 빌딩엔 신한을 포함해 7개 채권기관이 총 17건 343억원 규모의 가압류를 설정해두고 있었다.

    신한측 관계자는 “우리 채권은 후순위였으므로 우리측 감정가(250억원)로 계산하면 경매를 해도 채권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2억원이라도 받는 것이 낫다고 보고 보나벤처타운(주)과 합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압류해제 합의’ 일주일 전인 2004년 5월6일 이미 보나벤처타운(주)은 이 빌딩을 390억원에 공공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매각하기로 심평원과 계약을 체결했다. 390억원은 보나벤처타운 빌딩에 설정된 총가압류 액을 훨씬 상회하는 것이어서 신한측은 16억원의 채권 전부를 회수할 수 있는 상황이 됐는데도 가압류를 해지해준 것이다. 신한측은 “그런 계약이 체결됐는지 몰랐다”고 답했다. 그러나 신한을 제외한 다른 채권기관들은 보나벤처타운(주)에 대한 채권을 모두 회수했다.

    심평원, “빌딩 매입가 390억”

    신한측엔 2000년 10월부터 현재까지 19회에 걸쳐 407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앞으로도 공적자금이 9회 더 들어갈 예정이다. 신한측의 부실채권은 세금으로 메워지는 셈이다. 신한측은 예금보험공사, 금융감독원 등 정부의 감독대상이다.

    반면, 심평원측은 “한국감정원이 책정한 빌딩 감정가가 416억원이다. 그래서 2차 경매 최저낙찰가(331억원)보다 높은 390억원을 주고 샀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평원이 산 가격은 신한측 감정가(250억원)보다 140억원이 더 높다.

    같은 시기, 같은 빌딩에 대해 한 공공기관은 2차 경매 최저낙찰가보다 59억원 비싸게 사주고,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은 정반대로 빌딩의 가치를 2차 경매 최저낙찰가보다 훨씬 더 낮게 잡아 14억원의 채무를 사실상 탕감해준 것이다.

    심평원은 얼마 전 서울 마포에서 서초동 보나벤처타운빌딩으로 본사 이전을 마쳤다. 그런데 최근 공공기관 지방이전 발표에 따라 심평원은 본사를 충청도로 또다시 옮겨야 한다.

    빌딩 매입 당시에도 심평원은 자사가 지방이전 대상 기관에 포함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정부는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할 땐 서울의 본사 사옥을 매각해야 한다”는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서울 지사가 비대해지는 역기능을 막자”는 취지에서다. 다음은 정부 방침과는 반대되는 심평원 자체 보고서 내용이다.

    “우리 원은 신사옥 건물을 구입한 후 본부 지방 이전시 본부 업무가 서울지원으로 대폭 이관이 불가피하므로 서울지원이 입주하는 것으로 심의받음.”

    심평원 보고서에 따르면 심평원은 ‘회의공간, 휴게공간 부족’을 신사옥 매입의 이유로 제시했다. 그런데 같은 보고서에서 “현 사용 사무실 면적은 3500여 평이나 보나벤처타운 건물은 약 3300평”이라고 밝혔다. 이전하면 공간이 오히려 더 좁아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심평원 보고서는 “규모 있게 배치하면 입주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심평원의 보나벤처타운 빌딩 매입 최종 허가권자는 김화중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현 노무현 대통령 특보)으로 심평원의 보나벤처타운 빌딩 매입은 보건복지부와 산하 기관들까지 적극 나서지 않았으면 어려운 일이었다. 심평원은 본사로 쓰던 심평원 소유 서울 마포 건강보험회관 내 사무실(심평원 추정 150억원)이 팔려야 보나벤처타운(주)에 매입대금을 원활히 지급할 수 있는 상황. 결국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는 건강보험관리공단이 이를 모두 매입했다.

    빚은 안 받고, 비싸게 사주고?

    건보 내부에선 심평원의 이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평원의 서초동 빌딩 매입이 부동산 투기 목적이 아니라는 전제하에서, 의료보험 행정을 공동 집행하는 건강보험관리공단과 심평원 간엔 업무 공조가 ‘엄청나게 빈번한’ 상황이므로 같은 건물에 있는 심평원이 굳이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갈 공익적 이유가 없다”는 시각도 있었다.

    정부산하 공공기관은 안 사도 될 건물을 비싸게 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같은 시기, 정부 영향력이 미치는 금융기관은 가압류 해지를 안 해도 되는데 해지해 14억원을 손해봤다. 이에 따른 이익은 모두 보나벤처타운(주)으로 돌아갔다.

    신한측은 “외부의 지시는 전혀 없었으며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자체 판단에 따른 합리적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예금보험공사측은 “계약 하나하나까지 우리가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심평원 측은 보고서 등을 통해 “독립 사옥 보유는 심평원의 숙원사업이었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적정 가격에 구입한 것이며 특혜의혹은 일절 없다. 신 사옥 구입과 지방 이전은 무관하다”고 말했다.

    보나벤처타운(주)은 문병욱 썬앤문 회장이 실소유주인 것으로 알려져왔다. 취재 결과, 2003년 9월 문병욱 회장은 김성래 전 썬앤문 부회장에게서 보나벤처타운(주)을 양도받는 합의서를 체결했다. 2004년 보나벤처타운(주)엔 문 회장의 동생이 이사로 등기돼 있었다. 현재 썬앤문에서 근무 중인 보나벤처타운(주)의 최모 당시 대표이사는 “김성래씨로부터 보나벤처타운(주)을 떠안게 돼 우리도 손해를 많이 봤다. 아직도 빚이 남아 있다. 문 회장은 계약 문제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5년 6월 대법원은 문 회장에 대해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및 벌금 10억원을 선고했다. 문 회장은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 진영에 1억5000만원, 한나라당 진영엔 2억원의 불법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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