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피언 재즈 트리오는 1984년 네덜란드에서 결성된 재즈 피아노 트리오로, 감성에 의존하기보다는 이성적인 느낌의 깔끔한 재즈를 선사하는 팀이다. 특히 귀에 익은 팝과 클래식 곡을 로맨틱한 선율로 연주해 재즈의 초보자와 마니아 모두에게 다가갈 수 있는 힘을 지녔다. 피아노의 마크 반 룬, 베이스의 프란스 반 호벤, 드럼의 로이 다쿠스는 원곡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탁월한 감각을 발휘한다.
앨범 ‘European Jazz Trio Best Collection Pop’에서는 단연 ‘Europa’가 돋보인다. 산타나의 명곡인 이 곡은 예세 반 룰레가 객원으로 참여해 화려한 기타 연주를 선보인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록 기타가 발산하는 폭발적인 파워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탱고의 아찔한 매력이 돋보이는 ‘Libertango’는 베이스와 드럼의 투박한 사운드로 표현돼 새로운 피아졸라의 탄생을 깨닫게 한다. 섬세한 로이 다쿠스의 드럼 소리는 심장의 고동소리처럼 들려온다.
1965년 리처드 버튼과 엘리자베스 테일러 주연의 영화 ‘The Shadow of Your Smile’의 삽입곡인 동명의 곡은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앨범 ‘Mona Lisa’에 실려 있어 더욱 반가운 트랙이다. 수많은 뮤지션에 의해 이미 알려졌지만, 적절한 끈끈함과 깔끔함이 돋보이는 마크 반 룬의 매력적인 연주는 ‘연주자와 청중 사이에 벌어지는 마술’이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이외에도 원곡에 충실한 스팅의 ‘Fragile’, 라이오넬 리치와 다이애나 로스가 부른 ‘Endless Love’,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 번스타인의 ‘Maria’가 수록돼 있고, 일본 애니메이션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테마곡도 실려 있다.
‘European Jazz Trio Best Collection Classic’에는 클래식 선율과 즉흥 연주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첫 트랙인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제5번’은 베이스와 드럼의 활기참을, 쇼팽의 ‘즉흥 환상곡’과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는 원곡의 아름다운 멜로디를 스윙감 있게 잘 살려냈다. 포레의 ‘파반느’에는 서정미와 멜랑콜리함이, 베토벤의 ‘비창’에는 엄숙한 리듬이 살아 있다.
유로피언 재즈 트리오가 들려주는 고급스러우면서도 부드럽고 평온한 소리. 이들이 20여 년 동안 몰입해온 흔적을 통해 ‘로맨틱 재즈계의 대명사’라는 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