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험 중에 가장 어려운 게 운전면허 시험이고, 사람 노릇 중에 가장 어려운 게 부모 노릇이라고 한다. 사회적 지위가 아무리 높고 능력이 출중한 사람도 자녀교육 앞에선 누구나 초보이게 마련. 자녀를 위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온갖 편법과 기교가 판을 치는 요즘, 보란 듯이 세 자녀를 말쑥한 세계인으로 키워낸 부부가 있다. 그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자녀교육 체험 노하우.
개인과 조직, 가족과 가정의 성공을 돕는 비즈니스를 펼쳐온 김경섭(65) 한국리더십센터 대표. 최근 펴낸 ‘자녀교육의 원칙’이란 책에 대해 얘기하고자 찾아간 자리에서 그는 대뜸 돌팔이 타령을 늘어놓았다.
“결혼하기 전에 단 한 시간이라도 결혼생활에 대해 공부한 적 없죠? 그래서 돌팔이 남편, 돌팔이 아내라는 겁니다. 그런 돌팔이들이 아이 낳아 부모가 되어서도 공부 안 하긴 마찬가지죠?”
자녀를 성공시키기 위한 집념, 자녀 교육열이라면 세계 1위를 장담하는 한국인이다.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 방법은 이미 유효기간이 지난 농경사회 방식일 뿐. 그러다보니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자녀교육법을 익히지 못한 돌팔이 부모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김 대표는 “특히 아버지가 자녀교육을 소홀히 해온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성적이고 전략적이어야 할 교육이 어머니들만의 맹목적이고 감성적인 사랑으로 인해 왜곡된 방향으로 흐르면서 ‘과보호’라는 잘못된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한다. 나무가 성장하는 데는 비료와 물이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나무를 썩게 할 수도 있다는 것. 게다가 ‘이것이 자녀교육의 정도요, 원칙’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선배가 없다보니 돌팔이 행진이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비법’ 위주 교육이 낳은 역효과
김경섭 대표는 ‘리더십’이란 단어조차 생경하던 1994년, 자신이 미국에서 교육받고 개과천선(?)한 리더십 프로그램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을 국내에 들여와 개인과 조직을 대상으로 혁신적인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부인 김영순(64)씨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화학과 교수로 방학 때면 3~5개월 한국에 머물며, 리더십 및 자녀교육 강사, 학부모를 위한 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이들 부부가 주위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세 자녀를 모두 그토록 훌륭하게 세계인으로 키우신 비법이 뭔가요?”다.
첫째아들 기일씨는 워싱턴에서 미연방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자문을 하고 있으며 하버드대 2년 후배인 박여욱 연방검찰청 검사와 결혼해 워싱턴 교외에서 살고 있다. 큰딸 기연씨는 타코닉 캐피털사의 고문변호사로 일하는데, 상사인 팻 노튼씨와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막내딸 기애씨는 뉴욕 메이어 브라운 법무법인의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자식 키우는 처지에서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자식농사를 잘 지은 셈이다.
그러나 부부는 ‘비법’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아니, 비법으로 자녀를 교육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싫어한다. 매스컴에서는 연일 이것이 대학을 보내는 비법이네, 어느 학원이 합격률 100%네, 이렇게 해야 공부를 잘하네 하는 수많은 경험론과 고수의 전략이 넘쳐나지만, 이것은 특정인의 성공에 기댄 비법이나 편법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많은 부모가 자녀를 교육할 때, 공산품을 만들어내듯 ‘빨리빨리’를 외치고 조급한 마음에 비법을 찾습니다. 그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고 또 이런 비법이 당장은 효율을 올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임기응변에 불과한 비법 위주의 교육은 아이들의 삶 곳곳에 구멍을 만들어 결국 역효과를 낼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 부부는 “자녀교육에선 기다리는 인내와 여유가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기다리고 인내하여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찾게 해야 한다는 것.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부모는 여유를 갖고 기다릴 수 있도록 몇 가지 기준과 원칙을 찾아 세우고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금에야 성공한 인물로 꼽히는 리더십 교육 전문가지만, 아이들이 하나씩 태어나고 자라는 동안에는 이들 역시 초보 부모, 돌팔이 부모였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하나씩 알아가고 주변에 물어 눈치껏 깨달으며 부모로 성장했다. 돌팔이 부모였다고 고백은 하지만, 그래도 이들 부부는 결혼 전부터 몇 명의 아이를 낳아 어떻게 기를 것인가를 서로 이야기하고 의견을 나누었다. 그 노력은 이들이 수립한 세 가지 원칙에서 드러난다.
첫째,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다. 아이들이야말로 때를 놓치지 말고 부모의 손길을 필요로 할 때 부모가 아낌없이 투자해야 한다.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가 생길 때 가서 하겠다고 생각했다간 때를 놓치고 만다.
둘째, 자녀의 자기관리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부모가 언제까지고 아이 옆에 붙어서 일일이 지켜보고 지도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자녀에게 올바른 셀프 리더십을 길러주고,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도록 도와야 한다.
셋째, 아이들의 주거환경을 배려해야 한다. 맹모삼천지교의 위력은 오늘에도 유효하다. 김 대표 부부는 자녀를 키우는 동안 필라델피아 시내와 가까운 뉴저지에 살면서 이사를 세 번 했다. 첫 동네는 젊은 부부가 많이 살아서 아이들의 또래 친구가 많다는 이유로, 두 번째 동네는 자전거로 통학할 만큼 안전하다는 이유로, 세 번째 동네는 유명학자와 노벨상 수상자들이 많이 산다는 이유에서 이사를 결심했다. 재테크를 위해 여기저기 집을 옮겨다니는 우리 이웃의 열혈엄마들이 특히 눈여겨볼 대목이다.
우리도 히딩크가 될 수 있다
김경섭·김영순 부부가 정의하는 부모란, 코치요 정원사며 친구다. 이 정의는 부부의 체험에서 비롯됐다. 부모는 오랜 시간을 함께하면서 자녀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이해하며 친하게 지내므로 친구다. 또 잘못이나 고장을 수리공처럼 고치고 바꾸는 것이 아니라, 씨앗이 잘 자라도록 물을 주고 조심스럽게 가지를 쳐주며 아이의 잠재력을 발현시키는 정원사가 돼야 한다. 아이의 잘못이나 부족한 부분을 하나하나 고쳐줄 수 있다고 믿는 부모가 많은데 이는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러므로 부모는 아이들의 보호자가 아니라 코치다. 우리도 히딩크처럼 명 코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이들이 꼬맹이일 때는 보호자로서 일일이 챙기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아이들이 독립성과 주체성을 갖기 시작하면서부터 하나둘씩 그 역할을 놓아야 한다. 그러는 사이 보호자 구실이 모두 끝난다.
대신 이때부터는 코치라고 하는 새로운 구실을 하는 부모로 존재해야 한다. 아이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믿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구실로 전환해야 한다. 자녀를 미숙하고 부족한 존재라 여기며 수직적인 관계를 통해 아이의 삶에 최대한 개입하는 것이 보호자의 구실이라면, 자녀의 미래 가능성을 믿고 친구처럼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그들의 삶에 최소한으로 개입하는 것이 코치가 할일이다. 김씨 부부는 코치의 구실에 충실하기 위한 몇 가지 원칙을 이렇게 꼽았다.
■사소한 것까지 예리하게 관찰하고 파악하라 : 코치가 경기를 지켜보며 선수의 장단점과 몸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선수에게 맞는 코칭을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부모는 아이의 사소한 행동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관찰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이가 무엇을 잘 하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유치원이나 학교에서는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등을 상세하게 파악해야 한다.
■나이에 맞는 코칭을 하라 : 갓난아이를 코치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학생에게 보호자 노릇을 하려 해서도 안 된다. 보호자 역할이 필요한 시기가 있고 코치 역할이 더 중요한 시기가 있게 마련이다.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해주라 : 상대 선수의 공격을 무력화하는 능력이 있는 선수에게 수비를 맡기고 골 결정력이 있는 선수에게 공격을 맡기는 사람이 훌륭한 코치다.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가 지니고 있는 재능을 발견해서 길러주어야 한다.
■충분히 대화하며 자녀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 선수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한 채 호통만 치는 코치는 좋은 선수를 길러낼 수 없다. 사소한 이야기까지 잘 들어주고 대화를 충분히 나눠야 자녀를 이해할 수 있다.
■신뢰가 밑받침되게 하라 : 선수가 감독을, 감독이 선수를 믿지 못할 때 그 경기는 하나마나다. 마찬가지로 부모와 자녀 사이에 사랑과 신뢰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 물론 아이를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것도 중요하나 무조건 아이의 편이 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아이의 잘못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참고 기다려라 : 아무리 좋은 원칙이나 기술이 있어도 누구나 훌륭한 코치가 될 수는 없다. 보호자에서 코치로 역할을 옮겨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부모로서 감정의 개입을 최대한 차단하고 아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크나큰 인내를 필요로 한다. 때로는 선수의 잠재력과 능력을 믿지 못하는 조바심 때문에 코치 역할에 충실해야 할 부모가 자녀 대신 선수가 되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코치는 선수가 뛸 준비를 마칠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한다.
성공하는 부모의 7가지 습관
김 대표 부부는 이 같은 원칙을 실천하기 위해 세부적인 실행계획을 세웠다. ‘자녀교육의 원칙’에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많이 거론돼 있다. 그 가운데 독자의 귀를 솔깃하게 할 만한, 누구라도 따라 하기 쉬운 7가지 방법을 정리해봤다.
1. 순도 100%의 사랑을 쏟아부어라
경제적, 시간적, 환경적으로 완벽한 조건을 아이에게 갖춰주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아이들이 부모를 필요로 할 때 혹은 원할 때 아이를 맘껏 사랑하는 일만큼은 당장 실천해야 한다. 김 대표 부부는 맞벌이를 하느라 아이들을 세심하게 보살피지 못했다. 이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시도한 방법이 밀도 있게 집중적으로 사랑을 쏟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부부의 삶을 온통 아이들에게 맞췄다. 평일에는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사가지고 들어가 아이들과 함께 읽었다. 레고 블록 쌓기 등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워줄 수 있는 장난감을 갖고 저녁마다 함께 놀았다. 아이들과 대화할 수 있는 아침, 저녁식사 시간을 더없이 중요하게 지켰다. 식사하면서 자녀와 대화하고 고민을 듣고 꿈을 나눴다. 평일엔 3시간 남짓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함께 뒹굴었다. 주말엔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이나 문화공연장을 찾아다녔다.
2. 산교육 할 수 있는 가족여행을 자주 하라
가족여행은 누구라도 실천할 수 있다. 그러나 평소 대화가 적고 어울리는 시간도 많지 않은 가족은 집을 떠나 여행지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어색해진다. 별 재미도 없다. 취향도 습관도 제각각인데 그것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짧은 며칠 동안에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니 관광명소를 찾아다니며 사진이나 찍다가 서둘러 돌아오기 일쑤다.
김 대표 부부는 “가족여행이야말로 준비에서부터 돌아올 때까지 내내 산교육의 현장”이라고 말한다. 이 가족의 여행은 좀 달랐다. 사진을 찍고 추억을 만드는 여행이 아니라 학습을 염두에 둔 목적여행이었다.
따라서 여행지도 휴양지가 아닌 박람회나 박물관, 위인들의 생가, 세계적인 대도시, 도서관 등지였다. 세계적인 도시를 여행하며 아이들에게 국제적인 감각을 길러줬다. 위인의 생가, 종교유적지, 박물관은 인간의 삶과 죽음, 역사가 함께 숨쉬는, 살아 있는 학습관이다. 이들 가족의 여행이 여느 가족의 그것과 또 다른 점은 카메라가 아니라 눈과 머리와 가슴에 여행지의 아름다움을 담았다는 사실이다.
또한 자녀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 장기간 계획하는 프로젝트 여행을 다녀왔다는 것도 특별하다. 일정과 예산, 코스와 프로그램, 숙식 등 다양한 것을 아이들이 분담해 계획하면 김 대표 부부는 이를 그대로 따랐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계획을 도모하는 능력과 분담된 일을 완수하는 책임감을 함께 배웠다.
3. 머리보다 몸과 마음을 먼저 살찌워라
부부는 중고시장에서 살림도구를 장만할 만큼 알뜰했지만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살찌우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선진국에서는 국회의원이나 변호사 등 상류층이나 엘리트 계층일수록 스트레스 해소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들은 손수 요리를 하고 하우스 콘서트를 여는 등 취미활동으로 스트레스를 적극적으로 해소한다.
김 대표 부부도 세 아이가 성장하여 높은 목표를 성취했을 때,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스트레스와 긴장을 풀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갖게 해주고 싶었다. 또 음악과 미술 등 예술에 대한 다양한 관심이 아이들의 인성과 감성 형성에 도움을 주고, 그들이 성인이 됐을 때 인생의 윤활유 구실을 할 것이라 믿었다. 김 대표 부부는 중고 피아노를 들여와 순차적으로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쳤고, 스포츠 동아리 등 단체 활동에 참가하도록 권했다. 애완동물을 키워 아이들에게 탈출구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4. 차이를 인정하게 하고 차이의 가치를 일깨워라
판화는 복사하기 쉽지만, 원판의 가치는 절대적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의 공통점 내지 공유점을 확인함으로써 안정감을 갖지만 반대로 자아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해갈수록 다른 사람과 달라지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진다. 아이를 다른 형제나 부모,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의 틀에 맞춰 한정하기보다는 아이의 생각과 가치관, 개성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차이를 인정하는 교육이야말로 아이를 건강하고 독립적으로 키우는 가장 효과적인 학습방법이다.
5. 빚을 내서라도 좋아하는 일을 하게 하라
부부는 풍족하지 않은 가계인데도 교육비만큼은 아끼지 않았다. 돈이 없으면 몸으로 때우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아이들의 꿈을 이루는 데 드는 비용이라 생각하면 전혀 아깝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학원비나 과외비에 지출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학교 성적이 아이의 인생 전체를 볼 때 절대적인 성공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원비나 과외비에 들일 돈이 있다면 차라리 대안학교에 보내 아이의 인성형성과 전인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6. 자녀교육의 멘토를 찾아 본받으라
세상의 모든 부모는 누구나 처음 아기를 낳고, 기르고, 교육한다. 자녀교육에 초보가 아닌 부모는 없다. 누구나 초보고 누구나 시작은 엉성하다.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주변에 묻고 또 물어서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 아래 실천방법을 찾아서 실행해야 한다. 김 대표 부부는 차기 미 연방대법관으로 선출될 것이 유력한 고홍주 예일대 법대 학장 집안의 자녀교육을 벤치마킹했다. 부모로서의 어려움을 서로 이해하고 격려하며 좋은 점을 본받았다.
7. 가족 사명서를 만들라
김 대표 가족은 10년째 가족 사명서를 써오고 있다. 가족 사명서는 가족의 목적과 의미에 대해서 해마다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준다. 가족 사명서에는 주로 가족의 목적과 존재 이유, 지향점 등을 함께 정해서 적어놓고 구성원 모두 각자의 서명을 남긴다. 이는 가족의 유대감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가족 사명서를 만들 때는 구성원이 둘러앉아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가족의 생각을 모아 한 사람이 아이디어를 정리하여 가족 사명서를 기록한다. 집안의 잘 보이는 곳에 가족 사명서를 걸어놓고 수시로 읽으며 가족에 대한 의미와 사랑을 일깨운다.
매주 한 번, 가족회의의 힘
장남 기일씨의 결혼식 사진. 누가 김경섭·김영숙 부부의 며느리고, 딸인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가족이 서로 닮았다.
김영순 교수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아이를 절대 나무라지 말라고 한다. 잘못을 그때그때 지적하고 바로 잡아줘야만 아이가 올바르게 큰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많은데, 다른 사람이 보는 데서 꾸중하는 것은 아이에게 수치심과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이 성장과정에서, 나아가 어른이 된 이후에도 매우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이들 부부는 “자식을 사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의 어머니를 사랑하는 것이다”라는 서양 격언을 들려주며 얘기를 끝맺었다. 사실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가정에서는 자녀교육도 계획된 대로 결실을 보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남편에게 혹은 결혼생활에 불만이 많은 엄마가 대리만족을 위해 아이를 다그치기 때문이다. 남편도 아내와 화목하지 않으면 가장으로서 자녀교육의 리더 노릇을 할 수 없다. 학원으로 과외로 내몰리는 아이와 아이를 다그치는 엄마를 그저 불만 섞인 시선으로 흘겨볼 뿐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다른 건 몰라도 아빠가 엄마를, 엄마가 아빠를 무척 사랑하고 위하는 것을 보고 배워 그들의 배우자에게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자녀교육의 절반은 성공한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