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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고발

갈 데까지 간 부동산 중개업자들

웃돈, 편법매매, 거래가 부풀리기… 법? 단속? 웃기지마라!

  •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갈 데까지 간 부동산 중개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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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원흥동 ○○○번지와 ○○○-1번지, 두 필지의 전(田)과 답(沓). 앞서 언급한 세 명의 중개업자가 제시한 또 다른 물건이다. 이들 중개업자는 모두 이 땅의 주인과도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텁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중개업자는 “땅 주인이 내가 잘 아는 동생인데 ‘이번 주까지 계약하면 땅을 팔고 그렇지 않으면 걷어들인다’고 했다”며 한시라도 빨리 계약할 것을 종용했다.

땅주인과 가까운 사이라고 주장하는 중개업자들의 말은 어디까지 사실일까. 등기부등본을 뗀 후 지주와 접촉을 시도했다.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에 살고 있는 지주 최모(43)씨는 전화통화에서 “지축동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자 중 알고 지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쪽 부동산 관계자와 전화통화를 한 사실조차 없으며 (고양시) 행신동에 있는 한 부동산업자에게 3개월 전 땅을 내놓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고양시 삼송동 ○○○ - ○. 물건 소재지 인근 중개업자는 “내 친구인 K사장 장모의 땅”이라고 소개했다. 이 땅의 등기부등본을 떼봤다. 소유주는 1954년생 여성이었다. 우리 나이로 쉰둘. 이 물건을 소개한 중개업자는 50대 초반의 남자였다.

등기부등본을 들고 중개업자를 찾아가 “땅주인이 스무 살에 아이를 낳았다 해도 그 딸이 올해 30대 초반이다. 지주의 딸이 스무 살 남짓 연상인 김 사장(중개업자) 친구와 결혼했냐”고 물었다. 중개업자는 자기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고 판단했는지 “아, 참. 잘못 기억하고 있었던 것 같다. 장모가 아니라 고모라고 했던 거 같은데” 하고 말을 바꿨다.

중개업자들은 한결같이 지주와 절친한 관계임을 강조했다. 이는 매수자에게 ‘물건’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매매를 성사시키기 위한 전략 중 하나다. 하지만 중개업자들의 거짓말은 단번에 들통났다.



“그까짓 것 신경 안 써도 돼요”

8월말 정부의 부동산 대책발표를 앞두고 아파트 시장은 잠잠해진 반면 전국의 땅투기 열풍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정부가 각종 지역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 땅값은 하루가 다르게 뜀박질하고 있다.

정부는 땅값이 오르자 무분별한 땅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넓혀 나갔다. 외지인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농지·임야 구입이 금지돼 있다. 세대주 및 세대원 모두 6개월 이상 해당지역에 거주해야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땅을 구입할 수 있다. 현재 전국 토지의 20.9%(면적기준 63억3000만평)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다. 하지만 중개업자는 정부의 정책과 규제를 비웃기라도 하듯 온갖 편법을 동원해 외지인에게 땅 매매를 알선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필자는 앞서 언급한 고양시 원흥동과 삼송동의 농지를 매입할 자격이 없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개업자는 “그까짓 것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며 몇 가지 편법을 제시했다.

중개업자는 먼저 근저당을 설정하는 것이 간단하고 안전한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땅값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근저당설정을 한 후 해당지역에 주소지를 옮겨 ‘서류상’ 6개월 거주한 뒤 토지거래허가를 받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중개업자는 이 방법이 전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애용’하는 편법 1순위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만약 자녀가 학교에 다니거나 주소이전으로 기존 부동산(아파트 또는 주택)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에 차질을 빚어 주소지를 옮길 수 없는 처지라면 근저당설정 또는 가압류 후 경매에 넘겨 낙찰받는 방법을 동원하면 된다고 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도 경매를 통한 취득에는 제한이 없기 때문에 법적으로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었다.

편법 토지매매는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았다. 7월30일, 경기도 일대를 둘러보았다. 오산, 평택, 기흥, 화성, 용인시 부동산 중개업자들도 같은 방법을 제시했다. 영업방법도 타 지역 중개업자들의 ‘판박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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