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앤리한의원’ 황치혁(黃致赫·43) 원장은 ‘에듀클리닉’이란 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수험생 컨설턴트’ 1세대다. 학생의 심리·건강 상태를 진단해 최적의 공부법을 알려주는 것이 그의 일. 공부와 건강,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서비스를 표방한다.
그의 이력을 보면 수험생 컨설턴트란 직함이 맞춤옷 같다. 문과와 이과, 학력고사와 수능을 넘나들며 수차례 입시를 치르다 보니 어느새 ‘공부의 달인’이 된 것.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8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 경제부, 체육부에서 4년간 기자로 일했다. 그러나 심장 부위의 통증과 체력 저하로 위기가 찾아왔다. 이때 그는 마라톤 같은 인생에서 오래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전문직을 찾기로 결심한다.
1997년 경희대 한의대에 진학하며 인생역전이 시작됐다. 한의대 재학시절, 그는 중·고교생에게 과학탐구영역을 가르치며 명강사 반열에 올랐다. 다양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습 컨설팅에 눈떴다. 2000년엔 ‘황앤리 교육연구소’를 설립, ‘수능 막판 뒤집기’ ‘대한민국 0.1%’ ‘수험생 어머니들이여, 프로 매니저가 되라’ 등 수험생 관련서적도 펴냈다. 2003년 ‘황앤리 한의원’을 열면서 본격적으로 수험생 건강 및 학습관리 사업에 나섰다.
“저만큼 다양한 입시제도를 경험한 사람이 또 있을까요? 재수한 82학번인 저는 고3 전반기까지 본고사를 준비했죠. 그런데 갑자기 정부가 대입 본고사를 폐지하고 학력고사를 도입한다고 발표한 겁니다. 바뀐 입시정책에 당황해 첫해 입시에 실패했지요. 수학성적이 문제였습니다. 1982년 서울대 외교학과에 입학할 때도 수학은 50점 만점에 28점이었으니…. 수학이 아킬레스건인 문과생 출신이 고등학교 졸업한 지 10여 년 만에 한의대 시험을 준비하니 얼마나 우여곡절이 많았겠습니까. 하지만 시행착오를 거듭하다 보니 공부법이 보이더군요.
한의대 다닐 때 ‘과외판’에서 학생들의 잘못된 공부 습관을 콕 찍어주곤 했습니다. 슬럼프에 빠진 학생이 일주일 동안 공부한 것을 체크해 특정 과목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도록 하거나, 체력 조절 노하우를 알려주기도 했죠. 그러다 보니 진도가 끝나도 학생들이 저를 좀처럼 떠나려 하지 않았어요. 그때 교육 클리닉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죠.”
오랜 입시 경험을 통해 체득한 그의 교과별 공부 노하우를 잠시 들어보자. 수학은 오랜 숙성과정이 필요한 과목이다. 개별 단원의 학습을 마치고, 복습을 통해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든 후 모든 단원을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빠른 선행학습보다는 배운 것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과학은 실생활과 연결해보면 쉽고 재밌게 접근할 수 있다. 그는 수능을 준비하면서 가장 해설이 잘된 교과서 한 권을 13~14번 정독했다. 원심력이 나오면 인공위성 그림을 떠올리는 등 원리와 현상을 묶어서 공부하니 문제 출제자의 의도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영어 공부는 쉬운 단문 위주의 독해를 지양하고, 소설같이 긴 글을 골라 꼼꼼하게 중요 구문을 파악하고 익혔다. 영어성적은 단기간에 오르지 않는 만큼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고 한다.
공부도 식습관도 체질 따라
황 원장의 컨설팅은 여러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머리가 뜨겁고 아파서 공부를 못하겠다”고 찾아온 한 고시생은 그의 처방 덕에 사법시험에 무난히 합격했다. 열이 많은 체질인 그에게 열을 내리는 약과 음식을 처방했고, 막판 컨디션 관리법을 전수한 것. 지방에서 서울의 고교로 전학 온 후 자신감을 잃고 방황하던 한 여학생은 그에게 ‘총체적 진단’을 받고 생활습관을 바꿨다. 성적 하락의 요인이던 휴대전화 사용을 줄이고, 집중도를 높이는 학습계획에 맞춰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