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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인터뷰

강남 사교육 시장 몰려드는 전문직들

“수험생 성적, 건강, 진로, 글솜씨까지 책임집니다”

  •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강남 사교육 시장 몰려드는 전문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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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미래를 예측하는 각 분야 전문가가 이렇게 분석된 자료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진도를 올바로 선택할 수 있도록 조언한다. 서비스를 이용한 한 학부모는 “심리검사, 학습검사, 학부모 검사 등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 보니 전신 MRI(자기공명영상)를 찍은 것 같다”고 했다. 와이즈 멘토는 직업이라곤 의사, 판사, 변호사, 교수밖에 모를 만큼 정보력이 취약한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1만2000개에 이르는 다양한 직업세계를 보여준다.

오픈한 지 1년이 조금 넘었지만 와이즈 멘토의 토털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은 벌써 800여 명에 달한다. 조 대표의 다이어리를 들여다보니 한 달 스케줄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진로 컨설팅’이 이토록 인기 있는 것은 왜일까. 상담 사례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여고생 김지연(가명·19) 양이 지난해 부모와 함께 조 대표를 찾아왔다. 부모는 “아이가 제발 고등학교만 마치게 해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지연이는 학교 결석을 밥 먹듯 했고, 오직 연예인이 되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우연히 ‘길거리 캐스팅’에 뽑힌 이후로 연기자의 꿈을 키워온 것. 고등학교를 마치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는 듯 보였다.

그러나 와이즈 멘토 자문단의 비주얼 테스트 결과 그가 배우로 성공하기는 힘들다는 결론이 나왔다. 자문단의 검토 과정에서, 그를 픽업한 연기학원이 원생을 엑스트라로 출연시키고 그 비용을 착복하는 악덕업체로 밝혀지기도 했다.

조 대표는 연기자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는 지연이가 새로운 꿈을 갖도록 용기를 불어넣었다. 그의 외향적 성격에 어울리는 항공사 스튜어디스나 5~10년 후 유망할 것으로 분석되는 이미지 컨설턴트를 제시하자 지연은 뒤늦게 마음을 잡았다. 그런 직업을 가지려면 대학에 꼭 들어가야 한다는 목표를 갖게 됐다.



고3 중반이 돼서야 입시생의 자리로 되돌아온 지연에게 대입은 막막한 얘기였다. 워낙 공부해놓은 것이 없어 수능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그러나 조 대표가 제시한 묘안이 적중했다. 미달 확률이 높은 전문대 수시입학을 노려 합격의 기쁨을 맛본 것. 합격증을 받아든 지연은 영어 공부에 매달리며 자신의 꿈에 다가섰다. 적성과 능력에 대한 면밀한 평가, 사회 트렌드를 꿰뚫는 비전, 구체적 실천방안 제시라는 3박자가 맞아떨어진 사례다.

1주일에 네 번 와이즈 멘토를 방문해 진단을 받고 최종 제시안을 받아들기까지 드는 비용은 77만원. 진로 결정이 생애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도 이 서비스가 아직은 강남 상류층의 전유물이 아니냐는 질문에 조 대표는 고개를 저었다.

“한 달 사교육비로 100만원이 넘게 지출하는 걸 생각하면 일생에 딱 한번 받는 컨설팅 비용으론 결코 비싼 것이 아닙니다. 한 사람의 적성을 분석하고 진로를 제시하기 위해 적어도 7~8명의 컨설턴트가 관여하니까요. 우선 여윳돈이 있는 상류층이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그 필요성을 알림으로써 점차 중산층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봅니다.

또한 1만8000원이면 와이즈 멘토가 제공하는 온라인 적성검사를 받아볼 수 있어요. 고가 프로그램과 저가 프로그램을 고루 갖춰 다양한 계층이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강남 사교육 시장 몰려드는 전문직들
‘영작문 전도사’ 된 아이비리거, 에세이라인 원장 제리박

“자, 영어 에세이를 쓸 때 주의해야 할 요소는 뭘까요? 먼저 독자의 감정에 호소해선 안 되겠죠. 예를 들어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글을 쓸 때 그저 ‘한 민족이니까 도와야 한다’는 논거는 설득력이 떨어지지요. 또 주장을 내세울 땐 유의미한 데이터를 페어(fair)하게 트리트(treat) 해야 하고….”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6층의 ‘에세이라인’ 강의실. 제리 박(34) 원장의 강의에 10명 남짓한 학생의 눈과 귀가 쏠려 있다. 제리 박 원장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PPE(철학·정치학·경제학 연계과정)를 전공하고, 미국 컬럼비아대 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아이비리거(미국 동부의 8개 명문대 출신)다. 지적 욕구가 강한 그가 학문의 길을 잠시 접고 교육사업에 뛰어든 것은 냉철한 현실 인식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인류의 지적 진보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공부를 하면 할수록, 저는 비트겐슈타인이나 러셀처럼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철학자가 될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업적을 남길 철학자가 되지 못할 바에야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뛰어난 화가를 발굴하고 지원했던 메디치가 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지요. 한때 저의 지적 영웅은 존 스튜어트 밀이었지만, 이젠 메디치가 저의 롤 모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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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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