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전라高 6회 홈페이지에 비친 ‘40後男’의 자화상

“안녕 사오정, 굿바이 오륙도… 얘들아, 우리는 ‘구구팔팔’ 이여!”

  • 최영록 성균관대 홍보전문위원 goodjob48@hanmail.net

전라高 6회 홈페이지에 비친 ‘40後男’의 자화상

2/5
누구누구 안부 묻기에 바쁘고 휴대전화가 불이 나기 시작한 게 불과 몇 년 전, ‘졸업 20주년’ 홈커밍데이 행사가 있고서부터다. 행사에 나온 친구 30여 명 중 회장을 뽑고 회장단을 꾸려야 했다. 이제야 송년회에 50여 명의 얼굴이 보인다.

지금은 캐나다로 이민 간 2001년도 회장(노윤성)이 바야흐로 인터넷 시대를 맞이하여 동창 홈페이지를 선보였다. 한때 사람들이 벌떼처럼 달려들던 ‘아이러브스쿨’이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때부터였다. 우리들의 이야기꽃이 사이버상에서 화들짝 피어나기 시작한 게.

게시판 1호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 시작은 미약하나 그 진로는 창대해지리라”(2001/1/14). 이야기마당인 ‘게시판’은 7월31일 현재 949번(무수한 댓글은 제외), ‘공지사항’ 564번, 지식과 정보의 어울림터인 ‘정보마당’ 36번, 그림과 재담이 담긴 ‘미디어게시판’은 246번을 기록했다. 게시물만도 모두 1795개에 달한다. 게시판의 조회 수만 합쳐도 5만7833. 1건 평균 60명이 본 셈이다. 태반이 독수리 타법인 데도 여기까지 온 것을 생각하면 신기할 정도다. 여기에선 딱 사계절, 1년치 게시판을 뒤적여 우리들의 이러쿵저러쿵, 옴니암니를 엿보자.

“오늘 저녁은 자네들이 전라여고 6회를 위해 저녁 된장찌개 좀 보글보글 끓여주면 어떻겠는가”(2004/8/1, Mr. J, 홈피에 대한 소감). 마침 이렇게 멋지고 건설적인 제안이 서두를 장식한다. 참고로 ‘전라여고’는 가상의 여자고등학교로 전라고 6회를 졸업한 남정네와 결혼하여 알콩달콩 살 섞으며 사는 어부인들을 지칭한다. 우리들의 게시판이 그녀들의 놀이마당이 된 지도 오래다. ‘여고생’이라는 약칭을 쓰자.

“뜨거운 여름날/검게 그을은 얼굴에 검은 보리밥/이마에 솟은 땀을 닦기도 전에/눈물부터 흘리시던 당신//세월은 흘러도/당신 모습은 가슴 깊이 남습니다”(8/4 若水, 어머니). 뙤약볕 한여름. 시인친구의 사모곡이다. 불면의 밤에 친구들에게 힘을 내자며 갱년기 터널을 통과하는 방법을 여러 실례를 들어 일러준다(8/11 Kim H.J).



영국 연수를 마치고 온 공무원 친구는 실용서와 교양서 20권의 목록을 늘어놓으며 찬바람 부니 책 좀 읽자고 한다(8/25 오규진). 자녀들 기(氣) 살리는 방법을 열거하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을 권한다(9/3 장준상). 벌초하며 새삼 부모의 은혜에 목이 멘다는 불효자의 일기(9/11 무명), 동창들과 실크로드를 다녀온 친구의 기행문(9/30 우보)…. 뭐 대충 이런 식이다.

중년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까, 사색의 글이 많다(8/11 김정권, 9/30 wkdthdtn, 10/8 marong, 12/22 Mr. L). 대학 진학을 앞둔 아이들 문제로 노심초사하는 학부모 심정도 읽을 수 있다(11/8 벽곡, 수능고시 대박꿈을 터트리며). 늦둥이 낳은 즐거움을 마치 괴로움처럼 이야기한다(4/7 이병운, 이 나이에 아기 젖 먹이다보니). 방학만 되면 몽골, 티베트 여행을 하자며 유혹하는 한문 선생도 있다(10/1 윤상천, 티베트기행 1-13). 처음에는 실명이 많더니 요즘에는 익명이나 필명으로 어지럽다. 누군지 알아맞히는 재미도 있다.

6회니까 6월6일에 모여!

한편 이들의 게시판 커뮤니케이션은 제법 밖으로도 소문날 만한 퍼포먼스를 여러 기록으로 남긴다.

6월6일 동반파티 : 6회이므로 해마다 6월6일에 모인다. 2005년 대관령 목장과 오대산 월정사 산림욕. ‘6회 남녀고’ 40쌍이 참가, 관광버스 2대를 빌리는 등 성황이었다. 어디 이런 동창부부들 있으면 나와보라고 자랑할 만도 하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좀 망가지면 어떠랴. 율동을 곁들인 노래자랑도 갈수록 태산이다. 예전엔 우리 부모네 관광춤을 보고 입을 삐죽댔었지.

여고생들의 끼리끼리 수다도 얼마나 볼 만한지, 자기네도 회장단을 만들자는 이색제안까지 나온다. 언론인 출신 친구는 “무조건 기삿감이다. 우리 한번 신문에 나보자”며 부추긴다. 유력 동문의 기념품 찬조도 풍성하게 이어졌다(6/7 무명, 아주 특별한 날의 일기). 그 전해에는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잔디밭에서 재즈댄스 교습이 있었다.

툭하면 번개팅 : 서울 역삼동, 상계동, 철산동, 목동, 경기도 양평, 강원도 홍천 등지에서 ‘건수’가 있다 하면 당일 게시해도 보통 10∼15명이 모인다(7/22, 4/27, 10/20). 상을 받아서, 직장을 옮겨서, 우울하고 술이 당겨서한번 쏘겠다는 친구들 많다(7/5 장상수, 5/6 박재수). 참 놀라운 일이다. 젊은 네티즌 뺨친다.

2/5
최영록 성균관대 홍보전문위원 goodjob48@hanmail.net
목록 닫기

전라高 6회 홈페이지에 비친 ‘40後男’의 자화상

댓글 창 닫기

2021/08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