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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高 6회 홈페이지에 비친 ‘40後男’의 자화상

“안녕 사오정, 굿바이 오륙도… 얘들아, 우리는 ‘구구팔팔’ 이여!”

  • 최영록 성균관대 홍보전문위원 goodjob48@hanmail.net

전라高 6회 홈페이지에 비친 ‘40後男’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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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高 6회 홈페이지에 비친 ‘40後男’의 자화상

1975년 수학여행지에서 찍은 전라고 3학년 2반의 단체 사진.

경기도 부천에는 남녀고 7쌍이 번개팅을 즐긴다. 카리스마를 갖춘 ‘교주’가 있기 때문이다(6/1 이갑진). 그는 “이 나이에 무슨 재미로 사냐. 동창들 만나야 제 맛이지” 하고 말한다. 그러니 모임에 나가지 않을 방법이 없다고 한 친구는 투덜댄다.

지역특산물 믿고 사고팔기 : 늙은 부모가 거둬들인 고향의 대봉시가 맛이 죽인다며 사라는 친구도, 장모님이 갈무리한 광천김을 사라는 착한 사위도 있고, 매실매실한 매실로 우려낸 진액으로 알코올에 찌든 위장을 달래라며 우정 어린 성화를 해대는 친구도 있다(9/25 최상, 12/3 변만덕, 6/1 최영록). 믿고 사는 통에 기분까지 좋다. 아예 어떤 친구는 두서너 개를 주문해 친구들에게 택배로 선물을 보내는 미담도 남긴다(10/5 전명우).

취미활동 같이 하기 : 필명 산사나이. 우리나라 명산 300곳은 진작에 밟아본 ‘걸어다니는 등산인’이다. 그의 채근이 있기에 몇몇은 관악산 유명산 가리산 수락산 북한산 도봉산, 닥치는 대로 산에 오른다. 산에 대한 예찬을 몇 마디 듣다보면 주말엔 어느 산 밑에서 만나게 된다. 주초마다 올라오는 그들의 등산사진은 보기에도 좋다(1/4 이승호). 한의원 원장을 하는 한 동창의 유일한 취미는 암벽타기다. 그의 모험심에 겁을 내면서도, 동호인이 하나 둘 늘고 있다(2/22 이춘근).

한 친구는 홍탁삼합을 먹는 게 유일한 취미다. 집에서 멀고 가깝고를 따지지 않고 광명시청 앞 단골집에서 항아리 동동주를 기울이는 재미가 쏠쏠하다(11/30 박치원).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보러가자며 꼬드기는 ‘연극파’ 중학교 선생도 있다(11/30 정영우). 늙어가며 여고생들과 함께할 운동은 배드민턴밖에 없다며 원고지 100여 장의 독촉칼럼을 긁어대는 친구도 있다. 신새벽 라켓을 들라(11/10 불별).

고락을 같이하는 영원한 어깨동무 : 기쁘거나 즐거운 일을 같이하기는 쉬운 일이다. 수상소식에, 영전소식에, 사무실 오픈 소식에 ‘축하한다’는 말이나 글귀는 언제나 넘쳐난다(5/7 김종진). 그러나 진심으로 친구의 아픔이나 괴로움, 슬픔을 함께 나누기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 데도, 우리들은 뭔가 좀 유별난 데가 있다.



경찰관 친구의 “야, 보냈다”는 허탈한 전화다. 직감적으로 ‘부인이 기어이 가셨구나’ 생각했다. 이틀간 병원 영안실에는 전국에서 온 100명의 동창이 다녀갔다(여고생 포함). 시인은 애도시를 남겼다.

“우리는 당신을 보내지 아니하고 가슴에 묻어두겠습니다.”(11/11 원탁희, 아픔이다 슬픔이다)

“금슬 좋던 그들 부부/집착의 끈을 절대자가 놓으라고 합니다/부디 가을 시린 들판에서 맑은 눈길로 자주자주 만나뵙기를 기원합니다”(11/10 최영록, 우리는 님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백수생활을 하는 친구가 있다. 일부러 불러내 점심도 사고 사우나 티켓도 건네고 격려도 해준다. 암 투병 중인 친구의 병실엔 문안인파가 몇 달간 이어졌다(12/23 노진규, 힘내라 힘). 항암치료를 끝낸 친구를 축하하는 번개팅엔, 행사를 당일 고지했음에도 17명이나 모였다(1/19 김택수). 보통 이 정도다. 그러니 우리들끼리도 신이 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는 재미로 사는 것 같다.

‘전라여고’ 6회생의 미덕

그런데 ‘전라여고’ 6회생을 보라. 바가지는커녕 모임을 장려하고 본인들이 참석 못해 안달이다. 남다른 미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4/30 전라여고six). 어느 여고생이 서울 대방동에 삼겹살집을 냈다. 남고생도 기흥IC 근처에 그럴듯한 한식당을 냈는데, 모였다 하면 그곳이다(4/3 무명, 수와 얼과 씨). 약속 잡기도 편하고, 맛도 있다. 식당 주인에게 불경기에 10여 명의 단체손님이 어디랴. 주말에 드라이브 삼아 기흥에 가는 친구도 많다고 한다.

호(號)의 생활화 : 여고 한문 선생이 있다. 가끔씩 멋들어진 한시를 지어올린다(1/21 오기방). 채근담 인터넷 특강도 친절히 해준다. 그 친구가 동창들 호 짓기에 나섰다. 약수(若水).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를 본떠 물처럼 구름처럼 사는 시인친구에게 선사했다. 자신의 호는 우보(牛步). 소 발걸음이다. 못난 대로 뚜벅뚜벅 살겠다는 심사다. 계상(繫桑), 주역 풀이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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