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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과 관상, 그 오묘한 만남⑦

트랜스젠더 운명학 下

‘무림 절정’ 칼끝이 뚫은 ‘10cm 터널’… 여성을 ‘창조’하다

  • 한동균 성형외과 전문의 www.bestps.co.kr

트랜스젠더 운명학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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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F와 FTM

위의 판결이 나오고 1년 뒤 필자는 그 판례 주인공의 친구인 니켈(가명)이라는 트랜스젠더를 수술하게 된다. 필자는 그를 수술하기 위해 6개월 정도 준비를 했다.

레지던트 시절, 스승이 집도한 ‘여성에서 남성으로 수술’한 환자를 돌본 경험이 있는데, 당시의 느낌은 한마디로 ‘왜 이렇게 힘든 수술을 해서 마음을 졸이고 레지던트인 나까지 힘들게 하는가’였다. 필자는 그의 인조 페니스에서 오줌 줄기가 시원하게 뻗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그의 옆에 장시간 붙어 있곤 했다.

인조 페니스는 주로 팔뚝의 살붙이로 만드는데, 신경과 동맥, 정맥을 유지한 채 살붙이를 여성의 음부쪽 동·정맥과 이어주는 미세접합수술로 14시간 이상 걸린다. 수술 전 처치나 수술 준비, 그리고 수술과정 자체가 마치 오페라처럼 생동감을 주는 것이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게 되는 수술이다.

비록 완전한 성적(性的) 수행을 할 수는 없으나 2차 성징은 확실히 갖게 되는 수술이다. 수술 성공을 판별하는 지표가 너무나 많기에 잘해야 본전인 수술이다. 그의 병실이 다인실이어서 옆 침상의 환자(남성이었고, 병환이 깊은 내과 환자로 기억됨)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속삭이면서 그의 잘 만들어진 음경을 카메라에 담으려 땀 흘리던 게 엊그제 일 같다. 남자에서 여자로(MTF·Male to Female) 가는 수술보다 몇 배 더 어려운 수술이 여자에서 남자로(FTM·Female to Male) 가게 하는 수술이다.



일반인에게 이 수술법을 설명하면 이해하기도 어렵고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일 몸에 암세포가 퍼져 절제수술을 해야 할 때 주치의가 수술에 대해 설명하면 환자는 수술 방식을 완전하게 이해하고 기억한다. 이것이 바로 당사자(환자)의 생존 본능이다. 그만큼 인간은 철저히 자기중심적이다.

레지던트 때 남자에서 여자로 변신하는 트랜스젠더 수술 경험도 있었는데, 이때도 필자가 직접 집도하지는 않았다. 필자가 스승에게서 주로 전수받은 의술은 안면골 성형과 기형 성형 그리고 미세수술이다. 그런데 트랜스젠더 수술을 혼자 해보겠다고 자료를 뒤지고 수많은 방법으로 행해진 역대 선배들의 테크닉을 살피다 보니 어느 사이에 필자는 배꼽 아래의 해부학에 대해 꽤 깊은 지식을 얻었고, 스승의 가르침을 모방하고 때론 배반하는 제자가 됐다.

첫 수술, 첫 경험

외과의사에게 지식보다 더 절실하게 요구되는 덕목은 독수리의 눈, 사자의 결단성과 담대함, 그리고 여성의 손길 같은 섬세함이라는 금언이 있다. 당시 필자에겐 이 세 가지 덕목은 차치하더라도 모험심이 가득한 돈키호테 같은 성격이 있었나 보다.

세브란스병원 도서관에서 찾아낸 옛 논문들을 지금 다시 보면, 시대를 앞서간 선배의사들의 아이디어에 경의를 표할 따름이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당시의 논문을 살피다 보면 트랜스젠더 수술의 발전 속도가 다른 의학의 발전에 비해 더디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수술의 디자인과 원리가 그다지 어렵지 않은데도 말이다. 아마도 트랜스젠더 수술을 받으려는 환자가 드물고, 종교계와 윤리계의 반발이 뒤따랐던 때문인 듯싶다.

다시 니켈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필자의 오랜 친구이자 비뇨기과 전문의인 정 교수와 상의를 거듭한 끝에 니켈을 수술대 위에 눕혔다. 그는 분명한 어조로 필자를 신뢰한다고 밝혔다. 왜 그가 필자에게 수술을 받고 싶어했는지는 지금도 미스터리다. 당시 서울에서 트랜스젠더 수술을 제대로 시행한 의사나 병원은 매우 드물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도 없었던 것 같다. 부산의 D대 김 교수가 그 방면의 국내 선구자였다.

니켈을 수술하는 과정에 다행스럽게도 모든 의료진은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마취과 의사는 트랜스젠더 수술을 처음 본다고 했다. 수술실 스태프도 처음이라고 했다. 어떤 간호사는 수술에 참여하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지만 필자의 퍼런 서슬에 기가 눌려 아무 말도 못하고 수술기구를 열심히 챙겼다.

조도 500룩스의 수술실 조명 아래 축 늘어진 니켈의 남성 심벌은 곧 적출물로 분리될 것이었다. 필자의 첫 칼은 미리 디자인된 음낭과 음모 주위를 열심히 파고들었다. 정 교수는 동맥과 정맥, 신경을 조심하라고 환기시켰다. 음경을 잘라내는 일은 하느님만이 결정할 수 있었던 일이고, 성(性)을 사람이 결정한다는 것은 분명 놀라운 일이었다.

수술은 아침 8시30분에 시작됐다. 수혈을 위해 준비한 혈액은 Rh 양성 B형 이었다. 준비한 피를 사용하지 않으려면 수술을 재빠르게 종료해야 한다. 빠른 수술은 적은 출혈을 의미한다. 니켈의 운명은 오늘 이 수술 결과로 판가름난다. 어찌 보면 대법원의 판결보다 더한 결정된다. 실수나 오류는 용납되지 않는다. 최고의 실력, 이를테면 ‘무림 절정’의 칼끝이 필요한 수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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