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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분석

빈 라덴, 자르카위, 그리고 유럽의 전투적 무슬림

자생적 이슬람 저항세력 ‘긴급 수혈’하는 핏빛 삼각 편대

  •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빈 라덴, 자르카위, 그리고 유럽의 전투적 무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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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뒤 4년이 지난 현재의 상황은 부시와 블레어의 시각에선 ‘테러와의 전쟁’ 또는 ‘전세계 극단주의와의 투쟁’이지만, 알 카에다의 관점에선 지하드(jihad·성전)다. 빈 라덴의 지하드와 부시-블레어의 테러전쟁 연합전선이 마주치는 대치전선의 한가운데는 유럽 내 1800만 무슬림이 있다.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전쟁이 지금 치열하게 벌어지는 중이다. 부시와 블레어는 ‘극단주의 집단’이라 일컫는 유럽의 일부 무슬림 과격파 세력을 쫓아내서라도 다수의 온건 무슬림 공동체로부터 떼어내고자 한다. 이에 맞서 빈 라덴과 자와히리는 잇단 미디어 선전전을 펴면서 이라크와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이슬람 영토에서 ‘이교도 군대’가 철수하지 않는다면 테러가 이어질 것이라 경고한다. 특히 유럽에 머물고 있는 전투적 무슬림의 투쟁을 독려하는 것이 9·11테러 이후 알 카에다의 새로운 전략이다.

“영국 극단주의자들의 이슈는 이라크”

유럽의 무슬림에게 유럽 땅은 ‘유라비아(Eurabia)’다. 몸만 유럽에 있을 뿐 그들의 의식세계는 아라비아 반도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유럽이 지닌 인구학적 문제는 현재 1800만명인 무슬림이 15년 안에 전체 유럽 인구의 20%를 차지할 것이란 점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유럽의 백인문화에 동화되길 거부하면서 그들만의 공동체를 꾸려가고 있다.

많은 이가 어릴 때 유럽으로 건너왔거나 현지에서 태어났으면서도 스스로를 유럽사회 구성원이라고 여기기는커녕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산다. 그런 감정은 유럽 곳곳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과격조직과 지하드를 외치는 웹사이트를 통해 반미-반서구 감정으로 증폭된다. 그들은 TV 화면에 비치는 무슬림 형제들(이라크, 팔레스타인, 체첸)의 고난을 자신의 것으로 동일시한다. 지하드를 향한 동기부여는 점점 커지고 드디어 행동에 나서게 된다.



현 시점에서 이슬람권과 관련한 테러의 주요 배경은 이라크다. 이슬람 민중은 미국이 석유자원의 안정적 확보와 중동 및 중앙아시아 지역에서의 패권 확장을 노리고, 부수적으로는 이스라엘에 안보 이익을 안겨주려 유엔 안보리 결의를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이라크를 침공했다고 여긴다. 7·7테러와 7·21테러를 잇달아 겪은 영국의 정보기관 MI5는 내부 보고서에서 영국에 대한 국제테러의 위협수준을 언급하면서 “영국 극단주의자들의 주된 이슈는 이라크”라고 잘라 말했다. 이는 블레어 총리를 비롯한 영국 관리들이 “런던 테러는 이라크 침공과 관련없다”고 말한 것과는 상반된 분석이다.

전투적 무슬림이 벌이는 반미 지하드 현장 가운데 현재진행형으로 가장 뜨거운 곳이 이라크다. 유럽의 전투적 무슬림에게 이라크는 서구세력과 이슬람이 싸우는 첨예한 전선으로 비친다. 그러나 이라크 반미 지하드는 심각한 문제점을 지녔다. 바로 지하드로 누가 죽느냐다.

4월말 이래 3개월 동안 이라크 저항세력은 차량폭탄테러를 비롯한 여러 수단으로 1100명이 넘는 사람을 죽였다. 대부분이 친미 이라크 정권의 ‘협력자와 하수인’인 정부관리, 군, 경찰 또는 그 지원자들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애꿎게도 민간인의 희생이 컸다. 자르카위의 테러전술에 이라크 민초들이 ‘부수적 피해’를 당하는 일이 늘어나자, 반미감정이 높은 수니파 사람들 가운데 “이게 지하드냐?”며 등을 돌리는 이도 적지 않다.

앤서니 조스 교수(성요셉대·정치학)는 게릴라 전쟁사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써냈다.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저항세력의 차량폭탄전술을 가리켜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전술이고 뭐고 없는) 터무니없는 폭력(wanton violence)이고 패자가 하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이라크 저항세력은 언뜻 보기에 이라크 민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전략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들은 현대사에서 성공적인 여러 저항세력과 달리 정치세력화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반미투쟁의 장기적 전략이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받는다.

미 육군대 전략연구소 스티븐 메츠 연구원도 웹사이트에 실린 한 논문에서 이라크 저항세력의 무차별 차량폭탄테러를 가리켜 ‘참으로 허무주의적인 저항’이라 비판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이라크 저항세력이 이렇다할 정치 이데올로기도 보이지 않았으며, 정치적 대변인도 두고 있지 않다는 점도 지적한다. 게릴라전에서 민중 지지의 중요성을 강조한 마오쩌둥의 ‘물(민중)-고기(게릴라)’론에 비춰보면, 이라크 저항세력은 전략적 오류를 저지르는 듯이 보인다.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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