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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영장류에게도 문화와 개성이 있다! ‘원숭이와 초밥 요리사’

  • 장대익 KAIST 강사·과학철학 deaik@chol.com

영장류에게도 문화와 개성이 있다! ‘원숭이와 초밥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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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씻어 먹는 원숭이

이제 이 책의 핵심 질문, 즉 ‘동물에도 문화가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넘어가보자. 이 물음에 대한 생산적인 답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문화가 무엇인지부터 규정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습관과 정보가 유전에 의거하지 않고 사회적 수단에 의해 전파되는 것”을 문화로 정의할 것을 제안하고, 그렇게 하면 수많은 동물이 문화를 가진 존재로 분류된다고 말한다. 자연계에서 문화적 존재의 외연이 넓어지면 그 속에 침팬지는 말할 것도 없고 원숭이, 심지어 박새까지 들어올 수 있다.

동물은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나 기호의 수준은 아니지만 새로운 기술, 음식의 선호, 의사소통을 위한 발음과 제스처 등의 습관은 비유전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1953년 9월 일본의 고시마 섬에 서식하던 ‘이모’라는 짧은꼬리 원숭이 한 마리가 고구마를 들고 숲에서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작은 시내로 가는 장면이 목격됐다. ‘이모’는 고구마를 물에 넣고 비벼댄 후 흙이 떨어지자 그것을 먹기 시작했다. 이 참신한 행동은 그 후 3개월이 지나는 동안 두 마리의 친구들과 ‘이모’의 엄마에게로 전파됐다. 5년 후, 고구마 씻어 먹기는 대다수 원숭이의 일상이 됐다.

1956년 원숭이 사회에 또 한 번의 문화적 혁신이 ‘이모’를 통해 발생했다. 모래사장에 뿌려진 밀을 한 줌 주워 가까이 있는 물에 던진 후 가라앉는 모래에서 밀을 분리해 먹는 게 아닌가! 지금은 고시마 섬의 거의 모든 원숭이가 아무리 더러운 고구마와 밀이라도 깨끗이 씻어 먹을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다. 저자는 이런 습관의 전파가 바로 동물 문화의 사례라고 역설한다.

침팬지는 도구를 사용할 줄도 알고 심지어 제작하기도 한다. 탄자니아의 곰비 지방에 사는 침팬지는 긴 나뭇가지를 이리저리 다듬어서 흰개미 굴에 넣고는 거기에 달라붙은 흰개미들을 훑어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서아프리카의 침팬지는 코코넛을 받침돌에 올려놓고 돌로 내리쳐 깨먹는다. 하지만 정말 놀랄 만한 사실은 침팬지 공동체마다 도구를 사용하는 방식이 각기 다르다는 점이다. 가령 어떤 지역의 침팬지들은 망치돌을 한 손으로만 내리치지만 다른 지역의 침팬지들은 양손을 모두 사용한다. 또한 곰비 지방의 침팬지들은 사방에 코코넛이 깔려 있는데도 오로지 흰개미 낚시질만 한다.



문화영장류학의 선두 일본

이런 발견 때문에 최근 영장류학자들 사이에서 ‘문화인류학’을 빗댄 ‘문화영장류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영국의 구달, 일본의 마쓰자와와 더불어 이 책의 저자인 드발은 문화영장류학의 선두주자다. 저자는 이 책의 곳곳에서 일본 영장류학의 선도적 구실을 높이 평가한다. 특히 문화영장류학의 이론 및 경험적 근거를 밝히면서 이마니시를 비롯한 교토대 영장류팀이 제시해온 점을 새롭게 조명한다. 영장류학에 이미 익숙한 사람들은 이 대목에서 책을 읽는 재미를 느낄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침팬지나 원숭이에 이름을 붙여주고 그들에 밀착해 그 생애를 장기적으로 탐구하는 연구방법론은 구달의 트레이드마크가 아니다. 사실 그것은 일본 연구자들에 의해서 처음으로 시도된 독특한 연구 방식이다.

‘원숭이와 초밥 요리사’라는 흥미로운 제목은 원숭이의 문화와 인간(특히 일본)의 문화가 그 전달 방식에서 매우 유사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한 은유다. 오랫동안 어깨너머로 배우다 보면 어느새 유능해진다는 뜻으로 우리 식으로 하면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정도가 될 것이다. 인간 자존심의 최후 보루인 문화마저 동물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메시지 때문에 어떤 이들에게는 불편한 독서가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이면 그 불편함이 당연함으로 바뀌는 독자도 적지 않을 것이다.

신동아 2005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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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익 KAIST 강사·과학철학 deaik@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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