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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

평양 공연한 ‘국민 가수’ 조용필

“북한 관객들이 내 노래에 세 배로 감동 먹었대요”

  •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 사진·김형우 기자

평양 공연한 ‘국민 가수’ 조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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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장소를 놓고 남북의 의견이 달랐습니다. 올해 초 ‘필 앤드 피스(Pil and Peace)’라는 주제로 전국 월드컵경기장 순회공연을 시작할 때 ‘제주에서 평양까지’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저는 ‘필 앤드 피스’의 연장선상에서 콘서트를 하고 싶었습니다. 북쪽은 더 좋은 음질을 들을 수 있는 극장에서 하자고 주장했지요. 봉화예술극장은 2000석 규모입니다. 우리가 ‘필 앤드 피스’는 대규모 공연이라 극장 안에 넣을 수 없다고 설명했지요. 처음엔 3만명 이상 들어가는 체육관으로 정했는데 시설 문제가 생겼죠. 결국 7000석 규모의 정주영체육관으로 낙착됐죠. 새로 지었고 평양에서 제일 좋다고 하더군요.”

이미자의 공연은 2500석 규모의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렸는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용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같은 북한 고위 인사가 참석했다. 조선중앙TV를 통해 북한 전역에 녹화 방송됐다. 조용필의 공연은 사전 약속과 달리 아직까지 중계되지 않고 있다.

-저같이 공연을 자주 안 보는 남쪽 사람이 보기에도 무대가 화려했어요. 북쪽 사람들한테는 강렬한 문화충격을 줬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노래도 트로트풍의 이미자·김연자씨와는 분명히 다른 면이 있었을 겁니다.

“북쪽 사람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더랍니다. 아무래도 그런 공연은 처음일 테니까요. 무대 테크닉도 생소했을 테고. 심지어 남쪽 사람들조차 평양 공연을 TV로 보고 ‘조용필이 저렇게 요란하게 공연하는구나’ 하고 알게 된 사람이 많다고 들었어요. 평양에 따라온 기자들 중에도 이런 공연은 처음 봤다는 사람이 있었어요. 평양 시민에겐 엄청난 충격이겠지요. 우리 일행이 북쪽 사람들과 같이 식사하면서 ‘공연이 어땠냐’고 물어보니까 얘기를 안 하더래요. 한참 있다 되묻더래요. ‘선생은 어땠습니까?’ 그래서 ‘감동적이었다’고 하니까 북쪽 사람이 ‘우리는 세 배라고 생각하면 됩네다’ 하고 얘기하더래요. 감동을 감추고 있었던 거죠.”

“통일의 시간을 앞당겼다”



-공연 다음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났을 땐 뭐라던가요.

“그분은 공연장에는 나오지 않았어요. 김영남 위원장이 ‘이번 공연에 대해 평양 시민 모두 기대가 컸고 훌륭한 공연이었다’고 치하하더군요. ‘통일의 시간을 앞당겼다. 통일 역사에서 한 페이지를 크게 장식했다’고 말했어요.”

-공식적인 말 외에 음악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습니까.

“김정일 위원장이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조용필 공연을 조선중앙TV 카메라 5대가 촬영했는데, 김 위원장이 생중계로 공연을 본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물론 북한의 실정상 확인할 수는 없었다.

-평양은 ‘북한의 진열장’이라고 하지요. 3박4일 동안 북한의 수도를 살펴보면서 어떤 느낌을 받았습니까.

“아무래도 생활수준이라든가, 이런 것은 우리에 비해…. 우리가 버스 타고 돌아다녔는데, 평양엔 차가 많지 않으니 다들 걸어서 다녔죠. 3년 전에 와봤다는 분이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하더군요.”

-좋아졌다는 뜻일까요.

“네. 저는 뭐가 좋아졌는지 모르죠. 아무튼 자유롭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거기 사람들이 긴장해서 살고 있으리라는 선입관이 있잖아요.”

-백두산 공연을 한다는 기사가 나오던데요.

“언젠가 한번 했으면 좋겠다는 거지요. 북쪽이 이번 공연의 결과를 어떻게 평가할까요? 진정으로 통일의 길을 앞당겼다고 생각할지, 아니면 북한 주민에게 문화적 충격이나 상처를 줬다고 생각할 수도 있단 말이죠. 미묘한 면이 있어요.

우리를 초청한 단체의 사람들은 남한을 여러 번 왔다 간 사람들입니다. 그분들은 남북간 문화와 정서의 차이를 잘 알아요. 한국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분들도 있었어요. 조용필이란 사람은 북쪽으로 치면 굉장한 인민배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 노래를 몇 곡 부를 줄 아는 주민이 많았죠. 문화적 충격이라고 하면 우리가 과대평가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공연 보고 나서 북쪽 사람들은 다르게 느꼈을 겁니다.

북한에도 유명한 예술적 창작이 많이 있다고 합니다. 아리랑축전이라든가 카드섹션 같은 것은 엄청난 규모이고 예술성이 뛰어나다는군요. 물론 무대 테크닉은 다르겠지요. 우리는 영상이나 첨단 악기를 가지고 하기 때문에. 북쪽 사람들이 야외 공연을 한번 더 봤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30달러에 암표 거래

-북한 사람들이 한국 가수들의 노래를 부르고 드라마도 본다고 하는데, 폐쇄 사회에서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모르겠어요.

“중국을 통해 들어간다고 합니다. SBS가 이번에 평양 공연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 탈북자를 인터뷰했지요. 그 탈북자가 제 노래를 이불 뒤집어쓰고 라디오를 통해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가 평양 주민은 제 얼굴은 모르더라도 이름과 노래는 많이 알 거라고 말해줬습니다.”

SBS가 어떤 경로를 통해 확인했는지는 모르지만 조용필의 북한 공연은 미화 30달러에 암표가 거래됐다고 한다. 남한의 3만원에 상당한다. 북한에선 노동자 1년 봉급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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