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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녕의 그린 필드

캐나다 오카나간 하비스트 골프 클럽

배 사과 자두 포도 체리, 다섯 가지 과일 맛 즐기며 상큼 라운드

  • 김맹녕 한진관광 상무·골프 칼럼니스트 kimmr@kaltour.com

캐나다 오카나간 하비스트 골프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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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오카나간 하비스트 골프 클럽

간이 데스크에 서 있는 코스 스타터. 그 뒤쪽으로 사과나무가 보인다.

이 골프장의 매력 중의 하나가 이처럼 플레이를 하면서 과일을 따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코스 스타터가 말해줘서 알았지 몰랐다면 마냥 쳐다보며 침만 삼키다 라운드를 끝낼 뻔했다. 함께 라운드하던 골프장 지배인 피터는 빛깔 좋은 체리를 자신의 모자에 가득 담아 갖고 와서 자꾸만 먹어보라고 했다. 그날처럼 체리를 많이 먹어보기는 난생 처음이다.

뒤이어 평지에서 호수를 굽어볼 수 있는 산중턱에 이르기까지 페어웨이 양편으로 포도밭이 나타났다. 마치 의장대가 사열을 받기 위해 도열한 것처럼 능선을 따라 포도나무가 빼곡히 심어져 있고, 포도 줄기마다 청포도가 튼실하게 매달려 장관을 연출했다. 순간 한 장의 서양 유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환상적인 풍경이었다. 이곳 포도는 화이트와인 제조용으로, 와인의 맛과 질이 훌륭해서 한국에도 수출된다고 했다.

17번 홀 그린에 도착하니 오른쪽 그린 옆으로 서양 배나무가 일렬종대로 서 있고, 그 뒤로는 함지박만한 흰색 수국이 바람에 하늘거리며 골퍼들을 유혹했다.

마지막 18번홀의 언덕 위에 올라서서 먼 발치를 내려다보니 적막한 오카나간 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호수를 병풍처럼 둘러싼 산에는 캐나다산 전나무가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그리고 발 앞에서 먼 호수까지는 가지런히 다듬어진 포도나무와 밭고랑이 안내를 맡았다. 그 진풍경에 일행은 잠시 라운드를 멈추고 감상에 빠졌다. ‘이 머나먼 땅 캐나다에 와서 대자연의 깊은 황홀경에 젖어본 것은 인생에서 크나큰 축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저 붉은 사과보다 더 깊고 무겁게 고개 숙이며 겸손한 마음으로 골프와 인생을 함께해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샤워를 마치고 클럽하우스에 들어가니 테이블마다 커다란 과일바구니에 이곳에서 수확한 각종 과일이 수북하게 담겨 있었다. 과일바구니 앞의 안내문에는 ‘이 식당 안에서는 얼마든지 드시되 집으로는 가지고 가지 마십시오’라고 씌어 있었다.



‘동구 밖 과수원길…’ 절로 흥얼흥얼

도시의 일상에 찌든 우리는 가끔 한적하고 풍요로운 시골을 동경하며, 잠시나마 그 품에 안겨 푹 쉬어봤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 라운드를 하다 사과나무를 볼 때면 동요 ‘동구 밖 과수원길’이 절로 흥얼거려지고, 포도밭 고랑 사이를 지나노라면 자연스레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로 시작하는 이육사의 ‘청포도’를 읊조리게 된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삶의 치열한 경쟁으로 고달픈 잿빛 콘크리트 도심에서 잠시나마 탈피해 신이 내린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골프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최상의 휴양지가 바로 이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5년 골프인생을 통해 세계의 유명 코스를 돌아봤지만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과일나무가 심어져 있는 곳은 없었다. 특히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자연이 허락한 범주 내에서 겸손하게, 그리고 환경적인 면을 깊이 고려한 이런 골프장이 너무나도 부럽다. 하얀 사과꽃, 분홍 복사꽃과 체리꽃, 살구꽃, 블루베리꽃이 지천으로 흐드러지게 피는 5월 봄날, 이곳에서 다시 한 번 “나이스 샷!”을 외치며 라운드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신동아 200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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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녕 한진관광 상무·골프 칼럼니스트 kimmr@kaltou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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