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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법무부의 성특법1년6개월 실태 보고서

“인권유린 줄었지만, 떠난 여성들 다시 돌아온다”

한나라당, 법무부의 성특법1년6개월 실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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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는 집창촌 자율정화위원회의 동의 아래 이뤄졌다. 이들의 협조를 얻지 않고서는 성매매 여성에게 접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엔 집창촌에서 오랫동안 에이즈와 성병예방 강의를 하고 무료 콘돔 배포사업을 벌이며 신뢰를 쌓아온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이 때문에 여성가족부에서는 설문조사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현숙 권익기획팀장은 “업주들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에서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설문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주열 교수는 “문항은 내가 직접 작성했고, 수정된 내용도 없다. 그런 상태에서 업주들이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설문조사는 지난 2월 초 전국 11개 지역 집창촌에 조사원이 나가 성매매 여성에게 직접 밀봉된 봉투를 나눠주면 성매매 여성 스스로 설문지를 작성한 후 곧바로 밀봉해 수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법무부의 ‘유형연구’는 크게 두 가지 설문내용으로 되어 있다. 하나는 성구매를 하다 입건돼 ‘성구매자 재발방지교육’(일명 ‘존 스쿨’)을 받는 남성 509명과 서울 수도권에 거주하는 일반 남성 4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성구매 실태를 담고 있다. 또 하나는 쉼터 등 여성단체 보호시설에 기거하는 성매매 피해여성 96명과 자발적 성매매자로 분류돼 재범방지교육 명령을 받은 78명을 대상으로 성매매에 대한 의식구조를 조사한 것이다.

집창촌에서 안마시술소로



‘현황분석’과 ‘유형연구’를 살펴보면 지금까지 성특법이 성공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현황분석’에 따르면 성특법 시행 직후 집창촌을 떠난 여성들이 되돌아오는가 하면 새로 성매매를 시작한 여성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999명 중 성특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집창촌을 떠나지 않은 사람은 53명(5.3%)에 불과했다. 반면 302명(30.2%)은 성특법 이후 집창촌을 떠났다 다시 돌아왔다. 특히 성특법 시행 직후(2004년 9∼12월)에 가장 많이(63.9%) 떠났고, 시행 10개월이 지난 2005년 7월 이후 가장 많이(70.5%) 돌아왔다. 1년여 만에 법의 효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이다.

또한 644명(64.5%)은 오히려 성특법 시행 이후 새로 집창촌에 들어왔다. 그중 428명(42.8%)은 집창촌에 들어오기 전에 단란주점 등에서 성매매를 한 경험이 있지만 216명(전체의 21.6%)은 그전까지는 성매매 경험이 없다고 응답해 적지 않은 여성이 성특법 이후에 성매매를 시작했음이 확인됐다.

검찰 자료에서도 성매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04년 1월부터 9월까지 성매매 위반 접수가 총 9634건으로 월 평균 1000여 건이었다. 성특법 시행 직후엔 위반 접수 건수가 급감했지만 2005년 2월 488명을 저점으로 다시 늘기 시작해 같은 해 7월부터는 시행 전보다 더 늘어났다.

또한 집창촌을 떠났다 복귀한 성매매 여성 중 절반 이상이 그동안 티켓다방이나 안마시술소 등에서 성매매를 계속한 것으로 나타나 이른바 ‘풍선효과(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불거지는 것처럼 문제 하나를 해결하면 그 대신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현상)’를 낳은 것으로 드러났다.

성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성특법 이전에 성구매를 한 장소를 묻는 질문에 일반인은 집창촌(77%), 룸살롱(51.5%), 안마시술소(49.6%) 순으로 응답했다. 하지만 성특법 시행 이후 집창촌은 28.1%로 급감한 반면 안마시술소(62.9%) 등 신종 성매매 업소가 주를 이뤘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 위탁을 받아 성매매 여성 보호와 자활사업을 전담하는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 조영숙 소장은 “성매매 여성들이 떠나고 돌아오는 것은 하나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성매매 여성들이 다시 돌아왔다고 해서 특별법이 실패했다고 볼 수는 없다. 길게 봐야 한다. 담배도 한번에 딱 끊기 힘들어 끊었다 피웠다를 반복하듯이 성매매도 오랜 시간을 두고 풀어갈 ‘진행형’의 문제다.”

성특법을 시행하면서 정부는 집중적인 단속을 통해 성매매를 뿌리뽑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유형연구’ 결과를 보면 단속의 편향성을 엿볼 수 있다. 일반인의 성구매는 주로 안마시술소, 룸살롱에서 이뤄졌고 인터넷 채팅을 통한 성매매는 7%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난해 7∼8월 경찰의 집중단속기간에 적발된 성매매 건수를 보면 인터넷 채팅을 통한 성매매가 32%로 나타났다. 집창촌은 전체의 6%였는데 이는 경찰이 상주하다시피 하며 고객의 출입을 막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집창촌 업주들은 이런 선별 단속에 불만을 나타냈다. 정작 문제가 되는 곳은 안마시술소, 룸살롱 같은 변형된 산업형 성매매 업소인데 오히려 그런 곳은 영업증이 있다는 이유로 단속을 거의 안 하고 집창촌만 못살게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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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열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neypa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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