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호

사이버 경제, 이상 증식 경계령 발동!

  • 류현정 / 전자신문 기자 dreamshot@etnews.co.kr

    입력2006-03-28 17: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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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버 경제, 이상 증식 경계령 발동!
    택시 기사가 문득 “리니지라는 온라인 게임 알아요?” 하고 물었다. 내 대답은 듣는 둥 마는 둥, 그는 한탄을 늘어놓았다. “제가 원래 미국에 있었는데요. 그만 리니지에 빠져 직장도 안 나가고 마누라랑 이혼하고 결국 한국에 들어와 혼자 살아요.”

    인터넷 세상에선 안 팔리는 게 없다. 피땀 흘려 가꾼 농산물을 자기 집 안방에서 서울 가정으로 직거래하는 농부도 있고, 모녀가 인터넷으로 반찬거리를 팔아 큰돈을 번 경우도 있다. 그중에서도 인터넷 매매의 결정판은 ‘아이템’으로 통칭하는 온라인 화폐다. 싸이월드의 ‘도토리’, 한게임의 ‘고스톱 머니’부터 각종 포인트 점수까지, 사이버 경제는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그날 만난 택시 기사도 리니지의 아이템 매력에 푹 빠져 파경을 맞은 것이다.

    아이템은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한다. 특히 여러 사람이 서로 다른 역할을 맡아 네트워크로 즐기는 게임에선 갑옷과 각종 무기 아이템이 매우 중요하다. 장검 아이템만 있으면 눈앞의 괴물을 단번에 물리칠 수 있고, 다른 유저(사용자)들은 그런 ‘나’를 존경하고 따른다. 재미가 쏠쏠할 만하다.

    이렇듯 그래픽에 불과한 아이템을 팔아 실물 화폐로 교환하는 사례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면서 아이템의 위력은 수직상승했다. 게임을 더 잘 해보려고 돈을 주고라도 좋은 아이템을 사려는 사람이 줄을 선다. 전문가들 추산에 따르면 온라인게임 아이템 거래 시장이 실물 화폐 단위로 1조원을 넘어섰다.

    리니지는 아이템의 위력을 가장 잘 이용한 원조 게임이다. 레벨을 끊임없이 올리고 다른 사용자와 비교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아이템이 늘 필요하다. 개인 전투뿐 아니라 단체 전투인 ‘혈맹전’에서도 아이템은 중요하다. 혈맹 대표인 군주는 2000만~3000만원씩 투자해 아이템을 사 모은다.



    최근 20만명이 넘는 개인정보가 도용되어 충격을 준 ‘리니지 사태’도 아이템 때문이다. 아이템을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무리가 중국으로 건너가서는 작정하고 아이템 생산과 판매에 나선 것. 중국에서 아이템을 싸게 생산해 한국으로 비싸게 되팔았다. 주민등록번호 하나로 만들 수 있는 계정 수가 한정적이다 보니 수십만명의 개인정보를 도용했다. 리니지가 탄생시킨 거대한 사이버 경제는 이익 창출을 위해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 거대한 사이버 범죄의 진원지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정보를 도용당한 사람들은 개발사인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일각에선 엔씨소프트가 유출한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냐는 반응도 보인다. 그러나 개발사가 각종 부작용을 방치한 정황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는 개발사가 개인정보 도용에서 게임 중독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리니지 사태의 핵심 실마리를 스스로 풀어갈 때다. 또 사이버 경제가 더욱 세련되고 공익에 부합하도록 정부, 학부모, 사용자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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