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호

코리아 1920 ∼1940 외

  • 담당·구미화 기자

    입력2006-04-11 14: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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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아 1920 ∼1940 엘리자베스 키스·엘스펫 K. 로버트슨 스콧 지음, 송영달 옮김

    코리아 1920 ∼1940 외
    1897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난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는 1915년에 처음 일본을 방문한 이후 10여 년간 동양에 머무르면서 한국도 여러 차례 방문했다. 이 책은 엘리자베스 키스가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그린 그림과 그의 여동생 엘스펫 키스가 쓴 기행문을 엮은 화집이다. 수록된 66점의 그림은 수채화, 채색 목판화, 컬러 에칭 등 다양한 기법으로 20세기 초 한국인의 삶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키스는 서울뿐 아니라 평양, 함흥, 원산 등지를 여행하며 풍경화를 그리고, 왕실의 공주, 고위 정치가, 양반댁 규수와 자제, 농사꾼, 아낙네 등 다양한 계층의 평범한 일상을 감각적으로 화폭에 담았다. 책과함께/252쪽/2만원

    도시의 생명력, 그린웨이 김기호·문국현 지음

    도시설계가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기호 교수와 환경운동을 벌이는 유한킴벌리 대표 문국현 사장이 뉴욕, 밴쿠버, 싱가포르, 상하이 등 세계적으로 삶의 질이 높은 도시 4곳을 직접 탐방하고 쓴 책. 책 제목의 ‘그린웨이(Greenway)’는 풀과 나무로 이어지는 녹색의 길, 삭막한 도시에 숨구멍을 틔워주는 생명순환시스템을 지칭한다. 두 저자는 4개 도시 현지 취재를 통해 도심 속 공원의 역사와 그린웨이의 발전 양상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친환경 녹색 도시는 단지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그 구조 안에 담긴 문화의 실제, 시민의 마음가짐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보여준다. 랜덤하우스중앙/256쪽/2만원

    북 치고 장구 치며 떠난 공새미 가족의 세계여행 공새미 가족 지음



    사물놀이 공연을 하며 304일 동안 전세계를 누빈 공새미 가족의 여행기. 40대 중반의 대기업 간부이던 김영기씨와 두 살 연하의 부인 강성미씨는 2004년 2월28일 앞만 보고 달려오던 삶에 제동을 걸었다. 각각 중학교와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첫째딸과 둘째아들, 여섯 살 난 막내딸까지 모두 다섯 식구가 과감히 세계일주를 떠난 것. 여행 안내자를 따라다니며 사진 찍는 단순한 여행에서 벗어나 세계 곳곳에서 사물놀이 공연을 하며 우리 문화를 알리고 돌아왔다. 인도, 중국, 아프리카, 유럽, 이집트, 터키,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남미까지 10개월간 31개국을 여행했다. ‘공새미 가족’의 공새미는 김씨의 고향인 제주도에 있는 샘물 이름. 책에는 현지 공연 광경을 담은 CD가 딸려 있다. 혜지원/312쪽/9800원

    동북공정 고구려사 마다정 외 지음, 서길수 옮김

    코리아 1920 ∼1940 외
    2002년 2월부터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추진해온 중국사회과학원이 중국의 고구려사 연구 성과를 총망라해 내놓은 ‘동북공정 보고서’가 처음으로 번역됐다. 원제는 ‘고대 중국 고구려역사 속론.’ 동북공정이 공식 출범하기 전인 2001년 출간된 ‘고대 중국 고구려사 역사총론’의 뒤를 이어 고구려사(史)가 중국사(史)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를 집대성한 책이다.

    동북공정이란 잘 알려져 있듯 ‘고구려는 중국의 동북 변경 지역에 있었던 하나의 지방정권’이라는 요지의 국가 주도 프로젝트다. 80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이 책은 이론, 역사, 연구 세 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저자들은 일관되게 “몇 백 년이라고 해도 좋고 몇 천 년이라고 해도 좋다. 청나라 영토 범위에서 활동한 민족은 모두 중국 역사상의 정권”이라고 단정한다.

    이 책의 번역을 맡은 서경대 서길수 교수(고구려연구회 이사장)는 동북공정 논리의 문제점을 비판한 해설에서 총론과 속론의 집필을 주도한 마다정(馬大正)과 리다룽(李大龍) 등이 고구려사 비(非)전공자로 중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중국사료만 선별해 서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3년 국내에 처음 알려진 동북공정의 실체와 고구려사를 중국사라고 우기는 나름의 논리를 면밀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 중국이 국가 주도로 고구려 역사를 침탈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성과물이 한 연구자 개인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게 아쉬운 점이다. 사계절/824쪽/3만8000원

    게으른 건강법 김상훈 지음, 강재헌 감수

    ‘운동하지 않고, 굶지 않고, 시간과 돈도 필요 없다’는 과감한 부제를 단 이 책은 체중 조절을 위해 따로 경제적, 시간적 투자를 하지 않고도 체중 조절에 성공할 수 있는 지름길을 일러준다. 동아일보 교육생활부에서 의학팀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체중 조절을 위한 거창한 계획이 오히려 다이어트 실패의 원인이라고 전제하고, 일주일에 3회 이상 최소 30분씩은 운동해야 효과가 있다는 강박관념의 허상을 짚어본다. 30분간 쭉 운동을 하나, 1분씩 30회 운동을 하나 소비 열량은 같다는 것. 차를 몰고 출퇴근하면서 헬스클럽에 등록하는 것보다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할 때 열량이 더 효과적으로 소비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먹고, 놀고, 노래하며 체중을 조절할 수 있는 정보가 알차다. 동아일보사/288쪽/1만원

    아담, 바이러스의 자서전(전 2권) 에릭 나타프 지음, 이상해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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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진국들이 저출산율과 남성의 생식 능력 저하로 고민에 빠져 있는 어느 날, 파리 네케르 병원의 불임 치료기관에서 일하는 막스 주르노 박사는 정자(精子) 머리가 뻣뻣해져 여성의 나팔관에 이르는 120도 커브길을 돌지 못해 불임에 이르는 새로운 질병, 시스탁을 발견한다. 막스는 원장에게 이 같은 사실을 보고하지만 정부와 병원은 사건을 은폐하고자 막스를 병원에서 내쫓는다.

    이 책은 선진국, 그것도 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후천성 불임증후군을 일으키는 신종 바이러스를 창조해 50년 후 미래 사회를 충격적으로 그린 과학 소설이다. 이 책이 두렵게 느껴지는 건 저자가 바이러스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지닌 의사라는 점. 프랑스 코생 병원 방사선과 전문의인 에릭 나타프는 학문적 탐구와 임상을 통해 축적한 의학 정보들과 상상력을 치밀하게 엮음으로써 프랑스 문단의 극찬을 받았다.

    저자는 몇 해 전 유럽을 강타한 광우병 사태 당시 목도한 ‘연구소 내부 갈등, 각국 학계간 정보전, 보건 당국의 대처 방식, 특종을 노리는 언론의 행태’를 작품에 적절히 반영함으로써 인류에 치명적인 새로운 질병이 발견됐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을 설득력 있게 묘사했다. 과학과 의학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대인을 겨냥한 경고로 읽힌다. 현대문학/각 388쪽, 380쪽/각권 9500원

    암에게 절대 기죽지 마라 고창순 지음

    서울대병원 부원장을 지낸 내과 전문의로 김영삼 전 대통령 주치의였던 고창순 박사는 25세에 대장암, 50세에 십이지장암, 65세에 간암 진단을 받았다. 평생 걸리지 않기를 바라는 암을 세 번이나 맞닥뜨린 고창순 박사는 세 번 모두 항암화학치료제를 맞지 않고 수술로 대처했다. 이 책은 암을 이기고 건강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 고창순 박사가 암과 싸우면서 체득한 암 다스리기 노하우가 꼼꼼하게 정리돼 있으며, 항암화학요법과 면역요법, 대체의학 등에 대한 의학적 견해도 담겨 있다. 저자는 “암은 유전으로만 생기는 병이 아니며 유전 인자가 강해도 생활습관에 따라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고, 발생한 암도 다스릴 수 있다”고 주장하며 실천 가능한 암 극복법을 제시한다. 동아일보사/288쪽/1만1000원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 윌리엄 새들러 지음, 김경숙 옮김

    안정된 노후를 위해선 경제적 대비책뿐 아니라 심리적 준비도 필요하다.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소의 윌리엄 새들러 박사가 쓴 이 책은 40세가 넘은 남녀 200여 명을 인터뷰한 후 그중 50여 명을 12년간 꾸준히 추적 연구하여, 마흔 살 이후 인생의 최고 전성기를 맞은 사람들을 통해 ‘마흔 이후 30년’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저자는 마흔 이후 30년을 인생에서 가장 긴 시기, ‘서드 에이지(third age)’라고 칭하며 다양한 중년의 실례를 들어 ‘인생의 새로운 성장을 위한 6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또한 그동안 사회적 관습과 문화적 편견이 마흔 이후 세대에게 얼마나 왜곡된 삶을 강요했는지 폭로한다. 사이출판사/312쪽/1만2000원

    하늘과 인간 임석재 지음

    이화여대 건축학과 임석재 교수가 야심차게 기획한 서양건축사(史) 시리즈 3편. ‘땅과 인간’ ‘기독교와 인간’에 이은 세 번째 권 ‘하늘과 인간’은 로마의 멸망 이후 침체에 빠졌던 유럽 문명이 오랜 숙성 기간을 거쳐 자신만의 문화코드를 본격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움직임이 건축분야로 표출되던 시기, 즉 로마네스크에서 고딕 양식에 이르는 9∼15세기를 다루고 있다. 10여 년의 강의 경험과 10여 차례에 걸친 유럽 답사를 기반으로 책을 쓴 저자는 장엄하고 화려한 건축물의 외관 뒤에 숨겨진 기술 진보와 역사적 배경, 사회 변화를 유기적,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1113컷의 풍부한 이미지 자료가 보는 재미를 더한다. 북하우스/704쪽/3만9000원

    권력규칙(전2권) 쩌우지멍 지음, 김재영ㆍ정광훈 옮김

    “권력을 도모할 때는 수많은 위험을 감수하며, 권력을 견고히 할 때는 살얼음을 밟듯 한다. 권력을 누릴 때는 방 안 가득한 재물을 쓰듯 마음껏 누린다.” 저자는 중국 역사 속 예화(例話)들을 통해 권력의 속성과 실체를 구명한다. 권력을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을 죽인 명 태조 주원장, 스스로 중국 최초의 여성황제가 된 무측천, 나라를 사들인 거상 여불위, 상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자진해서 똥물을 들이켠 신하 등 다양한 출신의 인물들이 권력을 어떻게 쟁취하고 또 어떻게 잃게 되었는지 소설처럼 그리고 있다. 저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인이나 은자의 사례를 가미하고, 고대 중국의 사상과 역사, 정치, 교육, 외교 등으로 이야기 폭을 넓힌다. 한길사/472쪽/1만6000원

    아내가 결혼했다 박현욱 지음

    코리아 1920 ∼1940 외
    제목부터 눈길을 끄는 이 책은 첫머리에서 ‘일부일처제’의 보편적 윤리관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을 제시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고, 그와 결혼하고 싶다고 고백하는 아내. 여기까지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아내는 현재의 결혼 생활을 유지하면서 그 사람하고도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감행한다.

    1억원 고료 세계문학상 두 번째 당선작인 이 작품은 이중(二重) 결혼을 하려는 아내와 그것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남편의 심리를 역동적인 축구 이야기와 절묘하게 결합시켜 오늘날 독점적 결혼제도의 통념에 딴죽을 건다. 사랑하는 여자를 소유하고 독점하기 위해 결혼한 덕훈은 자신의 의지대로 능청스럽고도 노련하게 반칙을 일삼으며 경기를 끌고 나가는 아내 인아의 플레이에 휘말려 제대로 된 수비 한번 못해보고 한 골대에서 또 다른 골키퍼와 경쟁해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에 놓인다. 그러나 인류학적 지식까지 동원한 아내의 논리에 남편도, 독자도 서서히 말려든다. 다른 남자와 결혼한 아내, 인정할 수 없을 것 같지만 남편은 온갖 치욕을 무릅쓰고 아내에게 더욱 집착한다.

    작가는 이 같은 줄거리를 현직 축구 선수와 관련된 에피소드, 축구 역사와 각종 기록, 축구 관련 전문 용어와 적절히 버무려 단순한 서사를 코믹하게 비틀거나, 주인공의 심리상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문이당/362쪽/9800원

    비타민 2 KBS 2TV ‘비타민’ 제작팀 지음

    ‘내 몸을 지키는 질병 완전정복 프로젝트 비타민’ 2편이 나왔다. ‘비타민’ 1권이 건강 수칙의 기본 안내서였다면 이번에 나온 2권은 구체적인 질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인에게 치명적인 5대 암을 비롯해, 소아 질병, 성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불임과 갱년기 증상, 혈당·콜레스테롤·혈압 & 혈전·복부비만 등 4대 건강 수치, 각종 신체 통증, 무좀·여드름·안구건조 같은 생활 질병까지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질환의 자가진단법과 치료 및 예방을 위한 슈퍼 처방전을 제시했다. 1권과 마찬가지로 톱스타들의 ‘적나라한’ 건강상태와 건강 ‘청신호’를 받기 위한 자기 관리법이 담겨 있어 독자에게 실질적인 자극제가 된다. 동아일보사/312쪽/1만2000원

    배우리의 땅이름 기행 배우리 지음

    국제공항이 들어선 영종도의 ‘영종(永宗)’은 ‘긴 마루’라는 뜻이다. 긴 마루에 비행장 활주로가 들어섰으니 땅이름을 지은 조상의 예지력이 놀랍기만 하다. 이 책은 전국 각 지역 땅이름의 어원을 풀어 그 이름이 지역의 현재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 살피고, 그 지역에 뿌리내렸던 조상들의 삶과 사상을 추적한다. 총 2부에 걸쳐 35곳의 지명을 다루고 있는데, 1부 ‘땅에도 팔자가 있다’에서는 청계천, 여의도, 용산 등 서울과 신도시의 지명을 다루고, 2부 ‘사연 깊은 땅이름 예언’에서는 공항이나 공업단지가 들어서는 등의 미래를 예언한 땅이름들과 금강·제천·담양 등 지명의 영향을 받은 지역의 변천사를 다루었다. 이가서/247쪽/1만3000원

    마지막 은둔의 땅, 무스탕을 가다 백경훈 글, 이겸 사진

    무스탕은 14세기에 나라의 기틀을 세워 역사를 이어오다 1760년에 네팔에 자치권을 빼앗긴 옛 왕국으로 네팔 중북부, 티베트 남쪽과 국경을 마주 하고 있다. 히말라야 산맥에 둘러싸인 고산지대인데다 외부인의 출입이 자유롭지 않아 오지 탐험가들 사이에 ‘마지막 금단의 땅’ ‘은둔의 땅’으로 불린다. 이곳을 한 시인과 사진작가가 20여 일간 여행하고 돌아왔다. 두 사람은 거칠고 황량하면서도 황홀하게 아름다운 무스탕의 정경을 각각 글과 사진에 담았다.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풍광, 자부심이 느껴지는 티베트계 주민들의 전통 생활 방식은 호기심과 동경의 마음을 동시에 일깨운다. 호미/276쪽/1만8000원

    대한민국 선진화 전략 박세일 지음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역임한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박세일 교수가 21세기 한국이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저자는 먼저 중국의 부상, 급속하게 진행하는 저출산 및 고령화 등 우리나라가 놓인 현실을 분석하고, 21세기의 국가목표가 ‘부자(富者) 국민, 유덕(有德) 국가’ ‘문화대국, 정신강국’을 골자로 하는 ‘선진화’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선진화의 철학은 자유주의를 기본으로 하되 부족한 부분을 공동체주의로 보완하는 공동체자유주의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어 선진화를 가로막는 5대 반(反)선진화 사상(신좌파적 역사관, 결과평등주의, 집단주의, 반법치주의, 포퓰리즘)과 3대 후진 의식(정치와 도덕의 혼란, 부와 기업에 대한 거부감, 노동경시)을 지적한다. 21세기북스/440쪽/1만8000원

    내 조국은 세계입니다 현순혜 지음

    코리아 1920 ∼1940 외
    일제 강점기에 먹고 살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인 부모 밑에서 나고 자란 재일교포 화가 현순혜의 삶은 우리 근현대사와 맞물려 펼쳐졌다. 그의 여섯 자매 중 절반은 남한을, 나머지 반은 북한을 선택했다. 각각의 조국을 선택할 때는 어느 누구도 분단이 반영구화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현순혜는 자연스레 조국의 분단이 초래된 원인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1974년 일본에서 베트남반전평화민주운동과 한국민주화지원운동을 추진한 오다 마코토를 만나 일본 밖으로 펼쳐진 넓은 세계와 만난다. 오다와 결혼한 후 중국, 독일, 미국, 중앙아시아에서 생활하면서 ‘나는 누구인가’ ‘나의 조국은 어디인가’하는 고민은 한 개인이 당당한 세계인, 코스모폴리턴으로 설 때 정체성도 한층 풍요로워지고 성숙할 수 있다는 결론에 닿는다. 그는 유라시아와 미국 등지에서 세계 역사의 상흔을 확인하고, 수많은 곧은 양심을 만났다.

    조국의 아픈 과거사를 되새기는 이 책에서 현순혜는 서투른 글솜씨로 식민주의를 경험한 조선인과 재일조선인이 불행한 과거를 극복하고 세계인으로 당당히 출발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가 강조하는 코스모폴리턴은 모든 경계나 굴레 따위를 벗어나려고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현암사/284쪽/1만2000원

    브랜드 자산의 전략적 경영 데이비드 아커 지음, 이상민·브랜드앤컴퍼니 지음

    브랜드 자산의 개념을 정립하고, 그것이 측정 가능하며 전략적 경영에 의해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힌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데이비드 아커 교수의 저서. 1991년 처음 출간된 이후 마케팅과 브랜드 연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이 책에서 저자는 ‘브랜드 에쿼티(brand equity)’개념을 처음 주창했다. 브랜드 에쿼티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는 브랜드 인지도, 지각된 품질, 브랜드 충성도, 브랜드 연상 등. 새로운 브랜드를 탄생시키는 것보다 그것을 얼마나 전략적으로 경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 이 책은 브랜드와 관련된 개념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아이보리, 닛산, 폭스바겐 등의 브랜드 경영 사례를 통해 브랜드 자산을 증대시키는 방법을 제시한다. 비즈니스북스/512쪽/2만5000원

    시 읽는 기쁨 3 정효구 지음

    충북대 국문과 정효구 교수의 ‘시 읽는 기쁨’ 시리즈 마지막 편이 나왔다. 이성복 문태준 황지우 강은교 나희덕 등 총 46명의 작품을 깊이 있는 해설과 함께 만나볼 수 있다. 깊이 있고 다감한 시 해설에 저자의 시에 대한 진솔한 애정이 묻어난다. 시를 쓰다 달걀장수의 호객소리에 귀기울이고, 만만치 않은 내공이 담긴 생계의 운율에 매혹돼 쓰던 시를 내려놓고 3000원을 들고 나서는 시인(고영민의 ‘계란 한 판’), 채송화 핀 뜰에서 비둘기똥 ‘헌사’에 고양이수염으로 쓴 ‘주석’이 달린 소인국 이야기책을 읽는 시인(송찬호의 ‘채송화’) 등 46편의 시에 펼쳐지는 시 세계는 다소 엉뚱하다할 만큼 순수하고 자유롭다. 작가정신/388쪽/9800원

    자본주의 철학자들 안드레아 가보 지음, 심현식 옮김

    현대 경영학의 주요 흐름을 이어온 사상가 13명의 생애와 사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 프레더릭 테일러와 그의 과학적 관리법을 계승·발전시킨 로버트 맥나마라, 허버트 사이먼, 앨프리드 슬론, 앨프리드 챈들러를 만날 수 있다. 또한 과학적 관리법에 반발해 작업의 창의성과 노동자의 동기 부여를 중시한 메리 파커 폴렛과 그의 영향을 받은 체스터 바너드, 엘턴 메이오, 프리츠 뢰슬리스버거, 에이브러햄 매슬로, 더글러스 맥그레거, 에드워즈 데밍 등 인본주의 사상가의 주장도 살펴본다. 이 두 가지를 하나로 통합하고, 기업의 책임을 강조한 피터 드러커 이론의 핵심도 짚어본다. 황금가지/696쪽/2만5000원

    식구 생각 윤문원 지음, 윤정대 그림

    ‘아버지의 술잔에는 눈물이 절반이다’ ‘어머니의 젖내음이 그립습니다’ 같은 저작에서 우리 시대 아버지와 어머니의 힘겨운 삶과 눈물나는 사랑을 풀어쓴 바 있는 칼럼니스트 윤문원의 신작. 저자는 자신이 경험하거나 주변에서 벌어진 40여 편의 에피소드를 통해 가족간의 갈등과 화해를 이야기한다. 딸을 찾기 위해 신문에 광고를 내면서 행여나 딸이 부끄러워할까봐 자신의 얼굴 사진을 실은 어머니, 5년여 간 깨어나지 않는 아내 곁에서 지쳐가는 아이들을 보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아내의 생일이면 꼭 선물을 사서 침대 머리맡에 놓는 남편….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웃의 이야기는 나와 내 가족의 관계를 돌아보고,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세종서적/246쪽/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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