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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의 ‘한미 FTA 기대 효과 보고서’ 부실 논란

국내 생산 없는 픽업트럭이 ‘대미수출 유망종목’,가장 기대되는 수혜업종은 양말 산업?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재경부의 ‘한미 FTA 기대 효과 보고서’ 부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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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연구원측은 “가정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왔다”며 “쌀 개방을 제외하면 대미 흑자는 47억달러 감소하는 게 맞다”고 해명했다. 두 가지 결과 중에 쌀 개방을 제외한 수치를 내놓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FTA 체결 이후의 무역수지를 예상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비난한다. 아무리 정교한 분석 모델을 동원한다고 해도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환율, 금리, 국제 정세 등에 따라 무역수지는 변화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조작 논란이 일고 있는 데다 분석 모델마저 타당한지 의심을 받고 있는 마당에 정부가 이 자료를 그대로 인용해 홍보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를 둘러싸고도 이견이 많다. 재경부는 한미 FTA가 체결되면 외국인이 이전보다 200억∼300억달러 이상 한국에 더 투자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 증거로 미국, 캐나다와 FTA를 체결한 멕시코의 경우, 체결 전엔 연평균 27억달러가 유입됐으나 체결 이후 85억달러로 증가했다는 사실을 들었다.

전문가들은 이 주장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멕시코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대부분 멕시코와 미국의 접경지역 ‘마킬라도라’로 몰렸다. 이곳은 멕시코의 저임 노동자들이 단순 조립, 가공을 통해 제품을 만들고 미국에 수출하는 보세가공품 수출기지다. 주로 저(低)부가가치 산업이나 환경에 유해한 산업이 몰려 있다. 국책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한국은 멕시코와 달리 이미 고임금 산업구조로 돌아섰기 때문에 외국인이 저임금 혜택을 보려고 한국에 투자하지는 않는다”며 “마킬라도라처럼 미국과 가깝지도 않아 지리적 장점도 없다”고 말했다.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



다음은 업종별, 품목별 기대효과 논란. 재경부는 섬유와 의류분야가 FTA 체결 이후 가장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분야는 미국이 상대적으로 고(高)관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 미국의 관세는 평균 2.5%지만, 섬유와 의류는 평균 10%가 넘는다. 높은 관세를 고집하는 것은 고용 때문이다.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섬유산업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외국 제품이 시장을 장악하면 미국인의 일자리는 그만큼 줄어든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미국이 섬유산업 분야만큼은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재경부는 섬유 및 의류산업 중 양말산업의 사례를 들면서 관세가 철폐되면 수출이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말 수출량이 늘면 부수적인 효과도 생긴다고 했다. 양말업체의 경우 56%가 대구, 경북에 집중돼 있고 대부분 중소기업이어서 수출이 증가하면 지역간, 기업간 양극화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업계는 미국이 관세를 철폐해도 수출증대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20년 동안 양말만 만들어온 D섬유 관계자는 중국 제품과 가격경쟁이 되지 않아 미국 수출은 엄두도 못 낸다고 했다. 그는 “실을 훔쳐와서 만들지 않는 한 그렇게 싼 가격으로 양말을 수출할 수는 없다”며 중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에 혀를 내둘렀다. 미국이 11.5%의 관세를 없애도 한국산 양말이 미국시장에서 중국 제품과 경쟁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있다. 지난 4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한 연구원이 홈페이지에 “FTA를 체결했다고 해서 수출상품의 시장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볼 수 없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 연구원은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에도 중국 제품이 여전히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예로 들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 홈페이지에 한미 FTA에 대해 비관적인 내용의 글이 실려 파문이 일자 연구원은 이 글을 삭제했다.

자동차 분야의 FTA 체결 효과는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재경부는 “관세가 무려 25%에 달하는 소형상용차(픽업트럭)는 현재 수출하지 않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땅이 넓은 미국에서 차 뒤칸에 짐을 실을 수 있는 픽업트럭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실 모르는 아마추어리즘

그러나 문제는 픽업트럭이 국내에서 전혀 생산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생산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데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통상협력팀 관계자는 “이론과 현실은 전혀 다르다”며 “지금까지는 업체에서 픽업트럭을 생산하겠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자동차업계는 FTA 체결 이후 자동차 수입이 늘어 내수시장을 빼앗길까봐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율은 일부 소형 화물차를 제외하고는 평균 2.5%에 불과하지만, 한국의 관세율은 8∼10%에 달한다. 따라서 두 나라가 관세를 철폐할 경우 한국에 더 불리하다고 볼 수도 있다.

협정 체결 이후 미국과 통상마찰을 피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미국의 자동차 시장은 경쟁이 심해 2.5%의 관세만 없어져도 한국차의 진출이 쉬워질 것이란 주장도 타당하다. 그러나 생산 가능성도 없는 자동차를 협정 체결 뒤 혜택을 볼 것으로 보고서에 올려놓은 것을 보면 업계의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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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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