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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코드’의 ‘오푸스데이’, 한국에도 있다

“바티칸의 마피아? 우린 절제와 수양 강조하는 평신도 단체일 뿐”

  • 이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다빈치 코드’의 ‘오푸스데이’, 한국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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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원을 운영하는 김상기씨는 예외적인 인물이다. 한 가톨릭 잡지에서 오푸스데이에 관한 기사를 보고 자진해서 참여를 결심했다. 번역가인 차원호씨도 개인적인 관심에서 2년 전부터 협력자 신분으로 홈페이지 번역 등을 돕고 있다. 처음엔 오푸스데이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었다는 차씨는 “실제 활동해보니 내 성격과 꼭 맞는 단체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의 모임이 시작된 것은 197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귀국 후 한국에서 활동할 길을 찾지 못해 이따금 관련서적만을 탐독하던 황적인 교수가 어느 날 한 독일인의 연락을 받은 것. 독일에서 황 교수가 알고 지내던 친구로부터 소개를 받았다는 이 남자는 자신을 오푸스데이 회원이라고 밝혔다. 이 사적인 만남이 오늘날의 정기모임으로 발전했다.

서울에는 이들의 모임말고 외국인으로 구성된 모임도 있다. 한 아프리카 국가의 대사, 외신기자 등이 참여하고 있다고. 모임에 참가하고 있는 한 이탈리아 학생(연세대 국제대학원 재학중)은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한남동 성당에서 모인다고 말했다. “오푸스데이 본부가 있는 로마에서는 모임이 활발한데 이곳에서의 모임은 조용한 편”이라고 한다. 모임을 거쳐간 외국인은 많지만 오랜 기간을 두고 참여한 이는 찾기 힘들다. 황 교수는 “일시적으로 한국에 머무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서로 국적이 다르다 보니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것도 문제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들 모임을 주도하는 사람은 홍콩에 있는 회원 박재형씨다. 한국에서 정식인가를 받지 못한 까닭에 박씨가 극동지역을 담당하는 외국인 신부와 한 달에 한 번꼴로 한국을 방문하는 것. 내국인 모임의 장소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 빌라의 꼭대기층. 황 교수가 내놓은 공간을 오푸스데이 임시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황 교수는 “독일 유학시절 4년 동안 오푸스데이에서 장학금을 받은 것에 대한 보답”이라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고 했다.

황 교수의 안내로 사무실을 찾았다. 다락 천장에 난 창문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과 정갈한 내부 구조가 중세의 수도원을 연상케 했다. 탁자 하나와 소파 몇 개, 종교관련 서적으로 꾸며진 단출한 공간이었다. 구석구석 빼놓지 않고 설명하는 노교수의 목소리에는 오푸스데이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책장에는 20권 남짓한 오푸스데이 관련 서적이 정리돼 있었다. 영문서적과 일본서적이 각각 3분의 1씩을 차지하고 있었다. 황 교수는 “한국에서는 정식인가를 받지 못해 번역된 서적도 많지 않다”며 “이따금 일본과 홍콩 등지에서 관련서적을 구입한다”고 설명했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는 마음으로, 협력자들이 번역을 맡아 하고 있다는 것. 지금까지는 창립자인 에스크리바 신부의 저서 ‘길’과 ‘대장간’등이 출판됐고, 현재 저서인 ‘밭고랑’이 준비단계에 있다.

모임은 프로그램에 따라 1~2시간에 걸쳐 진행된다. 성서를 읽고 신부의 설교를 듣는 등 여느 가톨릭 모임과 비슷한 성격이다. 하지만 오푸스데이는 핵심만 추려 신속하게 진행하고 ‘뒤풀이’를 일절 하지 않는다. “오푸스데이는 금욕을 중요한 덕목으로 강조하기 때문”이라는 것. 여러 가톨릭 조직에 나가봤다는 차원호씨는 “성격이 건전하고 목적에만 충실한 오푸스데이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며 “딱딱하다고 여기는 이도 있겠지만 나는 만족한다”고 했다.

가톨릭 극보수 우익집단?

오푸스데이 회원이나 협력자들에게선 별다른 점이 눈에 띄지 않았다. 굳이 꼽으라면 여느 가톨릭 신자보다 신앙을 실천하는 의지가 더 확고해 보인다고 할까. 자연히 ‘다빈치 코드’가 오푸스데이를 ‘바티칸의 마피아’ 정도로 묘사한 이유가 궁금해진다. 한걸음 나아가면 ‘다빈치 코드’의 저자가 참고했다는 오푸스데이 비판서적의 출처와 배경도 궁금해진다.

오푸스데이에 대한 비판은 ‘다빈치 코드’ 이전에도 전세계 가톨릭 단체나 개신교 교회, 반가톨릭 그룹 등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 배경은 다양하지만, 오푸스데이는 ‘보수’ ‘엘리트’ ‘배타’의 집결체라는 것이 비판의 골자다. 가톨릭 마산교구의 이제민 신부는 “오푸스데이는 가톨릭을 세상으로부터 지키겠다며 보수 정신과 근본주의로 무장한 단체”라고 평가했다. 또 “열심과 전통의 옷을 걸치고 가톨릭의 복음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톨릭이 아닌 것’을 죄악시하는 그들의 사고는 예수의 복음정신에 근거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도 했다.

비판세력이 오푸스데이의 보수성을 공격할 때 첫째로 꼽는 것은 ‘고행’의 관습이다. 정식회원인 박재형씨는 “잠깐씩 돌침이 박힌 혁대를 차기도 하고, 어쩌다 채찍질을 할 때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화 장면과 같은 비상한 고행은 없다는 것이다.

또 “육체적 고행보다 ‘남에게 친절하기’ ‘아이쇼핑 안 하기’ 등 정신적 고행이 더 힘들다”고 했다. 고행은 회원 이상의 자격을 가진 이가 스스로 원하는 경우에만 실시하며, 몸이 아프거나 다른 개인적 이유가 있을 때는 건너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는 “고행은 신앙과 일상적인 삶을 일치시킨다는 노력의 차원에서 행하는 것”이라며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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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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