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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기문 전 경찰청장이 털어놓은 ‘경찰 인사와 정권’

“DJ 정부 때 ‘야당지역 출신 경찰 수뇌부’라고 감시당했죠”

  • 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 사진·노경섭 기자

최기문 전 경찰청장이 털어놓은 ‘경찰 인사와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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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한 관계자는 “치안총수까지 지낸 양반이라 대접받기를 좋아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면서 그의 일상생활을 이렇게 소개했다.

“한때 치안총수였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예요. KTX 특실만 탈 줄 알았는데 일반실을 타고 내려와 대구 시내에서 지하철 타고 출근해 걸어다녀요. 늘 학생들과 함께 분식점이나 인근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요.”

많이 걷는 편인 그는 구두 대신 캐주얼화를 애용한다.

“남이 욕해요. 서울-대구를 통근하면서 특실 탈 이유가 없잖아요. 대구에서도 지하철을 타요. 덕분에 서울에선 3000보 걷기가 힘든데 학교에 오는 날이면 1만보 걷게 돼요. 근데 지하철 타면 안 좋은 게 딱 한 가지 있더라고요. 양말이 잘 해어져요. 걸을 때 힘을 줘서 그런가 봐요. 자, 보세요. ‘랜드로바’ 신었잖아요.”

그는 신발을 벗어 보였다. 정말 편해 보이는 캐주얼화였다. 공무원을 연상케 하는 단정한 양복차림인데, 말투나 행동은 젊고 쾌활했다.



-첫 임기제 청장이셨는데, 임기를 2개월 앞두고 사퇴해 아쉬움이 컸을 듯합니다.

“시골 촌놈이 총수까지 지냈으니 감사할 일이지요. 아쉬운 건 일선 근무여건을 좀더 획기적으로 바꾸지 못하고 나온 거예요. 경찰은 24시간 근무체제인데 경찰관 수가 크게 부족해요. 3교대로 근무해야 하는데 형사 파트와 지구대는 힘들어요. 강력사건이 있으면 집에 못 가죠. 일본만 하더라도 4교대로 운영됩니다.”

돈보다 진급

-3교대가 정확히 지켜지려면 형사 수를 더 늘려야겠지요.

“그럼요. 지구대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3만명, 형사 파트는 2만명이 더 필요해요. 그런데 정부 재정 탓에 힘들죠. 우리 사회에서 험한 일을 도맡는데 최소한 근무체제라도 인간다워야 할 것 아니에요.”

그간 경찰은 유고(有故)시에도 국가배상법상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못했다. 베트남전 때 워낙 많은 군인이 배상청구권자가 되는 바람에 국가에서 감당하지 못하자 아예 헌법과 법률로 군인과 경찰을 청구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23일 국회를 통과한 국가배상법 개정안으로 경찰관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도둑을 잡아오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둘 다 죽으면 도둑은 국가를 상대로 2억∼3억원을 받아낼 수 있지만 경찰은 규정상 받을 수 없었어요. 저는 또 청장 재임시 정부에 경찰의 근무특성을 감안해 상해보험을 들어달라고 줄곧 요청했어요. 그 결과 지난해 관용차 특별약관이 개정돼 순찰차로 순찰을 돌다 사고가 날 경우 사람과 차량에 대해 보험 보장을 받게 됐습니다. 또 군인의 경우 순직하면 당사자의 본봉과 상관없이 ‘소령 10호봉의 72배’를 받습니다. 하지만 경찰의 경우 순직 당사자 보수월액의 36배를 보상금으로 받습니다. 36배라고 하면 꽤 많을 것 같지만 겨우 3년치입니다. 정부에 경찰 유족 보상금을 상향 조정해줄 것을 요청했지요. 지난해 법 개정이 이뤄져 보수월액의 60배를 순직유족보상금으로 받게 됐습니다. 경찰은 제복을 입은 죄로 외롭고 험한 공직생활을 하고 있어요. 100배 좋아진 근무 여건은 1000배의 치안서비스로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최근 경위 근속승진에서 대상자의 40%를 탈락시킨 것도 정부 재정 형편 때문 아니겠습니까.

“몇 년 이상 근무했다고 무조건 승진시키는 건 문제지요. 근무평정을 통해 사법경찰관의 책무를 맡을 자격이 있는 사람만 승진시켜야 해요.”

사법경찰관은 경위 이상 간부급 경찰관에 해당한다. 반면 경사, 경장, 순경은 ‘사법경찰리’로서 사법경찰관과 달리 수사 절차를 독자적으로 처리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승진 적체를 해소하고 사기를 올려주자는 개혁인데 잡음이 심하네요.

“(개혁은) 매끄럽게 해야 해요. 대상자들한테 거부 반응을 일으키고 소리가 나면 안 돼요. 제도를 바꿀 때는 이론으로 무장한 경찰과 해당부처가 중심이 돼야지 정치 쪽에서 나서면 안 됩니다. 이번 자동 근속승진 문제도 정치권에서 발의했기 때문에 소리가 났던 거죠. 내부적으로 의견을 충분히 듣고 신중히 시행했어야 했는데…. 외근자이면서 나이가 많고 양보심 많은 경찰이 많이 탈락한 게 문제가 됐잖아요.”

그는 “거룩한 말씀보다 밥 한 술, 물 한 모금이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될 수 있다”며 승진이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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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 사진·노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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